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소개
길들여지지 않는 충무로의 악어라고 불리는 김기덕 감독은 첫 영화 에서부터 평단의 센세이셔널한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김기덕 감독의 변함없는 화두는 인간의 본능에 관한 질문이다. 인간이 태초에 물려받은 야생성을 일괄적인 영화공식을 비웃듯 대담하고 극단적인 방법으로 얘기하고 있다.
군대를 제대한 후 제도교육이 싫어 파리로 건너가 그림공부를 했다. 파리에 완전히 자리를 잡기 위해 한국에 왔던 그는 방에 틀어박혀 시나리오만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큰 뜻 없이 공모한 시나리오가 당선이 되면서 영화계에 발을 딛는다.
96년 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른 그는 깨끗한 거리보다 더러운 골목, 사람들의 동물적인 본능을 자신만의 화법으로 얘기해왔다. 매니아를 보유하고 있지만 대중에게는 여전히 특이한 감독으로 찍힌 그는 관객들에게 새로운 영화보기를 끊임없이 제안하는, 결코 길들여지지 않을 혁명아다.
은 성에 관한 여성들의 각기 다른 시각을 묘사한 작품. 남성의 눈으로 여성을 바라보고 벗기기에 치중해온 여느 영화와는 다르다. 최근 성개방 물결과 함께 급속도로 바뀌고 있는 젊은 여성들의 성의식을 진솔하게 담고 있다.
이 작품으로 김기덕 감독은 자신의 스타일이 어떤 것인가를 확연히 보여준다. 작위적인 요소들을 과감하게 사용하거나 색체와 소품의 이미지에 집착하는 그의 재기는 서 활짝 열린다
서울의 창녀촌이 철거되면서 모두 지방으로 뿔뿔이 흩어지고 진아도 포항의 "새장 여인숙"으로 오게된다. 그곳에는 아버지, 어머니, 진아와 동갑내기 여대생 혜미, 그리고 고등학교에 다니는 현우가 한 가족으로 살아가고 있다. 밤마다 손님방에 들어가야하는 여자와 여대생으로 행복하게 살아가는 여자의 갈등이 시작된다. 몸을 파는 진아를 경멸하는 혜미, 그리고 성(性)에 솔직하지 못한 혜미가 진아에 대해 느끼는 미묘한 심리. 진아는 혜미의 남자 친구 진호와 관계를 가질 상황에 놓이게 되고 아버지와 현우도 진아와 관계를 가지는 등 파란 대문안의 갈등은 고조된다. 그러나 가장 큰 문제는 진아와 혜미 인생에 있어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을 살아가는 두 여자의 대비되는 환경과 여기에 더해진 두 사람간의 미묘한 심리가 갈등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성을 파는 반면 성으로부터 자유로운 진아와 닫히고 위선적인 성적 결벽증과 열등감에 사로잡혀 있는 혜미. 영화는 그러나 결코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 같은 두 사람을 거칠고 당혹스럽지만 따뜻하게 결합시킨다. 그것을 위해 영화는 몇가지 전제를 달고있다. 진아는 한없이 여리고 아름답고 착하다. 그녀의 현실은 억압된 성구조와 남성들의 욕망이 만든 비극이다. 집주인과 아들, 그리고 혜미의 애인까지 진아의 방을 들락거리는 것이 그 증거다. 그 겉을 헤집고 혜미가 들어간다. 마지막에 진아 대신 혜미가 손님의 방을 들어가는 것으로 절정을 이룬다. 모든 문제의식은 마치 한여름에 눈을 내리게 하듯 몽환속에서 사라진다.
성녀 같은 창녀로서의 진아라든가 가진 것이 몸밖에 없는 그녀는 오히려 성을 매개로 그 누구와도 유대감을 나누는 존재가 된다. 그녀는 끊임없이 처녀성을 퍼 주고, 돈도 주고, 사랑도 준다. 그러면서 그녀는 성적 대상에서 주체적이고 중심적인 인물로 진전된다.
김기덕은 인터뷰에서 "물은 무언가 씻어 낼 수 있다는 게 좋다."라고 밝힌 바 있다. 프롤로그와 에필로그에서는 물 속에 비춰진 진아의 모습을 수미 상관적으로 연결하고 있는데, 거기에는 진아가 생명성을 부여한 육지에서 바다로 돌려보내 준 거북이와 금붕어가 노닐고 있다. 도입부에서 진아는 바다에 몸을 적시는데, 이는 진아가 바다의 이미지로 대치된다는 것을 몽환적으로 그린 장면이다. 그러므로 바다의 상징성을 부여받은 진아와의 섹스는 이 영화에서 좀 다른 의미를 갖는다. 바다는 물질적 상상력으로서 모성-거대한 자궁체이며, 물은 놀라운 젖-생명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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