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신경숙 장편소설 `바이올렛`을 읽고
이 작품에서 표제인 '바이올렛'은 다양한 상징성을 함축하고 있다. 그것은 사전의 정의대로 꽃의 일종이며, 보라색이라는 색깔을 나타내기도 하고, 수줍은 여인을 은유하기도 한다. 동시에 폭력과 연결된다. 작가는 이런 다채로운 의미가 소설 속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여러 삽화와 비유를 통해 긴밀하게 형상화해놓고 있다. 또한 바이올렛은 그리스 신화 속에 나오는 비극적 운명의 여인 이오와 중첩됨으로써 그 내포를 심화시키고 있다. 그리하여 서울이라는 거대도시의 한복판, 그 익숙한 공간이 돌연 오랜 세월에 걸쳐 그 모습을 달리해가며 벌어지는 신화적 비극이 상연되는 무대로 탈바꿈한다. 따라서 바이올렛의 보랏빛은 수난의 핏자국이자 소외된 자, 억눌린 자의 멍자국이라 할 수 있다. 그것은 아름다운 동시에 처절하며, 애잔한 동시에 섬뜩하다.
『바이올렛』의 그녀, 오산이는 한순간 온몸을 덮쳐온 격렬한 욕망에 붙잡혀 도시 한복판을 걷는다. 걷고 떠돈다. 몸을 기울여도, 아무리 내몰아보려고 해도 그 욕망은 나가지 않는다. 포크레인에 그 욕망의 몸을 부숴버릴 때까지. 그리고 그녀는 이 거리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이 비범한 욕망의 오디세이 끝에서, 포크레인 묘지 안에서 그녀는 무언가를 끄적거리고 있다. 글을 쓴다는 것. 『바이올렛』은 바스라진 욕망의 이야기이되, 그 모든 욕망의 좌절과 글쓰기의 욕망이 꼬리를 물고 다시 소설 속으로, 문학 속으로 들어오는 모든 글쓰기의 자전(自傳)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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