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교사로 산다는 것은
한국에서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몇 년 후 내가 겪게 될 일이기도 하고 내 주변에서도 흔히 찾아 볼 수 있는 광경이다. 7살 때부터 지금 현재까지 수많은 선생님들을 만나왔고, 함께 생활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들의 속사정을 알기란 쉽지가 않다. 초등교사가 되고 싶어서 오게 된 교육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지금도 나는 학생의 신분이므로 학생의 눈에서만 교사를 바라보기 때문이다. 그래서 현재 교편을 잡고 있는 교사들의 교직에 대한 이해와 삶의 자세 등을 혼자 생각해 보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었다. 그러던 중 몇 달 전 우연히 알게 된 블로그 하나가 떠올랐다. 교직생활 5년차에 접어든 한 초등교사가 운영하는 블로그인데, 자신이 수업한 내용 이라든가 학급에서 일어난 여러 가지 일들을 그날그날 사진들과 함께 예쁘게 꾸며서 올려놓은 교단일기로 가득해 가끔 들러 부러움과 선망의 눈길로 구경을 하던 곳이었다. 그곳에 올라온 여러 사연 들 중 한 가지 기억에 남는 게 있어서 간추려 옮겨 적어 보자면 이렇다.
도덕수행평가를 하려고 이주일 전부터 과제를 제시했다. 그러고도 혹시나 잊고선 해오지 않는 녀석들이 있을까봐 담임선생님께 일일이 연락드려서 알림장에 적어주십사 재차 부탁도 했다. 그런데 오늘 과제를 걷고 보니 해오긴 했으나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뻔한 내용을 휘갈겨 적은 아이, 친구의 것을 따라 적다가 힘들어서 1/3만 적은 아이, 네이버 지식인에서 줄줄줄 뽑아온 아이까지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정작 나를 더욱 실망스럽게 한건 그토록 열심히 예고해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고작 다섯 명만 해온 반도 있을 만큼 아이들의 과제 수행율이 적었다는 것이다. (중략) 나를 위한 과제도, 나를 위한 평가도 아니다. 오로지 저 녀석들의 과제이고 수행평가이다. 그런데 내가 해오라고 그토록 사정을 하고도 오늘날 이러한 결과밖에 기대할 수가 없었단 말인가! 태반의 녀석들이 과제를 해오지 않고서도 뒤늦게나마 제 생각대로 적어볼 생각도, 하다못해 다른 친구의 것을 보고 따라 적을 생각도 하지 않았다. 대체 무슨 배짱을 가지고 저리 당당하게 빈손으로 온건가? 잊을래야 잊을 수도 없게 과제가 있으니 꼭 해오라고 그토록 강조했건만. 열불이 나서 악을 써댔다. “이렇게 작은 일도 못하면서 어떻게 큰 사람이 되니? A4 한 장에 간단한 자기 생각 적어오는 것도 안하면서 꿈만 대통령이고 선생님이고 의사고 국제변호사고 과학자면 다니?“ 그리곤 아이들 보라는 듯 수행평가 종이에 C를 마구 날렸다. 잠시 기분이 시원해지는 듯 했으나 결국 다시 이성을 찾고 “내일 아침이 마지막이야. 내일 아침까지 해오면 A는 아니더라도 B는 줄 수 있어.“ 공부도 남이 시켜서, 과제도 남이 시켜서, 억지로, 겨우 겨우 하는 녀석들. 정말 누구를 위해서 학교를 다니는지 공부를 하는지 생각 좀 해보고 살자.
위의 글에서는 선생님을 너무나 힘들게 하는 초등학생들로 인해 힘들어하는 교사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이 같은 사례가 여기저기서 자주 발생하고 있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요즘 초등학생들이 너무 버릇없다고들 하는데 몇 년 전만 해도 순수했던 아이들이 이렇게 변해버린 이유는 모두 어른들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참 뛰어 다니면서 놀아야 할 시기에 또래들이 모여 있는 놀이터가 아닌, 3~4개의 학원을 꼭두각시처럼 빙빙 돌다가 집에 와서 학교 숙제를 하기 위해 인터넷을 뒤지는 것은 억지스러울지 몰라도 어쩌면 자연스러운 현상일지도 모른다. 아이는 아이다운 것이 가장 중요한 것인데 지금 현실이 아이들을 너무 안쓰럽게 만들어 버리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3년하고도 조금 더 남은 시간이 흐르면 나도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맞이하게 될 것이다. 어쩌면 미래의 아이들은 지금의 아이들보다 더 순수함을 잃어버린 채 살아가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에 따라 내가 겪어야 할 많은 시련과 고통도 뒤따를 것이란 생각이 든다. 이렇게 되면 교사로서 일생을 살면서 한 두 번 정도 참지 못 할일도 생길 텐데, 그럴 때마다 교직윤리시간에 배운 걸 하나하나 마음속으로 되짚으며 나 자신을 통제할 줄 아는 교사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그리고 진정 아이들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무엇이 아이들을 위한 것인지 빠르고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 그렇게 되기 위해 다분히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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