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인훈의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이 희곡의 첫째마당과 둘째마당에 나타나는 피지배층은 궁핍함과 힘든 노동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부부애와 개똥어멈과 아내 사이의 우정으로 충만 된다. 그러나 용마의 울음소리와 함께 점점 가까워지는 포졸들의 노랫소리는 차츰 남편과 아내를 급박한 선택의 기로 속으로 몰아넣는다. 여기다 이라고 부르는 아기의 목소리는 더욱 위험을 불러들여 결국 남편은 아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아들을 죽이게 된 것이다.
극작가 최인훈은 작품 곳곳에 상당히 긴 무대지시문을 삽입하여 여러가지 음향, 인물들의 대사 및 움직임에 대해 대사로 표현하기 보다는 세부적인 상황을 묘사하는 지시문으로써 이를 한층 증폭시켜 낸다.
이것은 ‘바람소리’, ‘시뻘건 빛’등 시각과 청각의 형태로 심화된다.
남편, 일어나서 뒤켵으로 간다
짚을 가지고 나온다
아내, 쳐다본다
남편, 사립문 앞에 집을 벌려놓고 새끼를 꼰다
오랜 사이
끌리듯, 아내 따라 멈춘다
밖에서 기척
사이
남편, 간신히 옮기는 걸음으로 사립문 쪽으로 다가간다
귀를 기울인다
기척
저녁놀이 비치기 시작한다
차츰 짙어가는 노을
시뻘건, 핏빛 같은 노을
보랏빛으로 바뀐다
갑자기 어둠
이때 먼데서 말의 울음 소리
아내가 낳은 아기가 용마라는 사실을 알게 된 부모의 긴장된 상황과 용마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암시해 주는 위의 두 지시문은 청각화, 시각화를 통해 극적 위기감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부모의 긴장감은 ‘몸짓’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이 아니라 미세한 ‘기척’에도 ‘귀를 기울이는’ 모습으로 형상화되고 관리들의 검거의 좁혀 들어옴, 즉 아기 장수의 예정된 죽음은 ‘차츰 짙어 가는 노을’, ‘핏빛같은 노을’, ‘어둠’이란 시적 표현을 사용하여 은유적으로 묘사된다. ‘노을’은 하루가 막을 내리게 되는 시간으로 종말을 내포하며, 생명이 소진될 시간이 가까워졌음을 나타낸다. ‘피’는 인간의 생명력을 암시하는 기호로서 ‘노을’처럼 확산된 ‘핏빛’은 피의 유혈, 곧 죽음을 환기한다. 마지막 지문 ‘말의 울음소리’는 파멸의 청각기호로서 아기 장수 부모에게 닥칠 미래의 비운을 고조시킴을 알 수 있
박옥진, 『최인훈 희곡의 비극성 연구』, 숭실대학교 석사학위논문, 1995.
홍진석, 「최인훈 희곡 연구」, 서울 : 태학사, 19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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