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아시는 대로 저는 대통령 후보가 되어서 선거운동을 합니다. 저의 주위에는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연출하고 감독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우리 대변인 정동영 의원 ― 아마 여러분 선배일 것입니다 ― 도 와서 저 보고 글씨는 이렇게 쓰고, 저고리는 벗고 하라고 합니다. 총재면 아주 굉장한 줄 알지만, 이렇게 꼼짝달싹 못하는 때가 많아요. 대통령 후보 나가면 구차한 것이 많습니다. 넥타이를 이렇게 해라, 화장도 해야된다, TV에 나가면 많이 웃어라, 뭐 이런 것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오늘 제가 서울대학교를 들어오니까 막 천둥이 치더라고요. ‘왜 이러는가, 내가 와서는 안되는데 왔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우선 ‘서울대학교가 보통 곳이 아니니까 정신 바짝 차려서 강의 잘 해라, 잘못하면 혼난다’ 이렇게 받아들여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강의실 입구에 오니까 학생 20여명이 피켙을 들고 시위를 하면서 저한테 ‘각성하라, 각성하라’고 외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이것 때문에 천둥이 친 것이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그렇지만 제가 정말 정신 바짝 차린 것은 다른 데 있습니다. 여러분 가운데서도 앞으로 대통령 선거나 국회의원 선거에 나올 분이 계시겠지만, 출마해서 선거운동으로 들어가 보세요. 그러면 사람이 사람으로 안 보이고 표로 보입니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제가 여러 학생들과 학문적 대화를 나누고자 합니다. 그래서 여러분을 표로 간주하는 결례가 없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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