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철학의 이해
이 책은 철학을 6개의 Part(형이상학, 윤리학, 정치철학, 과학철학, 논리학, 삶의 철학)로 나누어 정리했는데, 특히 ‘제1철학’ 이라고도 하는 형이상학에 중점을 두고 있는 듯 보였다. 나는 그 중에서도 특히 ‘신의 존재’에 대해 다룬 부분을 가장 인상 깊게 읽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에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문제들에 대해서 깊이 생각해볼 수 있었으며, 단순히 철학자들의 생각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것에 대해 동의하거나 비판함으로써 내 생각을 정리해나갈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어서 좋았다.
부분이 모여 전체를 이룬다는 생각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부분과 전체 또한 눈에 보이는, 즉, 시각적으로 존재하는 무엇으로 이루어졌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는 그동안 현재 내 눈에 보이는 사물에 치우쳐 더 중요한 개념인 ‘부분들은 공간과 시간 속에서 함께 일정한 유형으로 배열되어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다시 말해서 이 세계를 이루는 것은 눈에 보이는 사물뿐만 아니라, 공간과 시간, 그리고 성질과 사건 등을 포함하며 그것들은 서로 다양한 방식으로 의존하거나 독립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떠한 것에 대해서 묘사하거나 설명할 때는, 그것이 현존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 여기서 존재에 대한 의문과 함께 신의 존재에 대해서 생각해보게 된다. 나는 기독교 이념을 가진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이며, 얼마 전 그 분을 향한 믿음으로 침례를 받기도 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이 Part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물론 나도 신의 존재에 대해서 믿지만 누군가 나에게 왜 신의 존재에 대해서 믿느냐고 물어본다면 대답할 수 없으며, 신이 존재함을 증명해보일 능력도 없다. 나 역시 신이 현존한다는 것을 두 눈으로 확인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러한 혼란을 겪는 것인데, 굳이 증명하라고 한다면 이런 혼란을 겪는다는 사실이 신이 현존한다는 것을 증명해 보일 최선의 방법인 것 같다. ‘신’이라는 것이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이러한 혼란을 겪을 필요도 없고, 혼란을 겪을 수조차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운명’이라는 말을 한다. 정말 ‘운명’이란 것이 있는 것일까? 물론 내가 신을 믿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만약 누군가 ‘신은 우리가 태어나기 전부터 이미 우리의 운명을 결정지으셨다.’ 라고 말한다면 나는 그의 발언에 반발할 것이다. 나는 인간의 자유의지를 옹호한다. 물론 이 자유의지가 완벽하게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인간에게는 권리와 의무가 있듯이 자유의지대로 선택할 권리를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자신의 선택의 결과에 책임져야 할 의무를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모든 것이 운명에 달려 있다면 어떠한 노력으로도 내 최후의 모습을 바꿀 수 없다. 그렇다면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도,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자세도, 그 외에 그 어떤 것도 무의미할 뿐이다. 나는 그런 극단적인 개념에 절대적으로 반대한다.
나는 성선설을 믿는 사람 중 하나이다. 그리고 나는 악한 일을 행하는 사람은 처음부터 그 사람의 본질이 악한 것이 아니라 그의 환경이 그를 악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아주 추상적인 개념만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악은 선의 결여이다.’ 라고 말한 몇몇 철학자들의 생각에 깊이 공감하게 되었다. 이러한 사고과정을 통하여 내 생각을, ‘처음부터 ‘악’이라는 개념은 이 지구상에 존재하지 않고, 선하지 않은 행동을 하는 사람은 자유의지가 약한 사람이며, 그로 인해 선이 결여된 것’ 이라고 조금은 더 구체화해서 정리해보았다.
나는 그동안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도덕’이라는 개념이 환상이거나 허구일 것이라는 의심을 해보지 않았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도덕이 모두가 생각하는 도덕이고, 그것은 항상 올바르며 진리일 것이라고 믿어왔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옳다’ 또는 ‘그르다’와 같은 문제는 화자의 정서 상태를 표현할 뿐이라는 에이어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나라마다 도덕적 견해가 조금씩 다른 것을 보면 도덕이란 절대적인 개념이 아닌 것 같다. 그러나 설령 ‘도덕’이란 개념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허구라고 할지라도 그것은 사회유지를 위해 없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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