닥터이라부 감상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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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이라부 감상평
처음 할인쿠폰에 나와있는 사진만 봤을 때 솔직히 굳이 내 돈 주고 보기엔 아까운 연극이지 않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의사가운을 걸친 뚱뚱하고 변태같은 아저씨의 모습 거기에다 망사스타킹을 신은 분홍색 간호복의 매력적인 간호사의 모습이 그냥 삼류 일본 애니메이션을 옮겨다 놓은 것 같다는 편견에서였다. 과제가 있으니 시간나면 언젠가는 봐야지 라는 생각으로 제쳐만 두고 있었는데 갑자기 약속이 취소되는 바람에 기분전환이나 해봐야 겠다는 생각으로 혼자 행복한극장을 찾아갔다. 상영극장은 대학로에 흔히 있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소극장이었다. 사실 나는 명동예술극장처럼 조금 규모가 있는 극장보다는 배우들 숨소리마저 들리는 아늑하고 올망졸망한 소극장이 마음 편하고 정감간다. 극장규모를 보고 한결 기분이 좋아져서 극이 시작하기를 기다렸다.
메디컬쇼이고 의사랑 간호사가 등장하는 만큼 소품이나 무대는 온통 하얗게 칠해져 있거나 하얀 소품들로 가득하지 않을까 하며 둘러봤는데 오히려 하얗다기 보다는 빨간색 소품들로 가득하였다. 병원에 빨간색이라니 어울리지 않게 자극적인 것이 아닌가 했는데 오히려 빨간색이 엽기스럽고 강박증적인 분위기를 더 잘 살려 줄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 온통 하얗기만 했더라면 코믹 메디켤쇼가 아닌 그저 정신병동의 한 일면만 나타나는 것에 그쳤을 것이다. 빨간색 소품들 덕분에 숨막히고 답답하다기 보다는 한결 가벼운 느낌으로 관람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빨간색 조명과 빨간 소품들이 호러스럽기 보다는 닥터 이라부가 늘 들고 있는 분홍색 토끼꼬리같은 볼펜과 간호사 마유미의 분홍색 간호복 덕분에 발랄한 느낌마저 더해주었던 것 같다.
닥터이라부의 환자들은 강박증에 시달리는 정신병 환자들이다. 연극을 보면서 정말 치료받아야 하는 사람은 이라부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 도대체 저런 척 봐도 돌팔이 같은 의사에게 자꾸만 다시 찾아가는 환자들은 뭐지 참 설득력 떨어진다는 생각도 들었다. 딱히 속시원한 처방을 해주는 것도 아니고 모든 환자들에게 단지 비타민 주사만을 준다. 그런데도 환자들은 몇번씩이나 이라부를 찾는다. 그들이 필요했던 것은 처방이 아니라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이며 소통 그 자체였던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라부는 자연스럽게 그들의 이야기를 끌어내고 들어준다. 때로는 맞장구를 쳐 주기도 하고 아픈 곳을 오히려 더 찌르기도 한다. 이라부는 그들을 치료해주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치료할 수 있도록 그저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스스로 그들의 강박증을 이겨냈기에 그들은 정신적으로 더 건강해 질 수 있었다고 본다.
첫번째 환자는 조폭이면서도 뾰족한 것을 무서워하는 강철근이었다. 조폭이라는 직업답게 이름도 굳세고 차가운 이미지였지만 뾰족한 것 앞에서 우스워 보일 정도로 움츠러드는 인물이다. 두번째 환자는 나르시즘에 빠져서 모두들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강박증에 빠진 여성이다. 스토커의 시선에 앞서 그녀는 스타가 되어야만 한다는 강박증에 그리고 그렇지 못한 현실과의 괴리에서 더욱 힘들어 한다. 마지막으로 나온 인물은 김선남씨는 닥터이라부의 원작이 발표된 일본의 가장 전형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다. 세번째 환자인 김선남씨는 사회적시선을 두려워 하여 자신을 지나치게 가두고 화를 내지 못하는 강박증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자신의 속마음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일본인들에게도 가장 공감가는 인물이겠지만 남들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한국인들에게도 가장 공감을 주는 인물은 김선남씨가 아닐까 싶었다.
사실 현대인들은 누구나 강박증 하나쯤은 가지고 산다. 이라부를 보면서 나에게도 저런 강박증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파고 들면 더 많겠지만 내가 가장 심하게 느끼는 강박증은 시간강박증이 아닐까 싶다. 시계 없이 해의 움직임만으로도 여유있게 살아오신 조상님들의 생활이 존경스러울 지경이다. 1분 1초가 정확하게 나오는 디지털 시대에 살고있어서인지 어떻게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아닌 1분에 집착하게 되곤 한다. 시간은 금이다. 일분 일초를 소중하게 생각하라는 명언들이 수두룩 하다. 따지고 보면 1분 동안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생각했을 때 제대로 이루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하는 일 없이 흘려보내는 수많은 시간들에는 감각이 없으면서 임박했을 때의 1분이나 1초에만 마음이 급하다. 조금 더 여유있어진다면 흘려보내는 시간들을 여유있게 돌아볼 수 있어진다면 그리고 그 시간들을 가치있게 쓸 수 있는 자세가 된다면 나의 강박증도 어느정도 해결이 되지 않을까 싶다.
연극의 고정관념이라는 제4의 벽을 깨트려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연극이어서 그런지 객석자체가 병동이어서 그런지 내 병도 알아가고 내 병의 치료법까지 생각해버리게 만든 연극이었다. 혼자 본 연극이었지만 마지막에 배우들이 손도 잡아 이끌어서 같이 무대에서 춤도 추고 딱히 혼자라는 느낌없이 유쾌하게 관람한 연극이다. 아직 원작인 공중그네를 읽어보지 못했는데 조만간 학교도서관에서 빌려보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