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형제 복지원 연구팀,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2021
Ⅰ. 서론
한국 현대사의 어두운 이면을 돌아볼 때, 국가 권력이 ‘복지’라는 이름으로 가려진 폭력의 실체를 드러내는 사건 중 하나가 바로 형제복지원 사건이다. 1970~80년대 부산에 자리한 형제복지원은 공식적으로는 ‘부랑인과 무연고자를 수용하여 재활과 사회 복귀를 돕는 시설’로 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실제 내부의 실상은 전혀 달랐다. 거리에서 단속된 이들은 동의 없이 강제로 수용되었고, 수용 과정에서 법적 절차나 인권 보장은 전무했다. 시설 안에서는 강제노역, 폭행, 성적 학대, 아동 학대, 심지어는 사망에 이르는 사례까지 발생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복지’라는 미명 아래 사실상 수용소와 같은 공간에서 고통을 겪었으나, 이 사건은 오랫동안 한국 사회의 공적 기억 속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못했다.
『절멸과 갱생 사이: 형제복지원의 사회학』은 바로 이 침묵의 공간을 발굴하고, 그 이면에 작동했던 사회적·제도적 논리를 분석한 결과물이다. 저자들은 형제복지원이 단순한 시설의 비리가 아니라, 당시 한국 사회가 만들어낸 권력의 구조, 사회적 낙인의 체계, 그리고 복지 제도의 왜곡된 작동을 보여주는 중요한 사례라고 지적한다. 특히 형제복지원은 ‘절멸’과 ‘갱생’이라는 양가적 담론 속에서 운영되었다. 사회로부터 불필요하고 위험하다고 간주된 사람들을 ‘정화’라는 이름으로 사회에서 지워버리는 절멸의 논리와, 동시에 그들을 교화와 재활의 대상으로 삼아 사회에 순응하도록 만들려는 갱생의 논리가 동시에 작동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인간 존엄의 회복이 아닌, 폭력적 통제와 배제였다.
서구의 근대화 과정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존재한다. 미셸 푸코가 『감시와 처벌』에서 지적했듯, 근대 국가의 권력은 교도소, 병원, 정신병원 같은 제도를 통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고, 비정상으로 분류된 집단을 격리와 규율의 대상으로 삼았다. 형제복지원은 이러한 서구적 규율 사회의 메커니즘이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독특하게 변형되고 적용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특히 개발독재 시기 국가가 ‘근대화’와 ‘사회 질서’를 내세우며 비정상적인 존재들을 제거하거나 교정하려 했던 맥락과도 맞닿아 있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부분적으로 언론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으나, 정치적, 사회적 망각의 벽 속에 오랫동안 잊혀졌다. 피해자들의 목소리 또한 제대로 사회적으로 기억되지 못했다. 이 책의 의의는 바로 그 망각의 역사를 넘어, 생존자들의 증언과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사건을 사회적 기억으로 복원하려는 시도에 있다. 또한 이 과거의 폭력을 통해 현재의 복지 제도와 인권 담론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게 만든다.
오늘날에도 사회적 취약계층은 여전히 배제와 보호 사이에서 흔들린다. 노숙인, 이주민, 장애인, 아동, 여성 등 다양한 집단은 여전히 낙인과 제도적 통제의 대상이 되곤 한다. 따라서 형제복지원 사건은 단순한 과거의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현재의 복지제도와 사회적 인권 실천을 점검하게 만드는 거울과 같은 의미를 지닌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본 독후감에서는 『절멸과 갱생 사이』가 제시하는 핵심 논지를 정리하고, 그 사회학적 함의를 살펴본다. 특히 ‘절멸과 갱생’이라는 이중적 논리 속에서 국가 권력과 사회가 어떻게 약자들을 배제했는지를 분석하며, 동시에 오늘날 한국 사회가 이 사건을 통해 어떤 교훈을 얻어야 하는지 성찰하고자 한다.
Ⅱ. 본론
서울대학교 사회학과 형제복지원연구팀. (2021). 『절멸과 갱생 사이: 함제복지원의 사회학』. 서울: 서울대학교출판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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