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문 무의식을 통제하다
때때로 나의 입에서 나왔던 말이 타인의 입을 통해 들으면 낯설게 다가온다. 왠지 모를 이질감이 생기고, 이질감과 흥미가 충돌한다. 나는 타인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있지만 제 삼자의 말이 내가 했던 말과 어떻게 달라졌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무의식’은 자의든 타의든 의식을 의식할 수 없는 것으로 자각의 한계를 나타낸다. 즉, 의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자체를 인지하지 못하는 현상이자 의식의 무지 상태이다. 나는 식민사학과 식민사관을 보며 일제가 이를 통해 우리의 무의식, 그 속까지 강력하게 통제하고 침투하려고 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그들은 우리를 온전히, 완전히 지배하려고 하였다.
일제가 내세운 식민사관에는 그들의 비열하고 무서운 속내가 가득히 어리고 있다. 식민사관은 일본이 조선 침략의 토대로 삼고 식민 통치를 위해 한국 역사를 조작하고 왜곡한 역사관이다. 일본은 식민사학을 바탕으로 임나일본부설, 황국사관, 타율성론, 정체성론, 만선사관, 반도사관, 일선 동조론, 삼국사기 초기불신론 등 이루어 말하기도 힘든 온갖 조잡한 이론을 창조했다. 이는 조선 침략을 합리화 하기위해 일제는 이토록 많은 역사를 조작해야했음을 나타내는 근거로 작용한다. 이러한 역사관과 그들 논리의 카르텔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한국은 예부터 문화, 정치, 사회, 경제 등 모든 면에서 독자적으로 형성한 것이 없고 일본과 불가분의 관계 속에서 그들에게 종속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일본이 아니었다면 전근대에 살았을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여기에 일본의 속내 즉, 우리의 무의식을 지배하려드는 원리가 들어있다.
프로이트 프로이트(Sigmund Freud)1856년~1939년, 오스트리아의 정신분석학자. 주저(主著):『꿈의 해석』
에 의하면 무의식에도 원인이 있다. 이드만 존재했던 개인에게 자아가 생기고, 자아가 판단 및 행동했던 결과로 초자아를 형성한다. 초자아는 일종의 타력에 의해 억압된 것이 개인의 심리장치에 내재화 된 것이다. 이는 인생을 무의식의 층위에서 지배할 수도 있는데, 일본이 이용한 부분이 바로 이러한 무의식의 억압과 속박이다. 일본은 그들이 조작한 각종 역사관들을 우리에게 반복해서 주입시켰다. 그들의 행동과 의견을 정당화시켜줄 위작 이론들이 분수처럼 솟아오른 까닭은 무엇일까. 그것은 필히 비뚤어진 역사관을 우리의 무의식, 초자아에 우겨넣어 그야말로 무의식을 억제시키려 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것이 바로 우리 무의식의 원인이다. 일본은 한국이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처럼 묘사하고, 고조선 역사와 삼국사기 등 우리 역사는 날조된 것인 마냥 떠들었다. 일제는 이러한 식민사관을 통해 본인들의 생각에 미개한 조선인의 무의식 깊숙한 곳까지 통제하고자 했다. 이 모든 것이 우리의 무의식, 정신적인 부분과 혼까지 옭아매려했던 일제가 꾸며낸 섬뜩한 계교(計巧)이다.
해방 이후, 불가능해 보였던 일본의 무의식 통치는 성공했다. 현시대까지도 우리가 배우고 무의식적으로 습득되었던 역사에 식민사관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논란이 있지만 식민사관을 계승한 식민사학자라 불리는 이병도를 비롯한 그 후예들은 한국사의 주류를 이루고 한국을 피지배층으로 그린다. 그 역사적 굴레는 우리를 올가미처럼 칭칭 감았다. 그렇기에 우리의 무의식은 깨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는 아직도 일본에게 억압된 무의식의 흐름 속에 갇혀 있다. 일제강점의 최대 희생양이었던 독립운동가 분들이 편히 눈 감지 못하고 비탄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식민사학은 하나의 학문분야가 아니다. 이는 일제의 이데올로기에 따라 무의식을 통제하려는, 비학의 영역이자 폭력이다. 무분별하게 들이닥치는 역사 속에서 우리의 무의식을 깨는 의식 행위가 긴요하다. 그 행위는 본질을 사고하고 그들의 이론을 설파하는 것이다. 여기서 본질은 무엇일까. 본질은 바로 ‘식민사학’ 이라는 용어 속에 버젓이 존재 하고 있다. 식민(植民)은 본국과 다른 차별적 지배를 받는 지역에 자국민이 영주하여 통치하는 일이고 사학(史學)은 역사학이다. 식민사학은 식민을 위한, 식민을 하기위한 역사학이자 그야말로 사학(死學)이다. 이것이 식민사학의 본질 그 자체이다. 나아가 식민사관은 일제의 조선에 대한 욕망의 집합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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