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의 [호질]을 읽고(18세기말 양반 VS 21세기 정치인)
어떤 사람이 “난 정치인입니다.” 라고 했을 때, 나는 그 사람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할까? ‘흠.. 비리로 벌어들인 돈으로 좋은 승용차를 몰고, 여러 사람을 부리며, 거짓말은 밥 먹듯이 해서 허위로 똘똘 뭉친 더러운 인간이겠군..’ 아직 스무 해도 살아보지 못한 내가 왜 정치인을 이렇게 비딱한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것일까?
그도 그럴 것이, 정치사건이라고 해서 터지는 것을 보면, 100억 200억씩 억 단위로 왔다 갔다하는 어마어마한 뒷거래 돈들로 인해 붙잡힌 정치인들의 수사이다. 국가의 대표라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서로 남을 비방하는 발언을 쉴 새 없이 내던지고, 법을 가장 준수해야 할 사람들이 법망을 모두 꿰뚫어보고 요리조리 피해 다니며 자신의 이익만 챙긴다. 자신의 명예와 위신만을 내세우며, 여기 붙었다 저리 붙었다며 강자에겐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박쥐같은 정치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내가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
그야말로 탁상공론이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것이 우리나라 정치인들의 모습이다. 정치인 모두를 싸잡아서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정치인들의 현실이다.
양반의 위선된 모습을 신랄하게 풍자한 소설을 쓴 박지원이 살았던 시대인 18세기 말 조선의 상황도 비슷했던 모양이다. 양반의 권위는 떨어지고, 붕당정치와 세도정치로 인해 사회는 혼란에 빠지고, 이러던 중에 박지원은 중국의 선진문물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절실히 느낀 것이다. 그리고 시대상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소설을 들고 나왔다.
그의 많은 작품들은 양반을 풍자한 것이 많은데 그 중에서도 은 제목에서도 볼 수 있듯이 당대의 지배층의 허위의식을 고발하고 있다. 그것도 풍자라는 형식을 빌어서 더욱 우습고, 쓰라린 모습을 적나라하게 고발한다.
북곽선생이라는 자는 식견이 있고 학문도 원숙한 경지에 이르러서 저술도 하고, 세인들의 존경을 받는, 한마디로 당대의 뛰어난 학자, 선비, 대단한 양반 이었다. 그런데, 겉볼안이라는 말은 영 틀린 말인지 그 거룩한 명성의 겉막을 들추어 보면 거기에는 음욕을 참지 못하는 남자가, 목숨을 구걸하기 위해서 구차하고 부끄러운 짓을 서슴지 않는 사나이가 있는 것이다. 북곽선생님으로 대표되는 거룩한 학자연(然), 선비연(然)하는 자들만을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북곽선생을 포함하고 있는 전 지배층의 모순과 허위와 위선에 찌든 모습을 고발하고 있는데, 수절 과부로 알려지고 있는 작품의 동리자 또한 그 아들들은 저마다 성을 달리하고 있었다.라는 단 한 문장으로 신랄하게 비판의 표적이 되고 있다.
재미있는 부분은 북곽선생이 동리자를 마주하고 시를 읊는 장면이다. 제법 점잖게 읊는 그 시에 ‘가마솥과 세발 솥은 무엇을 본떠서 만들었나.’ 하는 구절이 있는데, 여기에는 북곽의 진짜 사람됨을 알 수 있는 것들이 숨어있다. 가마솥과 세발솥은 각기 여자와 남자를 뜻한 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이유는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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