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영의 삼국지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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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석영의 삼국지를 읽고
‘삼국지를 읽지 않은 사람과는 얼굴을 마주하지 말며 삼국지를 세 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라는 말이 있듯이 삼국지는 삶의 지혜를 깨닫도록 해준다. 어릴 적에 삼국지를 읽었었는데 하도 오래되어 기억도 잘 나지 않아 언젠간 읽어야지 하는 기약 없는 다짐만 해왔는데, ‘중국 소설 문학의 세계’ 강의를 들으며 마침 기회가 생겨 삼국지 전권을 읽게 되어 보람되었다. 많은 삼국지 책들 중에서 황석영의 삼국지를 골라 읽었는데, 총 10권이나 되어 처음엔 언제 다 읽나 하는 마음에 부담이 되었지만, 1권, 2권 읽어 나가다 보니 너무나도 재미있어 밤늦게 까지 책을 붙잡고 있었다.
삼국지에선 다양한 사건들 속에 다양한 매력을 지닌 인물들이 많이 등장한다. 책을 읽는 내내 각기 다른 매력들을 지닌 인물들을 만나볼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었다. ‘인의’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현덕은 성인군자로 정말 대단하지만 사실 답답하게 느껴진 것도 사실이다. 적군에게 쫓길 때, 그렇지 않아도 쫓기고 있는 상황인데 백성들을 버리지 못하고 그들을 보호하느라 더딘 걸음으로 행군하는 장면에서는 이렇게 더디게 가다가 적군에게 병사뿐만이 아니라 현덕 그 또한 사로잡히는 것은 아닌가하는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만약 현덕이 아닌 내가 그 무리를 이끄는 리더였다면 과연 그와 같이 행할 수 있었을까하는 의문이 든다. 유비를 통해 리더는 강력한 리더십만을 발휘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에 진정으로 갖추어야 할 덕목이 무엇인가를 배울 수 있다. 유비는 리더로써 강력한 명령을 내리며 엄하고 강한 면모를 보인 것이 아니라, 눈물을 많이 흘리며 상대에게 마음으로부터 호소하는 능력을 지녔다. 사실 남의 앞에서 눈물 흘리는 것이 창피하여 쉽지가 않은데, 그는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남의 앞에서 눈물을 보였다는 것 자체가 지금껏 우리가 생각해온 리더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러나 그는 ‘인’과 ‘의’로써 우리 학교의 모토와도 맞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아주 잘 펼쳐내어 천하삼분지계의 한 주인공으로써 우뚝 설 수 있었다.
유비와 같이 삼국지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조조는 뛰어난 결단력을 지닌 인물로 우유부단한 나와는 굉장히 반대되는 인물이다. 조조는 결단력뿐만 아니라 전략을 세우는 데에도 능했으며, 법을 지키는 데에 있어서 자신을 예외로 두지 않고, 상벌을 공평하게 주었다. 조조는 가장 높은 자리에 있으면서도 자신에게도 부하들과 같은 법을 적용시켰는데 이것을 극명하게 볼 수 있는 장면이 있다. 조조는 백성들이 일군 보리밭을 지나갈 때, ‘보리를 밟는 자는 머리를 자를 것이다.’라는 엄명을 내리고 가고 있었다. 갑자기 조조의 말이 지나가는 쥐에 깜짝 놀라 보리밭으로 펄쩍 뛰어올랐다. 그때 그는 자신이 명을 어겼으니 벌하라고 시킨다. 그러나 주변에서 만류하여 머리대신 머리카락을 칼로 자른다. 이 장면을 보면서 요즘 한창 뉴스에 자주 오르내리는 정치인들이 떠올랐는데, 법을 제정하는 자로써 먼저 그 법을 지킨다면 시민들도 그 법을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이와 같은 장면을 통해서도 삼국지는 정말 우리의 실생활에 유용하게 적용시킬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삼국지’하면 가장 유명한 것이 ‘도원결의’와 ‘적벽대전’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것들만큼 유명한 것으로 ‘삼고초려’와 ‘출사표’가 있는데 바로 와룡선생 제갈공명이 그 주인공이다. 제갈공명은 정말 비상한 인물로, 뛰어난 책략을 이용해 의지할 곳 없이 남의 밑에서 기탁하던 유비를 천하삼분지계의 중심인물로써 조조와 손권과 대등한 위치에 서게 하였다. 주유는 이런 제갈량을 애초에 없애려고 제갈량에게 화살 10만개를 만들어내라는 말이 되지도 않는 주문을 하고 군령장을 받아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신데렐라에게는 요술할머니가 나타났다면 제갈량에게는 뛰어난 지략이 있어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제갈량은 화살을 가지러 적군에게 배를 몰고 갔는데, 정말 ‘과연 제갈량이다’ 싶었다. 제갈량과 같이 번뜩이는 아이디어로 위기를 손쉽게 모면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런 파격적인 생각은 요즘과 같은 시대에도 굉장히 필요한 능력인데, 나 또한 제갈량처럼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손쉽게 위기를 모면할 수 있는 방법을 떠올릴 수 있도록 삼국지를 다시한번 정독하겠다. 이뿐만이 아니라 제갈량은 관운장이 조조에게 은혜를 보답할 수 있는 기회 또한 제공하여 주었는데, 관운장의 성향을 파악하고, 앞을 내다보아서 작은 기회도 그저 흘려보내지 않고, 잘 포착하였다. 제갈량처럼 되려면 정말 열심히 책을 읽고 학문을 탐구해야겠다.
삼국지에 등장하는 인물들에게 물론 본받을 점도 많지만, 반대로 본받아서는 안 될 점들 또한 있다. 주유와 손책을 보면, 이들은 스스로 화를 못 이겨 죽게 된 인물들이다. 이들을 보며 지금껏 사소한 일들에 화를 내고 짜증내던 나를 되돌아보게 되었다. 나쁜 마음을 품고, 화를 품는 것으로 스스로 자멸에까지 이른 이들을 보며 항상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였다.
삼국지에는 ‘와룡과 봉추 둘 중 하나만 얻는다면 세상을 얻을 수 있으리라’라는 말이 나온다. 이들은 정말 뛰어난 인물들인데 와룡선생인 제갈량은 키도 크고, 얼굴은 옥같이 하얘서 생김새 또한 뛰어나다. 그러나 봉추선생은 외모가 박하여 유비는 제일 처음 방통을 봤을 때 하급관리로 임명하게 된다. 요즘과 같이 성형이 만연해 있는 시대에서 뿐만 아니라 유비가 있던 그때 그 시절에도 외모지상주의가 있었다는 것에 놀라웠고, 외모로 사람을 섣불리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새삼 느꼈다.
삼국지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달았지만, 가장 크게 와 닿은 것은 ‘경청’이다. 책에서 많은 인물들이 옆에서 간하는 말을 무시하고, 자신의 생각대로만 일을 진행하다가 패배한 경우가 허다하다. 옆에서 충심으로 간해주는 말을 듣지 않아, 충신들은 그 리더를 떠나가기도 한다. 원소의 패배를 통해 알 수 있듯이 듣기 좋은 말만 좋아해서는 안 되며, 듣기에는 날카롭고 쓰더라도 바른 말을 꺼려해서는 안 되고 달게 받아야 한다. ‘경청’을 잘하면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모여들지만, 그렇지 못하면 주변에 있던 인재들도 떠나가는 것이다. 그러나 남의 말을 ‘경청’한다고 해서, 자신의 주관이 없어서는 안 된다. 남의 말에 촛불 흔들리듯이 마음이 흔들려서는 안 되며 소신을 갖고 자신의 생각도 피력할 줄 알아야 한다.
이렇듯 삼국지를 읽음으로써 인물들을 통해, 또는 사건들을 통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단지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읽기 시작했던 삼국지이지만, 이를 통해 내 인생에서 더 없이 소중하고 귀한 인물들을 만나보았다. 이 책을 항상 곁에 두고 인생의 교훈을 얻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