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타가 만난 아이들 윤철수
나는 윤철수 작가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부분을 처음 접했을 때 조금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학교사회사업가라고 하면 전문적인 방법론과 이론을 충분히 갖추고 학생들을 대할 것 같은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작가는 그런 전문성을 내세우기보다는 자신이 마주쳤던 아이들에 대한 솔직한 기억을 펼쳐 놓는다. 이 책 속에서 그는 학생들에게 다가가려고 했던 계기와 그 과정을 가감 없이 드러내려고 애쓴다. 그래서 거창한 연구나 통계보다는 눈앞에서 벌어지는 실제 사례들이 적잖이 담겨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작가의 말투가 조심스럽고, 또 어떤 페이지에서는 자기 생각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책을 읽으면서 그는 학교라는 공간에서 일했던 사람이 아니라, 거리에 있는 평범한 이웃처럼 느껴졌다.
학교의 교실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실은 가정의 상황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몇 번이고 강조하고 싶어 하는 듯했다. 예를 들면, 어떤 학생이 자꾸 침묵을 지키고 타인과의 대화를 피한다면, 그 아이의 가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작가가 글로 공유하는 그런 에피소드들은 교실이라는 공간이 얼마나 복합적인 환경인지를 보여준다. 때로는 무척 시끌시끌하고, 때로는 어색할 정도로 조용한 그곳에서 아이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꺼내지 못하고 한쪽 구석에서 불안이나 분노를 표현하기도 한다. 그동안 학교 안에서 아무런 문제 없이 지냈다고 생각했던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을 하면서 주변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작가는 그럴 때마다 단지 규칙 위반에 대한 처벌에만 초점을 맞추지 않고, 왜 그런 상황에 이르렀는지를 궁금해하며 학생 곁에 있는 모습을 보이려 한다.
특히 기억에 남는 대목 중 하나는 학생이 가진 고민이 거창하지 않아 보이는데도 그 학생에게는 온 세상이 무너지는 것처럼 느껴졌다는 일화다. 다른 사람 눈에는 사소해 보일 수도 있지만, 정작 당사자인 아이에게는 심각한 두려움이 된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친구와 사소한 오해가 있었는데 화해가 되지 않은 채로 시간이 흐르면서 걷잡을 수 없게 커지고, 결국 등교를 며칠이나 거부해버린다거나 하는 상황. 작가는 그 아이가 도대체 어떤 감정으로 밤을 지새웠을지를 스스로 상상하면서, 그 마음을 조금이라도 어루만져 주려고 시도한다. 이 책에 등장하는 여러 이야기가 바로 이런 맥락에서 전개되고, 그러한 예들이 놀랍도록 다양하다.
한편으로 작가는 거침없이 솔직하게 말하는 학생들에게서 자신이 의외의 배움을 얻었다고도 한다. 예를 들어 생활이 어려운 집안에서 자라는 아이가 “도대체 선생님은 내 상황을 아는가” 하고 따져 물었을 때, 작가는 제대로 답하지 못하고 순간 망연자실했단다. 아무리 이론적으로 어려운 환경을 이해한다고 말해 봐도, 실제로 그 환경을 겪는 아이가 뱉어내는 한마디에는 선생님이 미처 생각 못 한 진짜 감정이 가득하기 때문이었다고. 그때 작가는 자신이 조금 더 학생의 입장에서 세상을 보지 못했고, 마음만큼 행동이 따라주지 못했음을 깨닫는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작가가 학생들을 가르쳤다기보다 오히려 그들과 함께 자라났다는 흔적을 담고 있다고 느꼈다.
중간중간 등장하는 일화들이 너무 무겁지 않아서, 읽는 이로 하여금 다소 편안한 기분으로 페이지를 넘기게 만든다. 예컨대 작가가 아이를 만나려다 엉뚱하게 교감 선생님 방으로 잘못 들어가 혼이 났다는 에피소드나, 상담을 하려다가 되려 학생에게 농담 섞인 핀잔을 듣고 민망함에 얼굴이 달아올랐던 순간이 자연스럽게 서술된다. 그 순간들 속에서 작가는 크게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그 일을 계기로 학생과 가까워지는 방법을 스스로 터득해 간다. 그런 점에서 학교사회사업가라는 직함에 너무 엄숙한 무게를 싣지 않았다는 인상이 든다. 오히려 막연한 거리감을 좁히기 위해, 좀 더 편안하고 친근한 모습으로 다가가려고 노력했던 셈이다.
가끔은 사회복지학 교과서에서 보던 정의, 혹은 상담 기술 같은 것이 생각났지만, 작가가 제시하는 현장은 교과서 이상의 복합성을 지닌다. 어떤 학생은 가정 형편이 괜찮아도 마음속에서 불안을 떨쳐내지 못하기도 하고, 또 다른 학생은 경제적으로 무척 힘든 처지에 있음에도 친구들과 밝게 지내며 커다란 문제 없이 생활한다. 결국 학교 안에서 아동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과정은 한 가지 공식으로 해결되지 않고, 그렇게 사람마다 개별성이 두드러진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니 작가는 어떤 문제를 만났을 때 일단 학생의 이야기를 충분히 들어주려 노력한다. 그 아이가 원하는 게 단지 상담 선생님과의 긴 대화인지, 혹은 어떤 사회적 지원 프로그램이 필요한지, 아니면 그냥 정서적 지지를 바라는지, 각자 다르므로 기다리고 관찰하고 대화하면서 가능성을 탐색한다.
이 책을 통해 작가가 보여주는 태도는, 무엇보다 학생을 동등한 주체로 인정하는 일이었다고 본다. 서툴고 아이 같은 행동이라 여겨도, 사실 학생이 가진 생각 자체는 매우 진지할 수 있다. 어른들이 가볍게 넘겨버리면 오히려 더 깊은 상처가 될 수 있음을 여러 예시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 예시들이 쌓이다 보면, 독자는 작가가 학생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있음을 느낀다. 아이들 역시 그 마음을 느꼈을 거라고 짐작하게 된다. 작가가 처음부터 능숙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텍스트 사이사이에 어설픈 시행착오도 드러나고, 스스로 당황스러워한 장면도 꽤 있다. 그런 과정 자체가 인간적으로 다가온다.
직접적인 상담 장면을 묘사하는 부분을 보면, 가령 작가가 차분하게 대화를 이어가다가 갑자기 아이가 울음을 터뜨리거나 고개를 돌려버릴 때,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고민하는 흔적이 엿보인다. 무슨 말이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괜히 다가섰다가는 더 거부당할까 봐 망설이는 모습이다. 그러다 작가 스스로 마음을 다잡고 아이를 설득해보지만, 또 다시 벽에 부딪히고 말기도 한다. 그런 난처한 순간들이 모여 이 책의 이야기를 더욱 입체적으로 만든다. 작가가 느꼈던 답답함이 글을 통해 그대로 전해지지만,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좌절한 채로 멈추지 않고 무언가를 시도해보려 애쓴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교사나 부모의 협조가 절실했던 사례도 다뤄진다. 학생 개개인의 문제라고 해서 학생 혼자 노력한다고 해서 개선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가정에서 부모의 무관심이 계속된다면, 학교에서 아무리 상담 선생님이 정성을 다해도 한계가 생긴다. 그걸 작가가 너무나 잘 알기에, 부모와의 면담을 시도하고 교사와도 긴밀히 소통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런데 성인들이 오히려 더 단단한 벽을 치고, 문제를 덮으려 하거나 그저 아이를 탓만 하는 태도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럴 때 작가는 답답함을 호소하면서도 포기하지는 않았다. 학생을 위해서 어른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꾸준히 설득하려 했지만, 마음처럼 쉽지는 않았다는 에피소드가 몇몇 나온다.
읽다 보면, 특정 장면이 매우 감정적으로 치닫을 수 있을 법한 상황인데도 작가가 의식적으로 차분하게 받아들이려 하는 태도가 눈에 들어온다. 예를 들면 담배를 피우며 교실 밖을 서성이는 학생에게 “넌 왜 이 모양이냐”라고 몰아붙이는 것이 아니라, 혹시 무슨 불편함이 있었던 건 아닌지 천천히 묻는 식이다. 물론 그 학생이 작가에게 곧바로 마음을 열었던 건 아니다. 하지만 작가는 꾸준하게 문을 두드린다. 말이 통하지 않아 보이더라도, 조금씩 다가가면서 서로가 맞닿는 순간을 기다린다. 그것이 작가가 보여준 태도의 핵심이었고, 동시에 독자 입장에서는 그 지점이 마음에 남는다. 목적을 빠르게 달성하기보다 느리더라도 함께 공감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이 긴 호흡으로 펼쳐진다.
그렇다고 책이 온통 아름다운 이야기만 가득한 것은 아니다. 곳곳에 등장하는 갈등과 좌절감도 적지 않다. 작가는 현실적인 고민을 숨기지 않고 드러낸다. 예산이 부족해서, 혹은 제도적 장치가 미비해서, 학생을 돕는 과정이 결코 매끄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래서 때로는 학생을 도울 기회가 있었음에도 제대로 못 도와줬다는 자책이 엿보인다. 특히 가정 폭력을 겪던 아이를 보호하는 과정에서 여러 장벽에 부딪혀 결국 다른 기관으로 보내야 했을 때, 작가는 심적으로 상당한 부담감을 안았다고 한다. 그 결과를 누가 책임져야 하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학생만 또다시 상처받는 현실이 야속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런 사례를 읽으면, 학교사회사업가 한 명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덮은 뒤에는, 아마도 작가가 강조하고자 했던 게 아이들과의 관계 그 자체가 아니었을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눈앞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기술을 써야 하는지는 그 다음 문제다. 첫걸음은 아이에게 “나는 너의 이야기를 들을 준비가 되어 있다”라는 신호를 주고, 그 아이의 상황과 마음을 인정해주는 태도를 지니는 것. 작가는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믿는 듯하다. 실제로 어떤 에피소드에서는 학생이 굳게 마음을 닫고 있다가, 작가가 진심으로 걱정해주고 옹호해주는 모습을 여러 번 지켜본 뒤에야 조금씩 말문을 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걸 보면서 사람을 변화시키는 과정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고, 그렇기 때문에 지치는 순간도 많다는 걸 깨달았다.
서로 얽혀 있는 관계라는 것은, 한쪽이 마음을 고쳐먹는다고 해서 급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쌓인 신뢰가 서서히 변화를 만들어낸다. 책 속 작가의 사례들은 대체로 그런 식으로 전개된다. 물론 모든 이야기가 완벽하게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는 건 아니다. 그래도 가만히 들여다보면, 아이와 어른의 작은 변화를 통해 뭔가 달라질 수 있다는 희망이 엿보인다. 그리고 작가는 자신이 느낀 이 성취감이, 학생이란 존재 그 자체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여러 차례 말한다. 그 말이 조금은 잔잔한 울림을 준다.
글을 읽는 동안, 학교라는 장소가 사회의 축소판이라는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아이들의 이야기는 단지 개인적인 문제가 아니라, 그 아이가 속한 환경과 사회적인 맥락이 뒤얽혀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린 시절에 가정과 학교에서 겪는 일이 평생의 기억으로 남게 된다는 점에서, 학교사회사업의 의미가 결코 가볍지 않다는 점도 새삼 느끼게 된다. 작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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