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독후감] 조선의 왕비
나 역시도 이 책을 통해서 그나마 조선의 왕비들에 대해 어느 정도 알게 된 것이었다. 이전까지는 마치 왕들은 아버지만 있는 것 인양 아버지의 이름만 적혀있는 계보도 굉장히 당연시 여겼고, 왕비들에 대해서 별로 궁금해 하지도 않았다. 이책을 읽는 도중 문득 드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남성중심의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나조차 남녀 차별주의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었다.
내가 이책을 읽으면서 가장 마음에 와 닿았던 인물은 원경왕후 민씨였다. 세상에, 내가 그녀가 된다면 과연 그 상황을 견뎌 낼 수 있을 지 의문이다. 난 태종 이방원에 대해서 굉장한 존경심을 갖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민의 아버지라 불리는 세종대왕 보다도 더. 그가 그의 이복 동생들을 죽였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으나, 그의 계모가 먼저 그를 죽이려고 수 차례 시도했고, 누가 뭐래도 건국의 일등 공신인 그를 제쳐두고 별볼일 없는 허약한 왕자를 세자로 세운 태조 이성계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그를 옹호했던 이유는 그의 업적이 이런 허물을 덮고도 남을 만큼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내게는 이복 동생이 없어 이복 동생을 거의 남과 동일시 여기는 어쩔 수 없는 의식 때문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는 조선의 훌륭한 국왕이었을 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무슨 짓인들 못 하랴, 싶었다.
하지만 아내인 원경왕후에게 한 짓은 정말 아니라고 본다. 사람의 탈을 쓰고 정말 못 할 짓을 한 것이다. 자신을 위해 엄청난 지원을 아끼지 않았던 아내와 처가에게 어떻게 그렇게 배은망덕한 짓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가 왕이 되기 전, 대국 시절 그에게 군자금과 군사를 대주었던 장인과 이름난 장군으로써 그가 왕이 되는 것에 큰 도움을 준 처남들을 모조리 몰살시켜 버렸다, 그들이 어떤 작은 죄라도 지었으면 그것을 핑계 삼아서라도 그를 옹호해 주고 싶었던 게 내 솔직한 마음이었다. 하지만 그는 나를 저버렸다. 그는 단순히 개국 초기의 나라가 외척들에 의해 휘둘려질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처가를 몰살시켰다. 처가 뿐만이 아니었다. 며느리 소혜왕후 심씨의 집안도 같은 풍파가 일었다. 일가족을 몰살시키고, 부부인(중전의 어머니)에게는 관례에 따라 정1품의 품계를 내리는 대신 관노비로 전락시켰다.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나라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그랬을 것이라고, 그렇게 믿으려고 해 봤지만 되지 않는다. 정말 이것으로 나라의 기틀이 마련 되었을 수도 있기는 하다. 조선 후기, 세도정치가 시작되기 전까지, 약 400년간을 외척들이 설치는 일 없이 잘 지내왔으니깐. 하지만, 사람의 도리로서는 도저히 못 봐줄 지경이다. 대를 위해 소를 버린다는,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무엇보다도 무섭고 잔인한 말이 아닐 수 없다.
폭군이라던 광해군도 이러지는 않았다. 어쩌면, 태종이 광해군보다 죄가 더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알고 있는 광해군의 주된 죄명은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살해혐의와 계모 인목대비의 살인 미수이다. 태종보다 더할 것이 없다. 내가 짐작컨대 신덕왕후 강씨가 조금만 더 살아있었더라면 아마 태종의 손에 살해 되었으리라. 남편에게 헌신한 결과 가족들을 참혹한 죽음을 부른 것이 된 원경왕후 민씨가 불쌍했다.
고등학교 1학년. 생각과 느낌이 대다수 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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