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문학사] 쌍화점 - 비극의 시대에 여성으로 살아가기
사랑하는 사람은 있었다. 고리타분한 조선처럼 한 사람만 정해두고 사랑하고 결혼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좋아하고 사랑할 땐 다른 이는 눈에 들어오지 않을 만큼 마음 쏟은 사람은 있었다. 그러나, 그런 사랑을 몰라주고 남자는 쉽게도 변해버렸다. 내게 향하던 그 사랑을 그대로 다른 사람에게 부어주러 떠나가 버렸다. 사랑에 배신 당했기에 마음에는 아픔이 남았다. 그리고 떠나간 그를 잊을 때 쯤 새로운 사랑이 찾아들었으나, 이미 현실에서 이별은 불가피한 것이었다.
연인을 갈라놓을 수밖에 없던 사회 현실. 전쟁이 그랬고, 그로 인한 가난이 그랬다. 중세의 고려는 그야말로 암흑기였고, 고난의 시대였다. 거란과 여진의 빈번한 침입, 수차례에 걸쳐 자행된 몽고의 침략, 굶어 죽어 길에 쌓여가는 시체들, 포로로 붙들려 가는 백성들, 잇따른 내란, 원의 속국으로의 전락에 따른 국가적인 자주성의 상실까지.
고려 여성들은 무능한 고려 조정의 희생양이었다. 충렬왕 이후부터 공민왕 초까지 80여 년 간 원의 속국이 된 고려는 자주성 상실로 온전한 국가로서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게다가,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주어야 할 국가가 여성을 원에 바침으로써 원의 비위 맞추기에 급급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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