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불편한 진실, 소설 도가니
2011년 9월, 우리나라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다. 국민들은 분노했고 또 울었다. 무엇이 이렇게 국민들을 분노케하였는가? 바로, 영화 도가니였다.
도가니는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이며 난 소설의 중심으로 이 글을 써보려고 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인 인호는 사업에 실패하고 좌절하던 중 아내의 연줄로 도움을 받아 가정을 책임지기 위해 무진으로 내려간다. 바로 청각장애인학교 자애학원의 기간제 교사를 하면서 정식 교사가 되기 위함이였다. 평소 정직하게 살았다고는 생각하지 않은 인호에게도 떨떠름한 제의였지만 가정을 먹여살려야 되는 가장의 입장에서는 받아들일 수 있는 실정이였다. 그렇게 무진으로 내려가는 중 을씨년스러운 무진의 분위기와 이름 모를 소년을 만나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이 학교에서 살아남기 위해 학교발전기금이라는 명목의 뒷돈도 지불하고 최대한 조용히 기간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 뿐이였지만 반 아이들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고 그 원인에 대해 찾아보려고 한다.
학교의 어두운 분위기와 화장실에서 나오는 괴성, 학생들을 아무렇지 않게 구타하는 선생님, 그리고 그것을 방관하는 다른 선생님들에게 심상치 않음을 느끼고 이 사건을 파헤친 결과 아이들은 성폭행을 당하고 있었고 그 가해자가 자애학원의 교장, 행정실장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그리곤 이 소설의 가장 충격적이고 두려운 장면이 나온다. 서선배와 함께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증거자료, 미디어 매체에 알릴 자료를 만들기 위해 피해자인 연두에게 진술을 부탁하는 대목이다. 그렇게 가해자들을 심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학연과 지연으로 똘똘 뭉친 사람들의 도움으로 재판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밝혀진 예전 본인이 했었던 철없는 행동으로 인하여 두려움과 회의감에 사로잡힌 인호는 결국 찾아온 아내와 함께 다시 집으로 돌아가버리고 6개월이 지난 후 서선배에게 온 이메일로 소설은 끝이 난다.
이 소설이 사회적 큰 반향을 준 이유는 보통 성폭력이 아닌 청소년, 그리고 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된다. 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비장애인들과 동등하게 여겨야 하지만 불편함이 있는 것을 사실이며 사회적인 인식으로는 약자로 비춰지는 게 현실이다. 사회적 약자에게 행하는 범죄, 그리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가해자들의 행동과 언행을 화려한 미사어구가 아닌 담담한 어조로 제 3자 입장에서 써내려감으로서 독자로 하여금 더욱 섬뜩하게 만든다고 생각한다.
이 소설의 키포인트로 나타나며 그 키포인트는 두 가지인데 하나는 장애인들에 대한 비장애인들의 인식이다. 위에도 언급했듯이 비장애인은 장애인들과 다른 신분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마치 그런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예전 조선시대의 계급차이를 보는 듯한 느낌도 받을 때가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사고패턴은 매우 잘못된 것이며 위험한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리고 이러한 인식 뿐만이 아니라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인식도 존재한다. 마치 소설에서 피해자 어머니가 자신의 아이는 성폭행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지도 못하고 애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칭얼대는 것으로만 생각하는 것을 통해 볼 수 있다. 이렇듯 이는 타인에게서만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미술치료사 선생님에게 장애인의 사회적 인식에 대한 이야기를 잠깐 들었던 적이 있다. 치료를 통해 충분히 더 나은 상태를 유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부모들이 자신의 아이는 아닐 것이라는 이상한 믿음과 고집으로 아이들을 고통받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조금 나았다 싶은 아이들이 다음에 들어왔을 때는 더 악화되어 들어온다고 한다. 즉, 아이에 대해 잘 알고 효과적으로 대처해야 할 부모조차도 “우리 아이는 다른 아이들과 같다.”라는 인식 때문에 아이들이 더 고통을 당하는 것이다. 현실을 받아들이면 자녀도 그만한 고통은 안 받아도 되었을 것이다.
그리고 마지막 키포인트는 ‘무관심’이다. 소설에서는 자애학원 사태를 방송보도로 내보내고 재판까지 이끌어가지만 실질적으로 가해자들과 싸운 것은 피해자들이며 처음에 응원을 보내던 네티즌도 인호의 과거가 밝혀지자 인호에 대한 인신 공격을 하기에 바빴고 재판은 관심 밖으로 밀려나게 되었다. 만약 네티즌과 국민들이 관심을 가지고 이러한 사태를 계속 지켜보았다면 어떠한 결과가 있었을까? 이러한 물음은 소설과 영화를 통해 날카롭지만 담담한 문체와 영상으로 관객들에게 묻고 있다. ‘당신들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라고.
결국 이 소설과 영화로 인해 광주인화학교 사태는 수면 위로 상승하였고 가해자들 및 그 관계자들은 국민들의 질타를 받게 되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소설은 장애인들의 입장에서는 장애인들의 인권에 대한 오마주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것이 자극적인 소재로 나타나는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여전히 남아 있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음에 장애인을 소재한 영화 중에서는 좀 더 밝고 명랑하고 행복한 장면들이 가득한 영화가 만들어지길 소망한다. 그리고 그 영화를 보고 함께 웃을 수 있는 그 날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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