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프카는 날마다 은행에 출근하면서 자신의 현재 상황을 벗어나고 싶었던 것 같다. 마치 미드라마 ‘엘리의 사랑 만들기’를 보는 것처럼 그의 머리 속은 어느 순간 솟아나는 상상들로 주체할 수가 없다. 순간 순간의 기막힌 상상력은 그의 찌든 일상생활에 대한 탈출구이다. 그는 머리 꼭대기에 상상의 누각을 만든다. 그는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심판을 받는다는 느낌의 일상생활은 관료제 속에서 살고 있는 본인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다. ‘재판소 사무국은 거의 어느 다락에나 있다(심판, 191)’는 느낌을 가지며, 한 개 사무실문을 열 때마다 생각하지 않았던 상황들로 심판을 받아야 하는 이 관료제에서 미치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견디기 힘든 일이다. 카프카는 [심판]을 통해 그의 일상이 심판받기 위해 서 있는 죄수 같은 모습을 그려낸다. 그를 닮은 주인공 K가 심판받기 위해 서 있는 문 앞에서 한 문지기는 법률에 임한다는 것은 임무를 맡았다는 것을 강조하고, 법률을 모르는 것은 죄에 해당한다고 이야기한다. K는 모든 것이 부여된 임무와 심판으로 둘러싸여 있는 현실에 지쳐있다. 그는 죽어가면서 그가 보지 못한 재판관은 어디에 있는가 하고 묻는다(심판, 265). 그가 그토록 보기 원했던 재판관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관료제라는 사실을 그 순간 생각이 날 수 있었던 것은 카프카가 예전에 만났던 한 성직자의 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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