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애 & The lake house)
Ⅰ.
‘리메이크(Remake)’란 단어 그대로 원작을 참고하여 새롭게 ‘다시 만드는 것’을 뜻한다. 여기에는 과거의 작품을 시간이 흐른 뒤 시대에 맞춰 리메이크 하는 경우나 최근 한국 대중가요가 아시아권 여러 나라에서 심심치 않게 리메이크 되고 있듯이, 다른 나라의 좋은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다른 장르의 작품을 하고자 하는 장르에 맞춰 새롭게 각색하여 재구성하는 경우 등의 다양한 방법들이 사용되고 있다.
미국의 영화를 대표하는 대명사로 쓰이는 ‘헐리웃’에서는 지금까지도 영화를 리메이크 하는 일이 심심치 않게 있어 왔으며 그 중에는 원작으로 동양 영화가 채택되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한 경우 대체로 공포 영화로 유명한 일본의 작품-최근 우리나라에서는 일본 특유 감성 멜로의 강세가 두드러지지만-들이 리메이크 되어 왔는데, 몇 년 전부터는 세계 속에서 한국 영화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한국 작품이 리메이크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도 종종 들려온다. 하지만 그 이 후 누가 캐스팅 되었다더라, 혹은 감독이 누구라더라 하는 등의 소식만 들려올 뿐, 어떤 영화가 제작이 완료되어 개봉한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을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나라 영화 최초로 헐리웃에서 리메이크 된 영화가 ‘레이크 하우스(감독: 알레한드로 아그레스티, 주연: 키아누 리브스, 산드라 블록)’이다. 이는 2000년 개봉한 한국 영화 ‘시월애(감독:이현승, 주연: 이정재, 전지현)’를 헐리웃에서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2006년 미국 개봉 당시 한국 영화 최초로 헐리웃으로 간 작품이라는 타이틀 아래 그에 대한 기대도, 우려도 컸었다. 하지만 레이크 하우스는 전 세계에서 약 1억 1,500만 달러를 거둬들이는 성과를 보이며 -워너 브라더스는 50만 달러에 시월애를 구입했다고 한다.- 우리의 우려를 잠식시켰다. 이에 따라 시월애는 미국 내에서 어느 정도는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으며 같은 해, 한국에서도 개봉했었다. 사실 한국개봉 당시 국내에서 레이크 하우스에 가졌던 대대적인 관심은 영화 자체에 그 초점이 있었던 것이 아니라, 세계 영화의 흐름을 좌지우지하는 헐리웃 시장으로 팔려 나간 한국 영화에 대한 단순한 자부심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었을까 싶다. 세계 유명 여배우와 남자배우가 연기한 성현과 은주라니. 이런 의견을 대변이라도 하듯, 한국 개봉 후 관객들의 반응은 ‘시월애’ 혹은 ‘레이크 하우스’의 손을 각각 들어주며 양 편으로 나뉘었지만, 대세는 반론할 여지없이 ‘시월애’쪽이었다. 이런 반응이 나타나는 원인은 어디에 있는지, 두 작품을 비교하며 아울러 국경을 뛰어 넘어 리메이크 된 작품의 특징을 살펴보자.
Ⅱ.
두 작품은 모두 하나의 같은 공간을 거친 미래의 여자와 과거의 남자가 시간의 차이를 뛰어넘어, 편지를 매개체로 사랑에 빠진다는 판타지적 줄거리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깊어지면서 둘은 결국 서로를 만나기 위한 여러 방법을 강구해내고, 그 과정에서 남자는 죽음을 맞는다. 하지만 여자의 도움으로 결국 남자는 과거를 바꿔 죽음을 면한다. 원작과 리메이크작은 각각의 제목이 풍기는 뉘앙스만으로도 적당한 거리감을 유지한다. "시월애"와 "레이크 하우스". "시월애(時越愛)"는 말 그대로 시간을 뛰어 넘은 두 인물간의 애틋한 사랑 그 자체를 표현한다. 포석이 되는 것은 사랑이라는 감정 자체이다. 하지만 "레이크 하우스"는 집 그 자체를 제목으로 옮긴다. 동양과 서양의 정서차이를 제목부터 대변하는 셈이다. 물론 이를 두 영화를 나누는 기준으로 내세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지 않지만, 전반적인 성향차이에 대한 논거가 될 여지는 있다고 생각한다.
내용면에서 보자면, 시월애가 결론 부분에서 명확히 선을 긋지 않고 단순히 라인만 제시함으로서 미완의 여운을 남기는 마지막 장면을 그리고 있는데 반해 레이크 하우스는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끝난다는데 큰 차이가 있긴 하지만, 레이크 하우스는 전반적인 줄거리 상으로 볼 때 원작에 매우 충실한 편이다. 이는 영화의 제작과정에서 리메이크작의 감독이 이미 밝혔던 바로, 두 주인공의 직업이나 나이 등만 원작과 다르고 최대한 원작과 비슷한 스토리라인을 유지하며 영화를 제작했다는 이야기다.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우체통을 통해 편지를 주고받고, 2년의 시간차를 두고 서로 다른 시간 속에서 사람처럼 자는 같은 강아지를 키우며, 날씨나 특별한 사건을 통해 서로의 시간차를 확인하는 자잘한 설정부터, 과거 여자가 흘린 물건을 찾아주는 남자의 모습이나 약속 장소에 나오지 않은 남자의 행방을 벽에 걸린 그림을 보고 깨닫는 장면 등 ‘시월애’의 잔재를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런 부분에 비춰 레이크 하우스는 원작인 시월애의 세부적 소재조차 답습함으로서, 단순히 시월애를 세련된 헐리웃 형식으로 바꾼 것에서 지나지 않는 것으로 보여 질 수도 있다. 리메이크의 묘미가 무조건 원작과 똑같이 만드는 것 보다는 환경이나 배우의 재구성, 스토리상의 미묘한 가감을 통해 색다른 느낌을 전하는데 있다는 점에서 관객은 이런 부분에 대해 조금 실망했을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영화 곳곳에서 약간씩 다른 설정을 취함으로서 미묘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된다. 이는 비단 6년의 차이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히려 동, 서양이라는 배경적 부분에서 비롯된 차가 더 크지 않았을까.
두 영화는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결정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집’부터 다르다. 시월애의 ‘일 마레’는 바닷가에 지어진 전체적으로 쓸쓸하고 고독한 느낌의 집인 반면, ‘레이크 하우스’는 단어 그대로 호수 위에 지어진 집이다. 사방이 통유리로 지어진데다 호숫가의 빽빽한 나무, 반짝이는 호수와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운 느낌이다. 이는 앞서 언급했듯, 각 영화의 전체 분위기를 대변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레이크 하우스는 전체적으로 우리네의 쓸쓸하고 애잔한 정서를 담은 시월애를, 화려하고 꽉 차는 영상미와 더해 전형적인 헐리웃식 멜로로 그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의 차이는 두 영화 전체를 두고 가장 두드러지게 보이는 차이라고도 할 수 있다. 이 부분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뒤에서 다시 살펴보기로 하고, 레이크 하우스에서 두드러지는 헐리웃적인 면모를 구체적으로 살펴보자.
첫 번째, 가장 큰 것이 사랑에 대한 입장의 차이다.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유독 두 주인공의 키스신이 많다. 사랑에 대해 대범한 알렉스(키아노 리브스)의 모습을 전면에 세움으로 인해, 시월애의 사랑하면서도 다가갈 수 없는 거리감이 레이크 하우스에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 이를 위해 레이크 하우스에서 첨가된 내용이 알렉스와 케이트(산드라 블록)가 과거에 서로를 만났었고, 그 사실을 서로 안다는 부분이다. 케이트와 그 애인 모건이 집을 알아보러 다닐 때, 알렉스의 호숫가의 집을 얻고 싶어 한 케이트(어쩔 수 없는 상황 때문에 결과적으로 다른 집을 얻지만)는 그 동네를 방문한다. 그리고 이때 알렉스는 그의 강아지가 만든 사건을 통해 모건으로부터 케이트의 생일 초대를 받게 되고, 이 파티에서 삶의 즐거움을 모르고 지내던 케이트에게 멋진 추억을 남겨 준다. 그리고 그 때, 사랑은 아닐지라도 그들 사이에는 일순간 어떤 감정의 공유가 느껴진다. 비록 후에 케이트가 이 사건을 잘 기억 못한다 해도 이는 다분히 헐리웃 영화적인 만남이다. 이는 그들의 만남이 우연을 가장한 인연임을 제시하여 후에 인연의 끈이 다시 이어졌을 때 그들의 사랑이 금세 깊어질 수 있었던데 대한 복선적 의미의 장치로 보인다. 반면 시월애의 여주인공 ‘은주(전지현)’는 스쳐지나가는 ‘성현(이정재)’을 전혀 알아차리지 못할 뿐더러, 아무런 느낌조차 갖지 못하는 것이다. 아래는 영화 속에서 등장인물들의 감정처리가 드러나는 대사 몇 가지다.
"사람에겐 숨길 수 없는게 세 가지가 있는 데요, 기침과 가난과…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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