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전거수사와 시간성의 수사학
3. 전거수사와 육사 수필의 특성
4. 전거수사와 육사 시의 특성
(나) 시에서 시인은 자신의 시 정신을 뮤즈를 통해 표현하기 위해 여러 토포스로부터 기호를 차용해온다. 시 정신으로 바꿔 읽을 수 있는 ‘나의 뮤―즈’는 헐벗은 존재이며, 한번도 스스로 흡족하게 여길만한 성취를 이룬 적도 없는 밤의 왕자이며, ‘아무것도 없는 주제’로 표현되는 하찮은 존재이다. 그러나 시적 화자는 그런 존재를 전혀 부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그것은 ‘나의 뮤즈’가 ‘모든 것을 제것인듯 뻐틔는 멋’으로 표현되는 기개와, 고향에서 기인한 상당한 긍지(자랑)를 지닌 존재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가 주목해야 할 점은 그런 기개와 긍지를 나타내는 것은 모두 토포스에서 차용된 기호라는 사실이다. ‘인드라의 영토’라는 구절은 하늘의 제왕으로서 번개를 던져 악마와 싸우는 인도의 최고신인 인드라를 인도의 신화로부터 차용한 것이다. 그 구절은 구체적으로 단지 ‘하늘’을 뜻한다. 그러나 시적 화자가 그런 단순한 하늘을 ‘인드라의 영토’라고 표현한 것은 나의 뮤즈가 광활한 우주를 자유자재로 지배하는 최고의 제왕일 수 있음을 암시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 구절은 비록 화자 자신은 아무것도 가진 것이 없는 헐벗은 존재이지만 시 정신만은 이 지상의 어느 누구도 따라갈 수 없는 경지에 와 있다는 시적 화자의 자긍과 기개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기개는 ‘북해안 매운 바람 속’에서 대곤(大鯤)을 타고 다녔다는 것에서 긍지로 다시 나타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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