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에서 찾아본 생명의 이미지
미술 작품에 드러난 생명성을 논하기 위해 주목해볼 만한 작가로는 한국의 세계적 여성 작가 김수자를 꼽을 수 있다.
김수자는 1980년대부터 계속해서 ‘바늘’과 ‘보따리’의 철학을 기반으로 작품활동을 해오고 있다. 그가 인식한 바늘은 천과 천을 엮는 미디엄이다.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는 두 천을 한 데 엮어주는 것이 바느질이며, 바느질은 바늘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두 천을 한 데 엮는 것은 나와 타자 사이의 관계를 정립하는 것, 혹은 나와 세계 사이의 관계를 설정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이 점에서 김수자는 자신을 바늘과 동일시한다. 그녀의 대표작 ‘바늘여인’에서 그녀는 스스로가 미디엄(영매)이 되어 대도시의 길거리 한 가운데에 선다. 얼굴을 보여주지 않아 인격이 추상된, 그녀의 바늘을 닮은 뒷모습에서 우리는 (기표로서의) 인간 주체가 자신을 둘러싼 공간과 타자들 사이에서 어떤 관계를 형성하고 있는지를 볼 수 있다.
바느질의 결과 나오는 것은 보따리다. 보따리는 대립항의 관계에 있는 의미들을 한 데 묶어내는 힘을 갖고 있다. 그 안에서는 이주와 정주, 만남과 이별, 탄생과 죽음(사람은 보따리 위에서 태어나고, 생을 마감한다) 등의 대립항이 맞닥뜨리고 있는 것이다. 보따리는 서로 상극에 위치한 의미항들을 하나의 천 안에 담아낸다는 점에서 바늘과 같이 미디엄으로 기능할 수 있다. 바늘여인 김수자가 보따리에 주목한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정리하자면 그녀의 작품세계는 ‘미디엄’으로 압축된다. 그리고 그것은 바늘과 보따리라는 작품의 중요한 소재가 공통적으로 함축하는 의미일 뿐만 아니라, (‘바늘여인’의 창작에서처럼) 세계 각국을 돌아다니면서 예술을 통해 공간, 타자와 체화된 교감을 나누고자 하는 그녀의 작품활동이 지향하는 바이기도 하다. 따라서 ‘미디엄’은 그녀 자신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그녀의 작품에 내재된 생명성은 곧 관계성임을 알 수 있다.
2. 관계성으로서의 생명성
(1)우주관으로부터
그렇다면 김수자가 말하는 생명성은 수용할만한 견해인가. 이를 검토하기 위해서는 먼저 우주의필연적/우연적 구성에 대한 이야기가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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