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줄거리
② 삶과 죽음의 일관성
③ 중년의 소외 - ‘가벼워진다’의 의미
① 줄거리
: 2년 동안 뇌종양을 앓던 아내가 죽었다. 화장품 회사의 상무로 근무하고 있던 55세의 ‘나’는 굉장히 무덤덤하게 아내의 죽음을 받아들이고, 또 묵묵히 장례일정을 준비한다. 이러한 와중에 ‘나’는 스스로 배뇨가 어려울 정도로 전립선염을 앓고 있어서 계속되는 방광의 짓눌림에 무척 고통스러워한다. 한편 ‘나’는 같은 회사에 다니고 있는 추은주에게 사랑을 품고 있으며 죽어가는 아내의 육체와는 반대로 생명력 넘치는 추은주의 육체에 대해 경외심을 가지고 있다. 삶과 죽음, 젊음과 늙음, 무거움과 가벼움 사이에서 끊임없이 번뇌하던 ‘나’는 마지막 장면에서 회사 상품의 리딩 이미지 문구를 ‘가벼워진다’로 선택하면서 ‘가벼움’을 받아들이게 된다.
② 삶과 죽음의 일관성
: 작가는 죽음과 죽음으로 향하는 과정 자체를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식하며 더 나아가 삶과 동일선상에 놓으려 한다. 이를 우선 아내의 편안한 죽음, 나의 무덤덤함, 변화 없는 주변 상황 등을 통해 살펴보도록 하자.
이 년에 걸친 투병의 고통과 가족들을 들볶던 짜증에 비하면, 아내의 임종은 편안했다. 숨이 끊어지는 자취가 없이 스스로 잦아들듯 멈추었고, 얼굴에는 고통의 표정이 없었다. 아내는 죽음을 향해 온순히 투항했다. (pp.33-34)
딸에게 전화를 걸까 하다가 좀 더 재우기로 했다. (p.35)
병원 근처 사우나에 가서 잠을 청해보기로 했다. (p.36)
휴대폰 배터리가 끊어졌다. ……. 휴대폰이 죽는 소리는 사소했다. 새벽에, 맥박이 0으로 떨어지면서 아내가 숨을 거둘 때도 심전도 계기판에서 그런 하찮은 소리가 났었다. (p.36)
옆 침대의 환자가 얼굴을 찡그리면서 저편으로 돌아누웠다. (p.33)
직원 두 명이 병실로 들어와 아내의 침대 주변과 쓰레기통, 변기에 분무 소독액을 뿌렸다. (p.34)
청소부들이 거리를 쓸었고 음식점 앞 쓰레기통에 비둘기들이 모여 있었다. (p.34)
여름 광고 전략은 자네가 끝까지 마무리해주게. 상중이라고 미뤄둘 수가 없는 일 아닌가. (p.49)
아내는 투병 중에 두통 발작이 도지면 머리카락을 쥐어뜯고 시퍼런 위액을 토해낼 정도로 고통스러워했으나 막상 피하려고 했던 ‘죽음’ 자체는 고통 없이 맞이할 수 있었다. 2년 동안 아내를 간병하던 나도 그녀의 고통스러운 삶을 바라보며 덩달아 고통을 느꼈지만, 막상 아내가 죽자 묵묵하게 일상처럼 행동한다. 당사자인 그들이 무덤덤한데 주변은 오죽하겠는가. 소설의 시작이 ‘아내의 죽음’인 만큼 그것은 전반적인 스토리 흐름의 중심축이 되지만 자극적인 소재와는 달리 모든 이들에게 죽음에 대한 수용은 자연스럽기 그지없다는 점에서 작가의 인식은 베일을 벗기 시작한다. 그리고 아내의 병인 뇌종양과 자신의 병인 전립선염에 대한 의사의 설명 속에서 삶과 죽음의 이미지는 더욱 구체화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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