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아내가 결혼했다 를 읽고
요즘 드라마에서 결혼 후 남편 혹은 아내가 외도하는 장면을 흔히 볼 수 있다. 그것을 보고 시청자들은 바람을 피우는 남녀 배우에게 많은 비난을 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아내는 단순히 바람을 피우는 것이 아니라 제목 그대로 결혼한다. 결혼한 상태에서 결혼한 것이다. 이것을 드라마로 제작해 방송하고 시청자들이 본다면 뒤집어질 일이겠다. 나부터도 처음에 미치지 않고서야 저럴 수 있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다 읽은 후 지금 생각해보면 이런 일도 있을 법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일로 인해 알게 된 한 남녀는 공동의 관심사인 축구로 서로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그러다가 남자는 여자에게 청혼을 하지만 여자는 누구와도 결혼할 생각이 없다며 남자의 청혼을 거절한다. 여자는 “결혼해서 더 좋아진 사람을 못 봤는데 어떻게 그래. 결과가 너무 뻔해.”라고 말한다. 아마 결혼에 대해 불신하는 것 같다. 결국 오랜 설득 끝에 여자는 결혼을 받아들이고 결혼 한다. 대신 아내는 서로의 사생활을 신경 쓰지 말자는 조건을 내건다. 신혼 생활은 즐거웠지만 아내는 일로 인해 지방으로 내려가 지내게 되는데 그 곳에서 일로 만난 남자를 사랑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나, 사람 생겼어.” “나, 좋아하는 사람 생겼어.”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아내다. 그런데 그와 결혼하고 싶으며 남편과는 이혼하고 싶지는 않다고 하는데 남편은 도무지 아내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아내는 남편이 정 이혼하고 싶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한다. 남편으로서는 미치고 팔딱 뛰고 당연히 이해할 수 없는 일일 것이다. 이 세상 평범한 사람이라면 상상조차 할 수 없고, 당장 이혼하려 들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이 남편은 고민 끝에 아내와 이혼하지 않기로 결정한다. 이유는 아내를 사랑하기 때문에. 싫으면 이혼하면 끝인데 아내의 이중 결혼을 허락하다니 이런 남편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남편이 아내를 무지 사랑하긴 하나보다.
그렇게 아내는 두 번째 결혼을 하고 두 살림을 차리고 생활한다. 아내가 결혼 했어도 일상은 변한 것이 없다. 남편은 두 번째 남편을 질투하기는 하지만 그거야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아내가 결혼한 후 남편도 몇 명의 여자들을 만나고 아내는 어떤 여자인지 궁금해 한다. 남편이 알려주지 않자 아내는 질투를 하게 되는데 남녀 관계에 있어 쿨한 아내가 질투를 하다니 의외였다. 그런데 어떻게 생각하면 오히려 이런 질투와 그로 인해 생기는 긴장감이 부부의 관계를 더욱 깊어지게 하는 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날 아내는 임신했다고 말하고 남편은 둘 중 누구의 아이냐고 묻지만 “누구 아이긴. 내 아이지. 당신 아이고. 또 그 사람 아이고.”라고 말한다. 예쁜 딸아이가 태어나고 두 남편은 자신의 아이라고 확신은 못하지만 둘 다 아이를 끔찍이 여긴다. 아이가 생긴 후 두 남편은 자주 마주치게 된다. 아내가 아이와 함께 미국으로 잠시 떠난 후 두 번째 남편은 공동의 관심사인 축구 자료를 가지고 집으로 찾아오거나 또 서로 좋아서 만나는 것은 아니었지만 술도 함께 마셨다. 이를 통해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처지를 조금씩 받아들이고 말은 하지 않아도 서로의 입장을 공감해 가는 것을 느꼈다. 그 후 아내는 한국으로 돌아와 남편에게 뉴질랜드로 이민가자고 하는데 다른 남편도 함께 가자고 한다. 남편은 처음에는 반대했지만 남편은 결국 동의한다. ‘그 놈과 같이 살 수 있냐고?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하며. 남편은 처음에 아내가 결혼한다고 했을 때 하늘이 무너지는 것처럼 어이없고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후에 아내가 모두 함께 이민가 살자는 제안을 받아들인다. 남편은 자신에게 일어나는 일을 자신도 모르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나부터도 처음 아내가 결혼 한다고 할 때 말도 안 되는 일이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갈수록 그럴 수도 있겠구나 생각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남자가 바람을 피우는 것은 그럴 수도 있는 것이고 여자가 바람을 피우면 절대 용서받지 못할 일로 여긴다. 남편과 그의 친구 병수와의 대화에서 병수는 마음껏 바람을 피우지만 아내가 한번 바람을 피웠다며 이혼을 하겠다는 병수의 말에 남편은 속으로 ‘같은 남자지만 왠지 괘씸했다. 자기는 마음대로 바람을 피우면서 마누라는 그러면 안 된다?’라고 한다. 나도 항상 이런 점은 부당하다고 생각해왔다. 우리 사회에서 일부일처제는 당연한 것이다.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해 한번도 일부일처제에 대해 맞지 않다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다. 보통 다른 나라의 일부다처제, 일처다부제에 대해 들으면 미개한 나라로 여기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의 전통적 가치관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되었다. 일부일처제라는 제도가 사회가 만들어낸 원칙이 아닐까? 아내가 남편을 설득하는 말에서 점점 나도 설득 당하고 있었다. 솔직히 나는 처음에 아내가 미친 여자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두 집 살림을 하면서도 일도 살림도 완벽히 해내고 남들은 생각지도 못할 결혼생활을 하는 참 대단한 여자라 생각한다. 그리고 남편도 자기 의견대로 실행하지 못해 답답했지만 이해심이 참 넓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법은 일부일처제이지만 이렇게 두 살림을 차린다고 해서 남들에게 피해주는 일은 없다. 그들끼리 서로 합의하에 사는데 누가 뭐라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아내는 다른 사람들과 결혼관이 다를 뿐인 것이다. 자신이 행복하고 누구에게도 폐 끼치지 않는다면 자기 생각대로 사는 게 나쁘다고 할 수 없다. 그리고 여기서 남편은 점점 갈수록 자신의 상황을 받아들이고 일상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가정이 구성되고 그것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이렇게 아내와 남편처럼 일부일처제라는 우리 사회의 관습을 조금씩 다르게 생각하고, 조금씩 바꾸어 간다면 언젠가는 이 책에 나오는 부부같이 살아가는 가정들이 생겨나지 않을까? 물론 지금 어딘가에서 이미 있을 지도 모르겠다. 책을 읽으며 결혼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되었다. 그 동안 내가 생각해왔던 결혼이라는 것이 어딘가 잘못되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난 아내처럼 두 명의 남편을 두고 두 살림을 차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사회가 원하는 결혼과 나의 결혼관과 맞지 않는다면 꼭 사회가 원하는 대로 살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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