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세덕의 희곡 동승 분석하기
1. 캐릭터의 구축 양상
인물들의 갈등은 각각 그들을 갈등케 하는 어떤 이념과 사상의 원동력에 기인한다. 때문에 인물들 간의 갈등양상을 보기 위해선 먼저 그들이 각각 어떤 성격의 인물이고, 주제가 되는 사상에 대해 어느 쪽 입장을 취하는지 먼저 알아보아야 할 필요가 있다. 에서의 인물들의 유형은 그들이 불교적 교리와 사상을 어떤 식으로 얼마나 내면화 하였는지로 주요 축을 나눠볼 수 있다.
주인공인 14살의 동승, 도념은 아직 불교적 사상을 내면화 하지 않은 인물이다. 그 가르침에 대한 깨달음 보다는 어머니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의 깊이, 또 ‘동네’ 라고 일컬어지는 속세에 대한 동경의 깊이가 더 크다. 초중반에 걸쳐 여느 아이들처럼 마음껏 뛰어놀고 싶어 하는 모습이라던지 미망인을 어머니와 동일시하며 애정 있게 쳐다보는 모습 등을 통해 그런 성격을 보여준다. 그렇기에 도념은 성인이 아니라 14살의 아직 어린 아이로 설정된 것이 더 자연스럽다. 그런데 이런 도념의 성향들은 그의 부모님에 대한 얘기가 나오면서부터 미리 예고된 것과 다름없다. 도념의 어머니는 비구니였으나 도념을 임신하고 파계했다. 도념은 그의 어머니처럼 온전히 종교적 가치에 반한 것은 아니나 어쨌든 절을 떠나 속세로의 길을 택한다. 반면 주지는 도념과는 정 반대되는 인물로 불교적 사상을 완벽히 내면화한 인물이다. 그가 하는 행동은 모두가 온전히 종교적이다. 도념이 부모의 죄갚음을 대신 해야 한다는 생각이나 도념을 속세로 보내지 않으려고 하는 것 모두 역시 그의 종교적 가치관에 의한 것이다. 도념과 주지의 인물의 상반됨은 ‘토끼’ 라는 소재에서 잘 드러나는데, 이는 갈등구조에서 언급하도록 하겠다.
초부와 정심은 약간은 상반되면서도 비슷한 성향을 가진 두 인물이다. 도념과 주지에 비해 이 둘은 불교적 가치에 대해 상대적으로 중립적이다. 정심은 나름 계율을 잘 지켜 불도에 정진코자 하나 속세에 대한 미련을 온전히 떨치지는 못했다. 초부는 정심보다 더욱 가치에 중립적인 인물이다. 이 둘 모두는 도념을 측은히 여겨 연민의 감정을 품고 있다. 그 중에서도 초부는 도념의 편에 서서 그를 돕는다. 또 극의 첫 시작과 끝이 공교롭게도 도념과 초부의 대화이다. 초부는 도념이 갈등의 장면에서 한 발짝 빠져나와 쉴 틈을 마련해 주는 인물이다.
미망인과 친정모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미망인은 특히나 희곡에서 사건을 발단토록 하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다. 미망인으로 하여금 어떤 사건이 생길 거라는 암시는 그가 도념의 어머니와 닮았다는 서술이 반복되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종교적 가치의 내면화 양상은 도념과 매우 비슷하다. 절에 와서 재를 올릴 만큼의 가치를 두고 있지만 그 우선순위가 가족에 대한 그리움을 뛰어넘지는 못한다. 언제든 반발할 준비가 되어있지만 아직 그러지 못하고 있는 도념에게 미망인은 매우 자극적이고 유혹적인 인물이다. 둘은 상호작용을 하며 기어코 ‘가족’ 이라는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행동을 취하지만 주변인의 만류로 좌절된다. 도념에겐 주지가, 미망인에겐 친정모가 그러한 인물이다.
2. 희곡의 갈등구조
희곡 내에서 도념과의 갈등이 가장 두드러지는 인물은 바로 주지이다.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원인은 도념의 입양문제이지만 이를 깊이 들여다보면 [1. 캐릭터의 구축양상] 에서 살펴본 것처럼 가치관의 차이에 기인한 것임을 알 수 있다. 주지가 도념을 보내고자 하지 않는 것은 단순히 그를 방해하려는 악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주지는 나름대로 도념에게 종교적 구원이 있기를 희망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선 속세에 물들지 않으며 수련에 정진해야 하기에 도념의 환속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도념은 종교적인 수양보다 육친의 애정을 더 중요시한다. 주지는 가족이라는 것 역시 속세의 틀로 보았다. 각자가 우선시하는 가치가 다르니 서로 갈등할 수밖에 없다. 이 둘의 갈등은 둘의 대화 뿐 아니라 어떠한 소재를 통해 명백히 드러나는데 그것이 바로 ‘토끼’ 이다. 도념에게 토끼는 어머니께 드릴 선물이자 가족에 대한 사랑이지만, 주지에게 토끼는 종교적 차원의 하나의 생명이고 따라서 그것을 살생하는 것은 불교의 금기를 깨는 일이자 ‘살생’ 에 지나지 않는다. 이 둘의 갈등은 도념이 절을 떠나게 되면서 일단락된다. 결국은 도념이 원하던 바를 성취하게 된 것이지만 온전한 것은 아니므로 이것을 도념의 승리로는 볼 수 없다. 물론 그들 사이에 완벽한 화해가 이루어졌다고 볼 수도 없다. 그러나 도념이 떠나기 전 주지에게 모아둔 잣을 주고 떠나는 것으로 화해의 실마리가 제시되었다고는 할 수 있겠다. 애초에 그 잣은 도념이 어머니께 드리고자 모은 것이므로 ‘사랑’ 이 담겨 있는 소재이기 때문이다.
미망인과 친정모의 갈등은 위의 도념과 주지와의 갈등과 거의 동일한 양상을 띤다. 미망인과 친정모는 모두 절에 많은 공양물을 바치고 재를 올릴 만큼 종교적 가치를 중요시 하는 인물이지만, 도념을 수양아들로 받아들이는데에선 입장차이를 보인다. 도념-주지 의 갈등양상에 비해 한 가지 더 추가 된 것이 있다면 ‘도념’ 에 대한 감정적 견해이다. 미망인은 아들을 잃은 슬픔에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앞선데다가 도념에게 연민과 동정의 감정을 가지고 있다. 짧은 시간이나마 도념을 아들과 동일시 하며 모자간의 정과 비슷한 것도 나누었다. 그러나 친정모는 주지의 말에 동조되며 도념을 불신하게 된다. 불교의 윤회사상과 업보설을 완벽히 내면화한 탓에 도념으로 하여금 죄가 발생한다며 받아들이기를 꺼리기도 한다. 이들의 갈등은 미망인이 친정모에게 굴복하며 끝을 맺는다. 미망인은 도념이 적극적으로 나서 결국 절을 떠나는 모습에 비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주지와 미망인도 갈등하는데, 이 양상 역시 친정모와 미망인의 갈등양상과 비슷한 구조를 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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