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국화와 _ 을 읽고
일본의 ‘카미가제’ 작전을 서양인들은 과연 이해할 수 있었을까? 미국 헐리웃 영화를 돌이켜 보면 백척간두에 놓인 국가의 위기나 중요 인사의 생사, 더 넓게 지구와 우주의 존폐 문제를 어떤 한 인물의 영웅적인 활약으로 해결하는 영화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상당히 비현실적이고 황당한 스토리 이지만 서양인들의 정서로는 일본의 ‘카미가제’ 작전 보다는 훨씬 설득적이고 수용하기가 쉬울 것이다. 하지만 일본과 비슷한 왕정 문화를 지닌 우리나라 사람들의 정서로는 받아들이기에 그렇게 부담스럽지는 않다. 지나온 우리 역사 속에서도 주군과 왕에게 충성하기 위해 자신의 목숨 하나는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으니 말이다. 이건 인간의 육체나 물질보다 정신적인 문제를 우월시하고 중요시하는 문화에서는 크게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서구인들처럼 훨씬 물질적이고 계약적인 사람들의 시각에서는 자신의 혈육도 아닌 상징적 존재인 천황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거리낌 없이 내놓는 일본인들은 잘 이해가 가지 않을 것이다. 일본이 2차 대전 중에 보여준 여러 모습은 서구인들을 당황스럽게 하기에 충분했다.
서구인들이 일본에 대해 가장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은 패전 후에 일본이 보여준 승전국에 대한 호의적 태도와 자신들의 능동적인 체제 변화의 노력이었다. 그들은 그들이 억울하게 졌다거나 승전국들이 단지 힘이 강해 자신들이 졌다거나 하며 자신들을 변호하는 입장을 취하지 않았다. 그들은 상황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천황을 위해 자살공격까지 감행했던 그들이었기에 더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그러나 일본인 행동 동기의 기회주의적 성격을 이해하면 이는 그리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들은 그들이 자신들의 이익과 명예를 위해서 서슴없이 전쟁을 일으켰지만 문제가 생기면 그들의 실패나 실수, 오류를 기꺼이 인정한다. 그리고는 미련 없이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간다. 자기들의 신념이 잘못된 세력에 의해 저지당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방법에 문제가 있었다고 생각할 뿐이다. 따라서 그들의 행위는 다분히 기회주의적으로 보일 수 있는 것이다. 루스 베네딕트가 서양인의 시각에서 일본을 나름대로 객관적으로 바라보며 책을 기술하였지만 그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상당부분 차지한 것도 이러한 일본인들의 정서 때문일 것이다.
다른 예로 은혜라는 말은 서구에서의 신의 은총, 따라서 받으면 받을수록 좋은 것. 대부분 받지 못해서 문제인 그런 것이고 우리나라 역시 공동체 사회에서 은혜를 베푸는 것은 임금, 관리, 일반 백성 모두에게 권장되고 사람들 역시 이를 받으면 감사해하고 기뻐하는 그런 것이다. 그러나 일본에서 온(恩)은 결코 그런 좋은 의미가 아니다. 일본인은 마치 서구인의 원죄의식처럼 자신이 은혜를 입은 자로 인식한다. 그런데 이 은혜는 받을수록 좋은 것이 아니다. 일본인은 이 은혜를 꼭 갚아야 하는 의무로 인식한다. 따라서 자연히 이런 도움을 요구하고 받는 행위는 일본 사회 내에서 발달할 수 없고 되도록이면 거절하게 된다.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있는 일본의 문화가 독특한 사회 정서와 문화를 가지게 된 연유를 단지 민족성이라는 말로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역사발전에서 우연한 사건과 사고가 역사를 뒤 바꾸어 놓았다는 말이나, 태생적으로나 본질적으로 그 나라, 그 민족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논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판단해야할 문제인 것 같다. 일본과 조선의 역사는 참으로 가까워지기 힘든 아픔과 질곡의 역사이다. 물론 중국과의 역사적 마찰도 그에 버금가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일제청산의 문제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거시적 안목에서 동반자적 역사발전도 고려해야하지만 막연한 배일감정도 이제는 버려야 할 때이다.
역사 발전은 커다란 물줄기를 가지고 도도히 흐르는 강물에 비유되어질 때 가장 맞는 것 같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는 이유도 지나온 강물의 흐름을 살펴보고 앞으로 흘러갈 방향을 미리 내다보고 미래를 준비하기 위함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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