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원가(閨怨歌) - 한스러운 여인의 노래 -
- 한스러운 여인의 노래 -
는 여류가사의 선구적 작품으로 다른 이름으로는 ‘원부사(怨夫詞)’라고도 불리는 작품이다. 이 노래는 허균의 누이이자 허난설헌이라고 많이 알려져 있는 허초희의 작품으로 남성 중심의 가부장적 사회에서 서럽고 한스러운 생애를 인종의 자세로 살아야 했던 조선 시대 여성의 정서가 절실하게 표현되어 있다고 평가받고 있다.
Ⅰ. 내용
엇그제 저멋더니 하마 어이 다 늘거니. 少年行樂(소년행락) 생각하니 일러도 속절업다. 늘거야 서른 말씀 하자니 목이 멘다. 父生(부생) 母育(모육) 辛苦(신고)하야 이 내 몸 길러 낼 제 公侯(공후) 配匹(배필)은 못 바라도 君子(군자) 好逑(호구) 願(원)하더니, 三生(삼생)의 怨業(원업)이오 月下(월하)의 緣分(연분)으로, 長安(장안) 遊俠(유협) 경박자를 꿈가치 만나 잇서, 當時(당시)의 用心(용심)하기 살어름 디듸는 듯. 三五(삼오) 二八(이팔) 겨오 지나 天然麗質(천연여질) 절로 이니, 이 얼골 이 態度(태도)로 百年(백년) 期約(기약) 하얏더니, 年光(연광)이 훌훌하고 造物(조물)이 다 猜(시)하야, 봄바람 가을 믈이 뵈 오리 북 지나듯 설빈화안 어디 두고 面目可憎(면목가증)되거고나. 내 얼골 내 보거니 어느 님이 날 괼소냐. 스스로 慙愧(참괴)하니 누구를 怨望(원망)하리.
三三五五 冶遊園의 새 사람이 나단 말가. 곳 피고 날 저물 제 定處(정처)없이 나가 잇어, 백마마금편으로 어디어디 머무는고. 遠近(원근)을 모르거니 消息(소식)이야 더욱 알랴. 因緣(인연)을 긋쳐신들 생각이야 업슬소냐. 얼골을 못 보거든 그립기나 마르려믄, 열 두 때?길도 길샤 설흔 날 支離(지리)하다. 玉窓(옥창)에 심근 梅花(매화) 몃 번이나 픠여진고. 겨울 밤 차고 찬 제 자최눈 섯거 치고. 여름날 길고 길 제 구즌 비난 므스 일고. 三春花柳(삼춘화류) 好時節(호시절)의 景物(경물)이 시름업다. 가을 달 방에 들고 실솔이 상에 울 제, 긴 한숨 디난 눈물 속절업시 헴만 만타. 아마도 모진 목숨 죽기도 어려울사.
도로혀 풀쳐 혜니 이리하여 어이하리. 靑燈(청등)을 돌라 노코 綠綺琴(녹기금) 빗기 안아, 碧蓮花(백련화) 한 곡조를 시름 조차 섯거 타니, 瀟湘(소상) 夜雨(야우)의 댓소리 섯도난 닷, 華表(화표) 千年(천년)의 別鶴(별학)이 우니는 닷, 玉手(옥수)의 타는 手段(수단) 옛소래 잇다마난, 芙蓉帳(부용장) 寂寞(적막)하니 뉘 귀에 들리소니. 肝腸(간장)이 九曲(구곡)되야 구븨구븨 끈쳐서라.
찰하리 잠을 드러 꿈의나 보려 하니, 바람의 디난 닢과 풀 속에 우는 즘생, 므스 일 원수로서 잠조차 깨오난다. 天上(천상)의 牽牛織女(견우직녀) 銀河水(은하수) 막혀서도, 七月(칠월) 七夕(칠석) 一年(일년) 一度(일도) 失期(실기)치 아니거든, 우리 님 가신 후는 무슨 弱水(약수) 가렷관듸, 오거나 가거나 소식조차 끄쳤는고. 欄干(난간)에 비겨 셔서 님 가신 데 바라보니, 草露(초로)난 맷쳐 잇고 暮雲(모운)이 디나갈 제, 竹林(죽림) 푸른 고대 새 소리 더욱 설다. 세상의 서룬 사람 수업다 하려니와, 薄命(박명)한 紅顔(홍안)이야 날 가타니 또 이실가. 아마도 이 님의 지위로 살동말동 하여라.
이 노래의 내용을 간단하게 살펴보면, 우선 화자는 덧없이 흘러간 과거를 회상하면서 이제는 늙어서 보잘것없이 되어버린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고 있다. ‘장안의 유협 경박자’인 남편을 만난 것은 전생에 지은 죄의 대가라고 생각하고 체념해 버리는 모습을 보인다. 그러면서 화자는 술집에 드나드는 남편에 대한 원망과, 눈물과 한숨으로 세월을 보내는 자신의 애달픈 심정을 드러내며, 그러한 슬픔과 외로움을 거문고로 달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에 가서는 꿈에서조차 만날 수 없는 기약 없고 무정한 임을 언제까지나 기다리며 살아갈 수밖에 없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탄식이 드러나 있다. 이렇게 전개된 노래의 내용을 잘 보면, 화자의 심리가 조금씩 바뀜을 알 수가 있다. 이에 대해서는 뒤에서 말해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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