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혁명의 구조 패러다임 와 건축
우선 이 책은 과학, 혁명, 구조의 관한 책이다. 이 책의 제목은 ‘과학혁명의 구조’ 즉 과학을 연구 대상으로 한다는 점, 과학은 혁명, 즉 분절적으로 발전 혹은 변화한다는 점, 과학혁명은 구조적 과정이라는 점, 즉 사회구조적 1)메커니즘을 통해 일련의 과정적 형식으로 진행됨을 말하고 있다. 여기서 저는 이 책에서 저자가 나타내고자한 저자의 뜻과 건축과 - 동양의 건축양식과 서양의 건축양식 - 연관지어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과학은 과연 어디까지 진보하는 것이고 또 어디까지 진보할 수 있는가가 처음 생긴 의문점이다. 또한 지금까지의 과학이 진보해왔고 앞으로 진보해 나가리라고 확신할 수 있는가도 의문이다. 책에서 저자는 진보나 발전을 과학의 본성이라고 못 박아 놓고 있다. 하지만 까마득히 오래된 건축 양식을 가지고 사람들이 살기위한 공간을 설계하는 건축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관점이라고 생각한다. 토마스 S.쿤의 이론이 가지는 가치는 ‘과학혁명의 구조’가 비단 과학 영역에만 의미를 두지 않고 인간의 사고영역을 포함한 전 영역에 의미를 둔다는 데 있다. 여기서 말한 전 영역에 건축이란 영역도 포함된다고 보았다. 그의 이론이 양적 변화가 질적 변화로 변환하는 맑스의 2)변증법적 사회발전이론과 일맥상통한다는 점은 이를 더욱 설득력 있게 한다. 이러한 역사의식은 서구의 단선적 역사발전관에 대해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역사(과학)의 발전은 혁명적 과정의 연속이며 혁명을 통한 발전은 단순한 누적적 발전과 다르다. 역사의 발전은 시간과 발전량의 일차방정식이 아니라 혁명을 분기점으로 하는 계단식의 발전이다. 더 나아가 그는 서로 다른 혁명기간 사이에 과학의 의미가 호환되지 않는 다는 점을 들어 거시적으로 봐도 시간의 전개가 단순하게 발전을 이끄는가, 발전이라 판단하는 것은 도대체 무슨 기준인가, 지금의 3)패러다임을 가지고 발전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과연 합당한 것인가 하는 의문을 제기했다.
역사는 패러다임의 성함과 쇠함의 연속이라고 설명한 점에서 그의 이론은 동양의 순환적 역사관과 - 자연의 순환적 변화를 그대로 인간사회에 차용한 역사관, 서양의 대표적 건축양식에 잘 나타나 있다. - 닮아 있다. 동양의 건축은 동양의 종교에 바탕을 두는 학문이다. 패러다임 이론은 동양의 건축에 두 가지 시사점을 던진다. 우선 그 첫 번째로 지금까지 신성하게 여겨왔던 서양 중심의 과학과 건축양식의 패러다임은 지금 시대의 ‘패러다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서양의 그것과 종교에 대한 전혀 다른 접근법과 분석법을 가진 동양의 건축양식은 재평가 받아야 한다. 서양의 잣대로만 - 서양과학이 한국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가지게 된 것은 고작 100년 남짓에 불과한 것과 다름이 없다. - 동양의 건축을 평가하는 것은 큰 한계가 있다. 이 책이 동양의 건축양식과 서양의 건축양식과 어떠한 관련이 있을까라는 의문점을 가졌었다. 그러나 서양의 패러다임에서 동양의 건축의 의미와 나아갈 바를 염두에 두고 책을 해석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생각했다. 쿤이 건축과 같은 특수한 과학의 준거로 삼았던 사회적 효용성은 사회적으로 그것이 얼마나 쓸모 있는 가일 것이다. 동양 건축학은 서양과학과 건축의 지배 속에서도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서로 다른 패러다임을 가지고 있는 동양건축과 서양건축의 대화는 근본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건축은 철학도 과학도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건축과 연관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건축은 사람의 공간을 고치는 학문이다. 아니 기술이다. 패러다임 론은 동양건축이 서양과학에 의해 부당하게 평가받는 것을 교정해 주지만 그렇다고 건축이 이론이 아니라 실제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 동양건축양식의 과학화는 건축 본연의 목적에 따라 서양건축양식의 장점을 수용하여 동양건축의 단점을 보완하는 것 서양과학에 익숙한 대중을 위해 동양건축을 서양과학의 언어로 풀어쓰는 것일 것이다. 쿤의 패러다임이론은 동양건축양식을 연구하는 연구자들에게나 또한 건축을 배우고 있는 학생들에게나 동양건축이 본연에 임무에 충실해야 하며 사회에 요구에 따라 스스로 혁명적 변화를 가져와야 함을 일깨워 준다고 하겠다.
각주
1) 틀에 박힌 생각 또는 기계적인 처리
어떤 사물의 구조. 또는 그것의 작용 원리.
2) 희랍 철학에서, 진리에 이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문답법.
유동 변화하는 현실을 동적으로 파악하여 그 모순 대림의 의의를 인정하려는 사고법, 하나의 사물이 그 발전 과정에서 스스로의 내부에 존재하는 모순으로 말미암아 자신을 부정하는 것이 생기고, 다시 이 모순을 스스로 지양함으로써 보다 높고 새로운 것에 이르게 된다는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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