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어학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을 통해 본 1920년대
현진건은 1920년대에 중점적으로 활동한 사실주의 작가이다. 현진건의 을 통해 1920년대의 사회적 상황을 살펴보고자 한다.
현진건은 개벽 3호(1920. 8)에 이라는 번역 작품으로 작가활동을 시작하여 개벽 5호에서는 (1920. 11)라는 창작 작품을 발표한다. 이후 그는 본격적으로 창작 작품을 발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틈틈이 번역 작품도 중단함이 없이 발표하는 양상을 보인다. 이는 그가 서구소설에 대한 관심과 그 경험을 효과적으로 수용해보려는 민족문학적 모색의 의지에 기반 한 것으로 보인다.
번역 작품은 낭만주의와 사실주의라는 두 경향의 특성을 보인다. 이러한 낭만주의와 사실주의적 경향은 현진건의 창작 작품의 두 경향이기도 하다. 특히 사실주의적 측면이 강조되면서 일장기 밀살 사건으로 투옥된 그의 전기적 사실에서 드러나는 민족주의와 주로 그의 후기 작품이 보이는 사회역사의식이 부각되면서 점차 민족주의적 리얼리즘을 보인다는 평가로 전환되어 그의 작품에 대한 긍정성이 더욱 고양되었다. 김교봉 「현진건 소설의 민족문학적 성격연구」
현진건은 그 문학적 기법도 사실주의적인 것이었으며 그의 작품내용도 대부분 빈곤, 사회적 모순, 지식인의 고뇌 등을 다루고 있어 사회의식이 강한 작가로 평가받고 있다.
1920년대의 한국 식민지 사회는 31운동 이후 일제가 문화활동에 있어서는 어느 정도 자유를 주는 척 하면서 그들의 식민정책을 합법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소우 ‘僞裝文化政策’의 시기에 처해 있었다. 일제에 의한 식민지적 지배가 정착되면 될 수록 한국의 농민들은 토지를 빼앗기고 실향민이 되어 만주 등지로 나아가는 한편, 도시의 빈민으로 전락하기도 하고 마는 예가 빈번하였다. 현진건의 소설들이 다루고 있는 주제들이 식민지상황의 지식인의 고뇌, 빈곤, 구제도에 의해 희생되는 젊은이들의 사랑 등으로 요약되어질 수 있는 것도 1920년대의 사회적 배경을 반영하는 것이다. 임희섭 「현진건 문학의 사회학적 배경」, 『현진건 연구』
한국문학에서 가난의 문제가 본격적인 소설의 과제가 되는 것은 1920년대 리얼리즘 소설에서 시작된다. 전통적인 산업 구조가 일제식민 통치 정책으로 급격하게 변모하는 과정에서 경제구조의 파행적 변화가 일어나면서 많은 충격과 함께 빈부의 문제가 두드러지게 드러났던 시기였다. 또한 해방 이전의 한국문학은 식민지 상황의 극복이 하나의 구심이 될 수밖에 없는데 일제의 침략으로 경제산업 구조가 파행적으로 재편성 되면서 가난이 더욱 심화되었다. 이러한 시대에 소설이 이 문제를 과제로 삼는다는 것은 곧 식민지 사회 상황에 대한 탐구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1920년의 한국소설이 가난의 문제에 관심을 두었던 것은 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인 것이다.
초기소설인 에서는 사회적 박탈감에 의한 가난을 추구하면서 돈이 현실적으로 개인의 생활을 어떻게 규제하고 억압하는가 하는 자본주의 사회의 생활감각을 내보이고 있다. 그러나 에 이르면 가난은 사회의 한 계층에서 주어진 결정론적 상황으로 인식하여 그 극복이 불가능 하다고 본다. 그 이후 몇 편의 단편에서는 가난을 식민지 상황의 결과로 인식하고 그 극복은 ‘가진 자’의 도덕적 양식에 의지하고 있다. 현길언 「가난에 대한 소설적 인식 -현진건의 경우-」
현진건은 을 통해 1920년대의 궁핍화 되어가는 식민지 현실을 인력거 꾼 김첨지와 그의 아내를 통해 우리 민족의 삶을 깨닫게 해준다. 은 1924년 6월 《개벽》48호에 로 발표되었다. 현진건은 식민지 시대의 가난이 우리 민족 전체가 겪어야 했던 보편적 현상임을 노동자나 농민의 삶을 통해 제시하기 시작한다. 에서는 노동자가 가난을 벗어나기 위한 노력은 가난보다도 더 큰 아내의 죽음이라는 비극에 이르게 됨을 제시하여 가난은 운수와는 상관없이 피할 수 없는 노동자의 굴레임을 인지시키고 있다.
의 주인공 김첨지는 특수한 개인이 아니라 식민지 민중이 겪는 고난을 대표하는 전형으로 부각되고 있다. 겨울비가 주는 ‘추적추적’한 느낌은 작품의 후반부를 암시하는 기능적 배경이며 더 나아가 김첨지가 놓인 ‘추적추적’한 환경 그 자체를 상징한다.
가난과 병마에 눌려있는 도시 막노동자 김첨지의 생활을 추구하면서도 가난을 극복하려는 그의 의지를 좌절 시키면서 가난을 1920년대 민중의 숙명적 상황으로 인식하고 있다. 도시에서 인력거를 끌면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김첨지는 삶의 터전을 갖지 못한 뿌리 뽑힌 자로서 더구나 아내까지 병들어 누워있는 절박한 정황에 놓여 있다. 여기에는 약간의 과장이 보태어 있지만 1920년대 하층 노동자 계급의 생활을 반영하고 있다. 하루하루 번 돈으로 입에 풀칠을 하고 돈을 벌지 못하는 날이 더 많으며 부인과 아이는 병에 걸린 사람이 더 많다. 이 병은 김첨지의 아내처럼 ‘못 먹어서 생긴 병’이다. 이러한 처지는 김첨지가 살고 있는 그의 집을 통해 구체화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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