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행문]창경궁 기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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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지막한 토요일 오후 창경궁을 향했다. 씁쓸한 가을바람에 창경궁을 생각하니 더욱 초라하고 가엾은 생각이 들었다. 홍화문 밖에 서성이는 드레스 와 검은 양복 차림의 사람들 그리고 커다랗고 무시무시해 보이는 사진기.. 수없이 밟히고 부끄러운 그 모습을 송두리째 찍힐 창경궁을 생각하니 눈앞 이 캄캄하다.

소란스러운 홍화문을 들어서서 옥천교 앞에 와 발걸음을 멈추었다. 홍예가 겹치는 부분에 절묘하게 놓아진 귀면조각.. 사슴의 뿔 같은 것에 복스러워 보이는 주먹코 모두 드러나 있는 네모난 윗니의 모습이 보였다. 물길을 엄히 다스리는 이 귀면의 모습은 그 깊이가 있다. 나 같은 장님 이야 기껏 보아야 처음엔 험상궂음.. 그 다음엔 정감이지만.. 왠지 그 깊이 가 짐작된다. 언젠가 그 깊이를 느낄 수 있다는 건 착각이라 할 만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