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쟁의 상처, 혹은 불가해한 질서의 발견
3. 삶의 고통과 소설의 향기
4. 4.19와 시선의 확대
5. 비극성에서 한으로
‘나의 출생은 불합리했다. 이 허무한 세상에 왜 내가 태어났으랴 하는 따위의 뜻은 물론 아니다. 그것은 부모들의 관계에서 온 나의 견해였다. 아버지는 죽는 날까지 어머니에 대하여 타인이라기보다 오히려 적의에 찬 감정으로 일관했다. 어찌하여 사랑하지도 않고 그렇게 미워한 여인에게 나를 낳게 했는가 싶다. 어머니는 말하기를 산신에게 빌어 꿈에 흰 용을 보고 너를 낳았으니 비록 여자일망정 너는 큰 사람이 될 것이라고, 나는 그 이야기를 시시하게 들었을 뿐만 아니라 산신에게, 증오하고 학대하던 남자의 자식을 낳게 해주십사고 애원을 한 어머니를 경멸했었다. 그것은 사랑의 강요였기 때문이다. 어머니의 그러한 모습은 내게다가 결코 남성 앞에 무릎을 꿇지 않으리라는 굳은 신념을 못 박아주고야 말았다. 나는 어머니에 대한 연민과 경멸 아버지에 대한 증오 그런 극단적인 감정 속에서 고독을 만들었고, 책과 더불어 공상의 세계를 쌓았다.’
-「반향 정신의 소산」, 현대문학사 편, 『창작실기론』, 어문학, 1962, p.369 한마디로 고독했고, 이 고독은 작가를 조숙하게 만들었다. 사랑과 기쁨, 그리고 미래에의 꿈 대신에 증오와 경멸, 절망을 맛보아야 했다. 작가는 어린 나이에, 그것도 무의식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아버지와 어머니를 경멸한 셈이다. 작가의 아버지는 이처럼 주변사람들로부터는 호인이라는 별칭을 들었을 법한 인물을 어린 작가는 증오했다. 조금은 극단적이지만 어머니 또한 당시의 여인네들이 살았던 삶의 모습일 터이다. 그러나 작가는 어머니를 경멸했다. 연민의 정이야 나중에 생기지 않았겠는가. 이런 상태에서는 당연히 기존의 관습, 교훈, 가치관 등이 큰 의미를 지니지 못할 터이다. 작가 박경리는 어린 나이에, 선이라는 담론에 담겨진 악의 모습을, 화려함 속에 깃들여진 어두움을 자연스러움 속의 부조화를, 제의 속에 가녀린 희생양을 보아버렸던 것이다. 기존의 질서 전부를 위악적인 것으로 규정할 만큼 반항 정신이 강했던 박경리의 관심은 자연 문학적인 것으로 돌려진다. 기존의 권위주의적 형식으로 자신의 운명을 담론화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험난한 운명의 비밀을 엿볼 수 있는 어떤 것이 필요했고, 또한 그 운명을 풀어 낼 수 있는 내적 설득의 담론이 절실했다.
토지, 김약국의 딸들로 유명한 대한민국 대표문인 박경리에 관하여 인생면면이 묻어나오는 주옥같은 문학작품들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분석, 정리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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