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대학원) 수학계획서 및 면접자료
1. 주요 연구(관심)분야 또는 희망전공
저는 영문학과 문화연구의 경계에서 문학 텍스트가 사회적 약자, 특히 이주민과 주변화된 인물들의 목소리를 어떻게 재현하는지 탐구하는 연구에 관심을 두고 있습니다. 학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지만 처음부터 명확한 연구 분야가 정해져 있던 것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여러 강의를 넘나들며 방황을 거듭하는 과정에서 제 관심 영역이 서서히 좁혀졌습니다. 2학년 때 우연히 수강한 영미소설 강의에서 저는 토니 모리슨의 『빌러비드』를 읽으며 처음으로 문학이 단순한 이야기 전달을 넘어 특정 집단의 역사적 경험과 침묵의 서사를 복원한다는 사실에 깊은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때부터 “문학이 어떤 식으로 사회적 현실과 연결되는가?”라는 질문이 저를 붙잡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저는 오랫동안 나를 괴롭히던 모호한 궁금증들을 조금씩 구조화해 보기 위해 여러 작품을 찾아 읽었습니다. 제임스 볼드윈, 줌파 라히리, 앤 카슨 같은 작가들의 텍스트를 연달아 읽으면서, 그들의 글 속에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정체성의 균열’과 ‘언어의 경계’ 문제에 매혹되었습니다. 특히 이주와 디아스포라를 다루는 현대 영미문학 작품들은 단순히 문화적 차이를 묘사하는 것을 넘어서, 언어와 서사가 어떻게 권력과 충돌하는지를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이 주제가 제게 더욱 절실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저 역시 어린 시절 해외 체류 경험 속에서 언어적 정체성과 소속감을 두고 혼란을 겪은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때의 경험은 시간이 지나면서 문학 연구의 중요한 문제의식으로 되살아났습니다.
이러한 관심은 학부 4학년에 작성한 세미나 페이퍼에서 더욱 구체적인 형태를 띠었습니다. 저는 라히리의 단편집 『Interpreter of Maladies』 속 이민 2세대 인물들이 사용하는 언어의 선택과 침묵이 어떻게 정체성의 균열을 드러내는지 분석한 적이 있습니다. 자료를 조사하고 선행연구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단순히 텍스트를 읽는 것과, 텍스트를 학문적 대상으로 삼아 체계적으로 분석하는 것의 차이를 처음으로 체감했습니다. 이 경험은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고, 이후 읽는 모든 작품을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구조적 문제는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함께 바라보게 만들었습니다.
경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대학원에 진학하고자 하는 이유 역시 이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경북대 영문학 연구는 영미문학의 전통적 연구뿐 아니라 문화연구, 젠더연구, 탈식민주의 등 다양한 접근을 폭넓게 수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 연구 관심과 긴밀하게 맞닿아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문학 텍스트가 사회적 소수자의 목소리를 어떻게 재현하고 또 어떻게 왜곡하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언어·경험·정체성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본격적으로 탐구하고자 합니다. 문학과 사회의 접점을 입체적으로 분석하는 학문적 성향과 연구 환경 속에서 저의 연구 방향을 더욱 심도 있게 발전시키고 싶습니다.
2. 연구의 목적(동기)
제가 이 연구를 이어가고자 하는 가장 큰 동기는 문학이 가진 사회적 역할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비롯됩니다. 학부 시절 저는 문학 텍스트를 단순히 예술적 표현물이나 상징적 구조로만 분석하는 학습 방식에 어느 순간 한계를 느끼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이 다루는 서사 뒤에 실제로 존재하는 역사적 현실, 정치적 맥락, 그리고 주변화된 집단들의 목소리가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깨달으면서 “문학이 재현하는 세계는 과연 누구의 시선을 반영한 것인가?”라는 질문이 생겨났습니다. 이 질문은 제 안에서 꽤 오랫동안 미해결의 형태로 남아 있었고, 여러 작품을 읽어갈수록 더욱 선명해졌습니다.
특히 『빌러비드』를 읽으며 경험한 감정적 충격은 단순한 독서 경험이 아니라 제 연구 목적을 형성한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모리슨이 보여주는 ‘말해지지 않은 기억’과 ‘침묵의 언어’는 문학이 오히려 특정 집단의 고통과 역사를 복원하는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게 일깨웠습니다. 제가 문학을 공부하는 이유는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문학은 현실을 반영할 뿐 아니라, 때로는 현실을 비판하고 보완하며 더 나아가 주변부의 목소리를 사회의 중심으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저는 대학원에서 이 역할을 보다 학문적으로 심층 분석하고 싶습니다. 특히 이주민·디아스포라 문학의 담론은 현대 사회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다문화 사회로 이동하고 있는 한국 사회에서도 이 문제는 점점 더 중요한 주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가 연구하고자 하는 영역은 단순한 개인적 흥미를 넘어, 사회적 의미와 학문적 확장 가능성이 모두 존재하는 분야라고 생각합니다.
또한 제 연구 목적에는 개인적인 결핍의 경험도 작용했습니다. 학부 세미나 페이퍼를 작성하며 저는 선행연구를 해석하고 제 연구 질문을 설정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학문적 기초가 충분하지 않다는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작품 해석 능력과 비평적 글쓰기 역량을 더 높은 단계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대학원 교육과 지적 토론의 경험이 필요하다는 점을 분명히 깨달았습니다. 즉, 제 연구의 목적은 단지 논문을 생산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한계를 인정하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과정에서 생겨난 실천적 목표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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