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s. 리폿을 마치며..
모스크바의 오블론스키는 지금 복잡한 상황에 놓여 있다. 물론 삶과 죽음 (그것이 생물학적이든 사회적이든)의 기로에 서 있을 정도의 상황이 아니라, 고만고만한 문제들로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지 않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들이 쌓여서 얼마나 심각한 문제가 되는지는 스무살 이후로 항상 지속되어왔던 문제들이기에 잘 알고 있다.) 오블론스키는 자신이 가정교사와의 정사를 나눈 사실이 아내 돌리에게 발각되고 그녀가 그 관계에 대해 분노하여 더 이상 이러한 삶을 참을 수 없다며 심각하게 여기는 모습을 보고 심기가 불편하다. 또한 이 문제로 돌리가 집안 일을 관리하지 않자 그의 가정은 엉망이다. 요리사는 도망가고 하인들은 급료를 달라고 하고 있고 아이들은 온 집안을 뛰어다니며 어지럽히고 새로 구한 영국인 가정교사는 가정부와 싸우더니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고 있다. 이 난국을 벗어나기 위해 오블론스키는 페테르스부르크에 살고 있는 누이 안나 아르카지예브나를 구원투수로 부른다. 사실 오블론스키는 귀족이지만 삶에 있어서 능동적인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이러한 심각한 상황에서도 별로 개의치않고 자신의 잘못을 느끼지 못한다. 또한 그의 직업도 자신의 능력보다는 가문에 기대어 얻은 것이다. 전형적인 바람둥이에 난봉꾼이라 할까..
오블론스키로부터 구원의 요청을 받은 안나는 결국 모스크바로 오게되는데 모스크바로 오는 기차안에서 브론스키의 어머니와 동행하게 된다. 또한 안나를 마중 나온 오블론스키는 기차역에서 자신의 어머니를 마중 나온 브론스키를 만난다. 그 시각 그 역에서는 역무원이 기차에 치여 죽고 그의 부인은 오열하고 난장판이 된다. 그 소란속에서 안나와 브론스키는 첫만남을 가진다.(물론 만난 뒤에 소란이 일어나지만, 소란속에서의 첫만남이 자꾸 오버랩된다. ) 시작부터 에러다. 그든의 만남은 시작부터 멜로영화에서 나오는 햇살 비치고 꽃가루 날리는 장면이 아니라 기차역의 어수선함과 맞물려 혼란스럽게 된다. 이 소설의 끝은 비극일까? 아마 그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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