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나는 편의점에 간다를 읽고 나는 편의점에 간다 감상평
나는 편의점에 간다라는 소설은 우선 제목부터 뭔가 모르게 나를 끌어 당겼다. 어느 순간부터 편의점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고 어디에서나 조금 움직이면 바로 눈에 띄기 때문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고 나왔던 내게 어떤 깨우침을 줄 수 있을지도 궁금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의 화자는 자취를 하는 여대생이다. 화자는 자신이 사는 주택단지에 있는 세 개의 편의점 중에서 ‘세븐일레븐’을 자주 다녔다. 그 곳이 귀갓길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띄는 편의점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븐일레븐의 사장이 자신을 아는 체하고 말을 걸어오자 그 후에는 그 곳을 가지 않는다. 엘지 25시와 주택단지 골목 사이에 있는 모자가 운영하는 이동식 포장마차도 화자가 새벽에 자주 이용하는 곳이었지만 아들이 자신에게 개인적인 질문을 하고 또 신세한탄을 하자 그 포장마차 역시도 가지 않게 된다. 화자가 두 번째 단골로 삼은 편의점은 패밀리마트였다. 이곳은 주인이 불친절하기 때문에 사람들이 잘 오지 않는 곳이었다. 화자가 콘돔 한 갑을 살 때 주인여자가 주민등록증을 달라고 하자 이곳도 발을 끊게 된다. 앞으로 주인여자가 자신을 볼 때마다 ‘콘돔 샀던 여자’라고 생각할지 모른다는 느낌 때문이었다. 그래서 화자가 다음으로 선택한 편의점은 큐마트였다. 그 곳에는 자동문이 있고 잔잔한 음악이 있고 무엇보다 말수가 적고 무심한 알바생이 있다. 그래서 화자는 큐마트의 단골이 되었다. 큐마트의 알바생은 화자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지만 그가 들고 있는 바코드 검색기에는 화자의 많은 사적인 정보들을 유추할 수 있는 단서가 있고 그가 원한다면 화자에 대해 많은 것을 알 수도 있다. 그래서 화자는 그가 자신에 대해 안다고 생각했다. 크리스마스 저녁 화자는 열쇠를 맡길 곳을 고민하다 큐마트로 간다. 하지만 알바생은 자신을 전혀 알아보지 못한다. 대충의 줄거리는 이러한데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다. 우선 과거에 주위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구멍가게와는 정말 비교도 안 될 만큼정이 없고 인간미 없는 삭막한 인간관계 속에서 우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웃사촌이 사촌보다 친하다”라는 말이 있을 만큼 과거에는 서로에 대한 정이 넘쳐 흘렀다. 주인공이 패밀리마트에서 삼각 김밥을 살 때를 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이웃사촌이 운영하는 구멍가게에서는 700원 정도면 웃으며 “외상이요~다음에 드릴께요.”하고 서도 사갈 수 있었다. 이런 편의점에서 화자는 자신의 신상이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하며 별 의미 없는 피상적인 인간관계를 거부한다. 피상적 관계를 맺고 있지만, 가끔 상대방에게 느끼는 섭섭함이랄까. 하지만 그 당혹감은 결코 오래가지 않는다. 익숙한 것이니까. 동생은 주인집 덕분에 집에 들어와 잘 수 있었고, 잘못된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우리의 관계가 피상적이라고 해서 문제 될 것은 없다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우리 마음속에서 그런 당혹감을 느끼고 실망감을 느낀다는 것은 우리 마음속에 관계에 대한, 친밀하고 지속적인 관계에 대한 욕구가 있음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담배를 훔친 여자아이가 차에 치이는 장면이라고 생각한다. 차에 치인 여자아이의 치마가 뒤집혀 속옷이 보이는데 아무도 덮어 주려하지 않는다. 하지만 큐마트에서 복권을 훔친 파란 야구모자의 사내가 가서 치마를 덮어주는데 이는 편의점에서 껌을 사고, 복권을 훔치는 사람이지만 모르는 사람, 그것도 죽어가는 사람에 대한 연민을 가지고 있음을 상징하고 있다고 본다. 자신의 정보가 드러나는 것을 극도로 꺼리던 화자도 열쇠를 맡길 일이 생기자 편의점으로 간다.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우리 또한 화자와 비슷하다. 잘 모르는 타인과의 접촉을 피하고 자신의 정보가 남에게 알려지는 것을 꺼리지만 사실 우리는 외롭고 남들이 우리의 외로움을 알아주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한 여고생의 교통사고와 복권을 훔치는 파란 야구모자 청년으로 이야기가 마무리 된다. 사고를 당했지만 신상을 알 수 없는 여고생, 어디선가 본 듯한 낯이 익은 파란 야구모자. 이들은 모두 편의점이 없으면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다. 편의점은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지만 말이다. 정리하면 이 소설은 관계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 같다. 피상적이고 파편화된 우리들의 관계를 발췌해서 보여주는 듯한 인상을 받았다. 하지만 아직도 모르겠는 것은, 그 관계의 가벼움을 긍정하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관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지 하는 점이다. 김애란은 자신의 이야기들 속에서 우리에게 어떤 점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김애란의 다른 소설을 더 읽어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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