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느냐에 따라, 문학 작품은 세상에 다른 태도를 취한다. 예를 들어 최초의 국문소설인 허균의 『홍길동전』과 조성기의 『창선감의록』은 같은 시기, 같은 주제를 다룬 작품이지만 서로 다른 이념을 가지고 있다. 두 작품은 모두 적서차별의 문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인데, 『홍길동전』은 주인공 ‘홍길동’의 욕망을 지지하는 반면 『창선감의록』은 사대부 남성이 욕망하는 이상적 질서, 즉 성리학적 이념을 옹호하고 있다. 이는 두 사람이 같은 현상을 보고 다른 내용의 작품을 창작한데는 그들이 가진 사상이 서로 달랐기 때문일 것이다. 이처럼 작가의 생각에 따라 작품은 다르게 쓰인다. 따라서 어떤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작가에 대한 바른 이해와 더불어 그가 살았던 시대에 대한 바른 이해가 필요하다. 모든 작품의 이해에는 이러한 배경에 대한 이해가 필수적인 것이다.
그런데 작품의 우월성 때문에, 그 배경에 대한 이해가 수반되지 않은 평가로 주목받고 있는 작가가 있다. 고려시대의 명문장가 ‘이규보’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규보 Naver 지식백과사전과 위키백과의 ‘이규보’ 검색결과 中 발췌하여 인용함.
는 한문학에 있어서 현실을 직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리얼리티(reality)를 작품 속에 드러낸 시를 쓴 최초의 시인으로 인중룡(人中龍), 해동공자(海東孔子)라 불렸을 만큼 뛰어난 인재였다. 그는 9세 때부터 중국의 고전들을 두루 읽기 시작했고, 시를 잘 쓰는 신동으로 알려져 있었다 『동국이상국집』연보에는 그가 11세 때 지은 시가 전한다.
紙路長行毛學士 종이 길에는 모학사(붓)가 줄곧 횡행하고
杯心常在麴先生 술잔 속에는 국선생(술)이 늘 들어있네
고 한다. 장성한 그가 지은 시풍(詩風)은 당대를 풍미했다. 그는 평생의 저작을 모은, 총 53권에 달하는 『동국이상국집』 동국이상국집은 이규보의 작품집으로 53권 13책으로 이루어져있으며, 전집 41권과 후집 12권으로 편집되어 나뉜다. 특히 후집은 시가 압도적으로 10권을 점하며 많은 시중에서도 서사시 은 282구에 이르는 장편으로서 고구려 건국의 신화를 웅장하게 서술되어있다. -Naver 지식백과 사전 ‘동국이상국집’ 검색결과 中
이라는 문집을 남기기도 했는데, 이는 한문학사에 보기 드문 방대한 문집이다.
그의 작품들은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대표적으로 ‘애민시’ 혹은 ‘농민시’라고 불리는 「대농부음(代農夫吟)」은 이규보가 ‘애민(愛民)의식을 가지고’ 농민의 현실을 그린 시로, ‘당시 다른 작가들과 달리 농민의 모습을 포착하고 그들이 겪는 모순을 그려낸 현실주의적 작품 김승룡, 「고려중기 민족현실과 이규보의 모색」, 『새민족문학사 강좌 01』, 민족문학사연구소, 145p
’이라는 평을 받고 있다. 그런데 그의 생애를 잠깐 들여다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규보는 1168년 생으로, 무신집권기를 살았던 사람이다. 그는 한미한 집안에서 태어나 22세에 문과에 장원으로 합격했지만 오랫동안 관직을 얻지 못했다. 어렵게 얻은 관직이어서 일까, 출세에의 욕망 때문일까? 그는 당시 대부분의 문신들처럼 매우 충직한 관료였다고 한다. 그래서 ‘당시 다른 작가들과 달리 농민의 모습을 포착’했다는 ‘‘농민시’에 대한 평가는 제한적일 필요가 있다.’ 김승룡, 「고려중기 민족현실과 이규보의 모색」, 『새민족문학사 강좌 01』, 민족문학사연구소, 145p
따라서 우리는 본론에서 그의 생애와 당시 상황을 돌아보려고 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의 작품을 재해석해 보고자 한다. 워낙 방대한 양의 작품을 남긴 작가이기 때문에 모든 작품을 다룰 수는 없을 것이므로, 이러한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농민시’를 중심으로 다룰 것이다. 이런 재해석의 시도가 그의 문학을 단편적인 시각이 아닌 다양한 시각으로도 볼 수 있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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