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실격
다자이 오사무
다자이 오사무가 남긴 글들 가운데서도 사람들 마음속에 깊이 각인된 대표작 하나가 있다. 그 작품은 삶의 끝자락에 선 것처럼 보이는 주인공이 서서히 침잠해가는 과정을 담아낸다. 진지한 분위기가 짙게 깔려 있고, 서글프면서도 묘하게 끌리는 면이 감도는 편이다. 작중 인물들의 대화나 심리 묘사를 보면 작가의 내면까지 훤히 드러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만든다. 그러한 서술은 무거운 정서를 피하지 않고 오히려 정면으로 마주하게 한다. 마음 한구석에는 어쩐지 난해한 그림자가 웅크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책 속에서 등장하는 요조라는 인물은 처음에는 꽤 유머러스한 모습을 보여준다. 주변 사람들에게 애써 웃음을 안기고 자신은 고통을 감추려 한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며 인간관계를 이어나가지만, 속내는 결코 평온하지 않다. 한 번이라도 진솔하게 감정을 표현해본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는 타인과의 교류를 극도로 두려워한다. 심지어 가족과 함께 있을 때도 완전히 편안해하지 못한다. 누군가에게 다정하게 다가갈 용기가 없어서, 얼굴에 어색한 가면을 쓴 채 살아간다.
더불어 그 작품 안에는 사회가 요구하는 규범과 개인의 내면적 갈등이 얽혀 있다. 요조가 느끼는 소외감은 때로 너무 원초적이어서 숨이 막힐 지경이다. 대학교를 다니는 도중에 겪는 방황이나, 술과 약물에 의존하여 비틀거리게 되는 과정은 한 개인이 느끼는 결핍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그 결핍은 단지 물질적인 부분이 아니라 정신적인 파편으로 다가온다. 그는 자꾸만 낭떠러지 같은 심연으로 빠져드는 느낌을 토로한다. 어쩌면 작가는 그 인물을 통해 인간이 지닌 취약함을 드러내려 했을지 모른다.
책장이 넘어갈수록, 독자는 요조의 무너짐을 지켜보게 된다. 무언가 제대로 채워지지 않는 목마름이 그의 가슴 속을 뒤흔든다. 무익해 보이기도 하는 몸부림이 반복되고, 절망이 깊어질수록 사람과의 관계는 서서히 끊어져 간다. 주변 인물들은 요조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그는 더욱 고립된 상태로 내몰린다. 작중에서 요조가 처음부터 어두운 인물로 설정된 건 아니다. 오히려 어린 시절에는 순수함을 지니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러 사건들이 잇따라 벌어지고, 그를 버티지 못할 정도로 짓누르며 인생의 궤도를 어긋나게 만든다.
책 전반에 흐르는 정서는 비극적인 느낌이 강하지만, 역설적으로 독자를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작가 특유의 문체와 함께, 제멋대로 움직이는 인물의 감정이 독자 마음에 묘한 잔상을 남긴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그냥 덮기가 어렵다. 등장인물의 대사가 많지 않음에도, 내부 독백이나 감각적인 표현들 때문에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경향이 있다. 문장마다 느껴지는 아픔이 때로는 과장된 듯 보이기도 하지만, 그 안에 녹아 있는 진실성이 의심되진 않는다. 작품을 다 읽고 난 뒤에는 알 수 없는 허무함이 가슴에 맴도는 편이다.
같이 수록된 다른 글도 주목할 만한데, 특히 많이 알려진 이야기가 있다. 달려라 메로스라는 제목으로, 교과서에도 실려서 여러 독자에게 익숙하다. 그 글에서는 배신과 우정, 의리 같은 주제가 그려진다. 불신 속에서 피어나는 인간적 신뢰가 얼마나 절실한지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앞의 이야기가 개인의 파멸과 고뇌에 집중되어 있었다면, 달려라 메로스는 조금 더 희망적인 기운을 풍긴다. 다자이 오사무가 보여주는 어두운 색채와는 다른 분위기도 느껴진다. 그것이 독자로 하여금 그의 다양한 면모를 엿보게 만든다.
하지만 다시 돌아가 생각해보면, 다자이 오사무 글은 언제나 내면을 예리하게 후벼 파는 느낌이 강하다. 원초적인 고독이나 절망에서 눈을 돌리지 않는다. 인간의 허약함과 동시에 예민함을 함께 그려내는 부분에 특징이 있다고 본다. 세상이 주는 상처에 그대로 노출되는 인물들이나, 결국 그 상처를 흡수하지 못하고 서서히 침식당하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펼쳐진다. 그러므로 그의 작품은 결코 밝고 편안한 분위기를 선사하지 않는다. 오히려 처절한 심리 풍경을 진솔하게 마주할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한다.
인간실격이 오랜 시간 동안 꾸준히 사랑받아온 이유 중 하나는, 주인공의 절망이 마치 거울 속 풍경처럼 일부 독자들에게 공감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살아가면서 겪는 외로움과 소통 실패를 굳이 감추지 않는 방식이 인상 깊다. 동시에 그런 감정과 경험을 지닌 이들이, 요조를 보면서 위안을 얻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저 매몰찬 현실을 그려냈다고 해서 부정적인 느낌만 주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둠을 진하게 그릴수록 그 속에서 겨우 남아 있는 작은 빛도 드러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