미움받을 용기
고가 후미타케 | 기시미 이치로
처음 이 책을 읽게 된 계기는 지인의 권유였다. 아무 생각 없이 넘겨보다가, 대화 형식의 전개에 마음이 붙들렸다. 사실 심리학 분야를 심도 있게 공부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아들러의 이름 정도는 들어본 상태였다. 그래도 눈에 확 들어오는 설명이 많아서 쉽게 놓을 수 없었다. 어딘가 불안해했던 과거와 맞닿아 있었다. 옛날부터 열등감이 나를 지배한다고 생각했는데, 책 속의 청년도 비슷한 모습으로 내 앞에 서 있었다. 마치 거울처럼 느껴졌다. 그가 가지고 있는 고민과 스스로를 부정하는 태도가 나와 닮아 있었다.
우선 작가는 “인간은 누구나 변할 수 있고, 행복을 선택할 수 있다”라는 핵심 주장을 던진다. 여러 가지 심리적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 싶은 사람에게 희망을 준다. 이 작품을 여유 있게 살펴보면, 청년이 철학자에게 반문하고 거부감을 표시하기도 한다. 열등감이 강해서 감정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이 드러난다. 철학자는 그를 설득하기 위해 차근차근 대화를 이어간다. 이 둘 사이의 밀고 당기는 흐름이 이 책의 큰 매력이다. 전문적인 이론적 설명에 머무르지 않고, 실제 삶에 활용될 수 있도록 제시한다. 그래서 쉽게 끌렸다.
한편 대화를 통해 청년은 자기가 지닌 여러 감정의 뿌리를 깨닫게 된다. 예를 들어, 과거에 받았던 상처를 지금까지도 계속 안고 있었는데, 아들러의 주장을 빌린 철학자는 ‘과거 그 자체가 문제의 원인이 아니다’라는 관점을 제시한다. 사람들은 때때로 지나간 사건을 절대 극복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여기서는 현재의 내가 무엇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옛날 상처가 삶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내가 그 상처를 어떻게 다루고자 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맥락이다. 본인은 과거를 기반으로 살아가지만, 그 과거 때문에 영원히 굴레에 묶여 있어야 한다는 법은 없다고 한다.
특히 책에서 강조하는 것 중에 ‘과제 분리’라는 개념이 있다. 간단히 말해, 타인의 과제와 나의 과제를 분리해 놓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나를 싫어하거나 미워해도, 그것이 그 사람의 감정이라면 내 과제는 아니라고 본다. 사람은 각각의 과제를 가지고 있고, 서로 간섭하거나 침범하면 관계가 복잡해진다.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거나 비난하더라도, 그것은 내 과제가 아니라는 관점을 취하게 된다. 이 과제 분리라는 아이디어를 명확하게 이해하고 나면 대인관계 속에서 느끼는 불안이 많이 줄어든다. 괜히 타인의 감정까지 내 몫으로 떠안아 울고불고하는 상황이 줄어드는 셈이다.
물론 처음에는 이 논리가 무조건 옳다고 받아들이기 어렵다. 책 속 청년도 철학자의 이야기를 들으며 계속 저항감을 드러낸다. "나를 싫어하는 사람에게 무시당하는데 아무렇지 않을 수 있느냐" 같은 의문을 품는다. 하지만 철학자는 "그것은 상대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반복해서 말한다. 얄팍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이 논리가 쌓이고 또 쌓이다 보면 생각의 폭이 달라진다. 상대가 내게 아무리 부정적인 감정을 갖더라도, 내가 그것에 몸서리치거나 굴복할 필요가 없다는 개념이 조금씩 마음에 와닿는다. 과거에는 상대가 나에게 던지는 말에 휘둘리고 의기소침해졌는데, 이 과제 분리를 실천해 보고 싶어졌다.
이 책에서 가장 놀라웠던 지점은 “인간은 누구나 열등감을 느낀다”라는 사실 자체를 인정하면서도, 그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라고 보는 태도다. 그동안 열등감은 극복해야 할 문제로만 인식했는데, 작가는 열등감이 성장을 위한 원동력일 수도 있다고 말한다. 예컨대 공부를 잘하는 친구를 보며 부러움을 느끼는 상황이 있다고 해 보자. 이전까지는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를 타박하는 게 전부였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그 부러움이 곧 내가 발전할 수 있는 동기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질투라는 이름으로 포장하기보다, 그 에너지를 동력 삼아 나의 삶을 조금씩 개선해 나간다면, 열등감도 어둡고 부정적인 감정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나 열등감에 사로잡힌 상태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모색하기란 쉽지 않다. 책을 읽다 보면, 청년도 "난 이미 너무 뒤처져 있다"고 말하거나 "나는 할 수 없다"고 단언하기도 한다. 철학자는 그런 절망감에 빠져 있는 청년에게 "당신이 지금 바꿔야겠다고 마음먹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일관적으로 대답한다. 이 문장을 반복해서 보는 동안 내 마음에도 묘한 울림이 일어났다. 그냥 “나는 어쩔 수 없지”라고 손을 놓아버리던 태도를 한번 의심하게 된다. 정말 바꿀 수 없어서 포기하는 걸까, 아니면 두려워서 핑계를 대고 있는 걸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의외로 후자일 때가 많았다.
아들러 심리학에서 말하는 가장 독특한 점 중 하나는 "인간은 분명한 목적을 가지고 행동한다"는 관점이다. 보통 누군가 화가 났다면 “상대방이 화를 내게 만들었다”고 말하기 쉽다. 하지만 아들러의 시선에서는 반대다. “그 사람이 화를 내기로 선택했기에 화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자극과 반응 사이에 나름의 의도나 목적이 존재한다는 의미다. 책 속 청년도 처음에는 그 주장에 반발한다. "누구나 감정이 치밀어 오르면 어쩔 수 없지 않은가?" 하고 되묻는다. 그러나 철학자는 인간이 자기 감정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가령 상대와 다투다가도 상황에 따라 화를 내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예시로 설명한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당신은 화를 낼 것을 선택했다"라고 조용히 말한다.
이 대목을 접하면 왠지 불편함이 생긴다. "내가 화를 내는 것도 전부 내 책임이냐" 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특히 피해의식을 강하게 갖고 있는 사람, 과거 상처가 큰 사람이라면 더욱 거부하고 싶어진다. “나는 억울하게 모욕당했으니까 화낼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싶은 충동이 인다. 철학자는 그조차도 "당신이 화를 내는 이유를 찾았을 뿐"이라고 말한다. 마치 감정을 스스로 만들어내고 있는 존재로 인간을 보는 관점은 상당히 이색적이다. 처음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조금씩 곱씹다 보면, 분노를 내는 이유와 목적을 자각하게 되면 훨씬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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