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의 프로메테우스
화려한 삶, 어두운 죽음
성악설
인간의 홀로서기
공동체를 위한 규범 : 예
순자의 논리학
순자 철학의 가치
그리이스 신화에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는 신들의 왕인 제우스 밑에서 불을 다루는 거인이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어느 날, 제우스를 속여서 불을 훔쳐다가 인간에게 주었습니다. 불을 갖게 된 인간들은 그때부터 신의 영역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삶을 살아가기 시작합니다.
인간 사회의 모습을 보고 화가 난 제우스는 대장장이 신 헤파이스토스에게 판도라라는 아리따운 여자를 만들게 해서 인간 세상에 내려보냅니다. 신들은 인간세상으로 가는 판도라에게 예쁜 상자 하나를 선물로 주었습니다. 판도라가 호기심에서 상자를 열자 상자 속에 들어있던 질병과 재앙의 영들이 나와서 온 세상에 퍼지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상자 구석에서 마지막으로 한 조각의 희망이 남아 있었습니다.
제우스는 불을 훔친 프로메테우스에게도 벌을 내렸습니다. 카우카수스 절벽에 프로메테우스를 묶어 놓고는 독수리가 간을 쪼아먹게 했습니다. 하루가 지나면 간이 다시 생겨났고, 그때마다 독수리가 날아와 간을 쪼아먹는 고통이 끊임없이 계속되었습니다. 오랜 세월이 지난 뒤 헤라클레스가 독수를 쏘아 죽이고 프로메테우스를 고통에서 구해 주었습니다. 프로메테우스는 하늘로부터 버림받았지만 인류의 문화를 일으킨 사람으로 평가됩니다. 프로메테우스가 훔쳐다 준 불은 인류의 문화를 상징합니다.
순자는 여러 면에서 프로메테우스와 유사합니다. 순자 이전의 사상가들은 대부분 모든 것의 근원을 하늘에서 찾았습니다. 만물을 낳아 준 것도 하늘이고, 주재하는 것도 하늘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늘은 만물 생성의 근원일 뿐 아니라 인간 도덕의 근원이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순자는 인간과 하늘의 관계를 끊어 버렸습니다. 하늘이란 비가 오고 바람 부는 자연 현상에 지나지 않을 뿐이라고 보았습니다. 따라서 인간을 낳아 준 존재도 아니며 더구나 인간의 도덕적인 행위와는 아무런 상관도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그 이전까지 하늘에 기대어 운명이라고 생각하던 것으로부터 자유로워진 대신에 인간은 스스로를 책임져야 하는 홀로서기의 어려움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순자는 인간의 순자의 생각은 인간의 지위와 실천을 극대화시킨 인문 정신의 완성이었습니다.
하늘과의 관계를 끊어 버린 순자의 눈에 보인 인간의 참모습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 끊임없이 싸우는 존재였을 뿐입니다. 이것이 순자의 성악설입니다. 순자의 성악설은 판도라의 상자인 셈입니다. 그러나 순자의 판도라 상자 속에는 악한 본성을 이겨 나갈 숭고한 인간의 의지가 남아 있었습니다. 순자의 철학이 인문 정신의 극치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본성을 악하다고 본 그 한 가지 이유만으로 순자는 마치 프로메테우스처럼 뒷날 많은 학작들에 의해 두고두고 비판받는 고통을 당해야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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