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감상문] 적벽가
이번 제가 본 공연 적벽가는 중국 소설 『삼국지연의』 가운데 적벽대전장면을 차용해, 유비·관우·장비가 도원결의를 한 후 제갈공명을 모셔 와 적벽대전에서 조조의 군사를 크게 이기고, 관우가 조조를 사로잡았다가 다시 놓아주는 내용으로 재구성한 현전 판소리 작품입니다. 적벽가는 판소리의 연행 원리가 어느 정도 확립된 이후에 성립되었을 가능성이 크며, 판소리 장르 자체가 정형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외국 소설이 판소리화 되어 불렸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따라서 와 같은 판소리가 형성된 17~18세기의 어느 시점에 적벽가의 초기 형태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해 볼 수 있으며, 성립 당시의 적벽가는 『삼국지연의』의 내용에 기반한 대목이 중심이 되는 소리였을 것으로 보였다.
『조선창극사』에 적벽가를 장기로 삼았다고 소개된 명창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동편제 내지는 중고제에 속한 이들이 대부분이다. 동편제는 씩씩한 창법과 웅장한 우조를 위주로 하되 별다른 기교 없이 대마디대장단으로 소리를 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음악적 특성이 적벽가의 가창에 어울렸기 때문에, 동편제에 속하는 명창들이 적벽가를 특히 즐겨 불렀던 것으로 생각된다.
19세기 이후 적벽가에는 긍정적 영웅들의 형상이 강화되고 조조는 골계적인 인물로 격하되는 변모가 나타났으며, , 등 음악적으로 수준 높은 소리 대목들이 더늠으로 첨가되었다. 20세기로 접어들면서 적벽가의 전승은 다소 위축되기 시작했다. 조선 사회에서는 적벽가가 양반 식자층(識者層)으로부터 많은 인기를 얻을 수 있었지만, 신분제가 점차 해체되면서 주요 판소리 향유층의 구성이나 취향에도 변화가 생겨난 것이다. 이에 적벽가보다 춘향가, 등이 더 인기 있는 소리가 되었다. 여성 판소리 창자들 다수가 이 시기에 등장한 것도 적벽가의 전승에 영향을 미쳤다.
적벽가는 여성 인물이 등장하지 않으며, 어지간한 공력 없이는 제대로 소화하기 힘든 이른바 ‘센 소리’에 속했기 때문이다. 서정성이 강한 의 경우는 여성 창자들이 종종 부르기도 했으나, 적벽가 전체를 완창하는 데는 다소 무리가 있어보였다. 한편 20세기에 들어 웅장하고 호탕하면서도 고졸한 동편제의 창법보다 애련하고 처절한 계면조를 위주로 한 서편제의 창법이 더 인기를 얻게 된 상황도 적벽가 전승의 위축과 관련이 있다. 적벽가는 꿋꿋한 우조 위주의 소리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판소리의 전승 환경이 이처럼 변화하는 상황 속에서도 적벽가는 창극으로 공연되기도 하고, 무대에서 토막소리로 불리기도 하며 지속적으로 전승되고 있다.
적벽가의 대표적인 눈대목으로, , , , , , 대목 등이 있다.
유비, 장비, 관우가 도원결의로 형제의 의를 맺고, 제갈공명을 찾아간다. 그러나 제갈공명은 낮잠을 자면서 일행을 기다리게 하고, 이에 성격이 불같은 장비는 초당에 불을 지르려고 달려든다. 유비는 장비를 진정시킨 후, 공명에게 도탄에 빠진 백성을 구하고자 하는 자신의 뜻을 밝힌다. 공명은 처음에 거절하는 의사를 밝히나, 유비의 진심어린 설득 끝에 그의 책사가 되기로 결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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