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인들의 사랑
3.마치며
아아! 어쩌면 그렇게 잠이 깊이 들었었는지
그가 왔을 때에는 나는 숙수(熟睡)중이었다.
그는 좋은 음악을 내 머리맡에서 불렀었으나 나는 조금도 몰랐었다.
이렇게 귀중한 밤을 수없이 그냥 보냈었구나
아아 왜 진작 그를 보지 못하였는가
아아 빛아! 빛아! 정화(情火)를 키어라.
언제까지든지 내 옆에 있어다오
아아 빛아! 빛아! 마찰을 시켜라
아무것도 모르고 자는 나를 깨운 이상에는
내게서 불이 일어나도록 뜨겁게 만들어라.
이것이 깨어준 너의 사명이오.
깨인 나의 직분이다.
아! 빛아! 내 옆에 있는 빛아!
나혜석「光」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쭉쭉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아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 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백석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내 마음을 아실 이
내 혼자ㅅ마음 날같이 아실 이
그래도 어데나 계실 것이면
내 마음에 때때로 어리우는 티끌과
속임없는 눈물의 간곡한 방울방울
푸른 밤 고히 맺는 이슬 같은 보람을
보밴 듯 감추었다 내여드리지
아! 그립다
내 혼자ㅅ마음 날같이 아실 이
꿈에나 아득히 보이는가
향맑은 옥돌에 불이 달어
사랑은 타기도 하오련만
불빛에 연긴 듯 희미론 마음은
사랑도 모르리 내 혼자ㅅ마음은
김영랑 「내 마음을 아실 이」
역사를하노라고 땅을파다가 커다란돌을하나 끄집어내어놓고보니 도무지어디서인가 본듯한생각이들게 모양이생겼는데 목도들이 그것을메고나가더니 어디다갖다버리고온모양이길래 쫓아나가보니 위험하기짝이없는 큰길가더라. 그날밤에 한소나기하였으니 필시그돌이깨끗이씻겼을터인데 그이튿날가보니까 변괴變怪로다 간데온데없더라. 어떤돌이와서 그돌을업어갔을까 나는참이런처량한생각에서 아래와같은 작문作文을지었도다.
「내가 그다지 사랑하던 그대여 내한평생에 차마 그대를 잊을수없소이다. 내차례에 못올사랑인줄은 알면서도 나혼자는 꾸준히생각하리다. 자그러면 내내어여쁘소서」어떤돌이 내얼굴을 물끄러미 치어다보는것만같아서 이런詩는 그만찢어버리고싶더라.
이상『이런 詩』
김영랑. 『김영랑 시집』.범우사. 2007
나혜석,『나혜석전집』.태학사, 2000
백석,『정본 백석 시집』.문학동네, 2007
이상.『이상전집1』. 웅진문학에디션. 2009
단행본
권보드레, 『연애의 시대』, 현실문화연구, 2003
명혜영. 『한일 근대문학에 나타난 섹슈얼리티의 변용』. 제이앤씨. 2009
최규진. 『근대를 보는 창21.』. 서해문집. 2007
전봉관. 『경성기담, 근대 조선을 뒤흔든 살인사건과 스캔들』. 살림. 2006
전봉관. 『경성자살클럽, 근대 조선을 울린 충격적 자살 사건』. 살림.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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