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춘색매화달력
永春水 저
고전문학은 흔히 지루하고, 고리타분하다고들 생각하기 쉽다. 나에게도 고전보다는 현대소설을 읽는 편이 좀더 부드럽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일본 근세 고전 중『춘색매화달력』이라는 책은 人情本으로서 남녀 간의 사랑을 다룬 여성들을 위한 연애소설이다. 원서를 그대로 읽었다면 고전 작품이라서 시간도 많이 소요 되었을 것이고, 완독도 힘들었을 것이다. 하지만 다행히도 번역본이 있어서 쉽게 일본 고전중의 하나인 이 작품을 완독할 수 있었다. 당시의 주 독자층은 지식인이 아닌 일반 부녀자들이었기 때문에 내용 역시 어렵지 않고 흥미위주의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또한 전체 내용이 대화의 형식을 띄고 있는 점이 이책을 술술 읽어내려가는 재미 중의 하나였던 것이다. 이러한 점으로 인해서 일반 부녀자들이 쉽게 다가갈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춘색매화달력』의 주된 흐름은 주인공 단지로와 그를 둘러싼 두 여자에 대한 사랑 이야기로 구성되어 있다. 유곽의 양자 단지로는 주인집 딸 오초와 정혼한 사이인데, 억울한 누명을 쓰고 집에서 쫓겨나는 곤경에 처하게 되고 이를 돕기 위해서 연인 사이인 게이샤 요네하치가 자신이 고용되어있던 유곽을 빠져나와 자유 게이샤가 되어 단지로를 돌보게 된다. 한편 단지로와 정혼 관계에 있던 오초도 유곽을 빠져나와 단지로를 만나게 되고, 어려움에 처한 단지로를 위해서 조루리 연주자가 되어 단지로를 돕는다. 끝에서는 이러 저러한 일들 끝에 주인공 단지로의 누명은 벗겨지고, 단지로에게 누명을 쓰게 한 사람들은 죄를 받게 된다. 그리고 애초에 결혼을 약속했던 오초는 정처가 되고 요네하치는 첩이 된다는 내용으로 여러 고전에서 볼 수 있는 전형적인 권선징악의 내용으로 끝을 맺는다.
여기서 단지로를 좋아하는 두 여인 요네하치와 오초는 자신이 사랑하는 남자를 위해서 자신을 희생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요네하치는 게이샤 임에도 불구하고 단지로에 대한 정절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오초는 자신의 몸을 팔아서까지 단지로의 어려운 처지를 도와준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에서 단지로의 모습은 우유부단하고 여자를 좋아하는 한량으로만 묘사되고, 이야기가 전개 되는 내내 주인공 단지로가 직접 나서서 행동하는 일은 없으며, 모두 주변인의 도움을 통해서 사건이 전개가 된다. 후반부에서 단지로의 신분회복이 되는 것 역시 단지로가 스스로 움직이는 모습은 찾아 볼 수 없을 정도로 수동적인 인물이다. 또한 단지로는 오초와 요네하치 그리고 그 외의 다른 게이샤와 까지 관계를 가진다. 전형적으로 바랑둥이처럼 단지로를 묘사하고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유행한 浮世草子의 [好色物]에서처럼 주인공묘사를 해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 단지로의 이러한 모습은 그냥 지나친 채 이것을 오초와 요네하치의 관점에서만 바라보면서 정절을 지키고 있는 여인의 모습만을 강조해 그리고 있다. 이러한 부분은 현재의 상식으로는 어쩐지 이해 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초편에서는 단지로가 병에 걸려 있었기 때문에 수동적인 모습이 이해가 갔지만, 진정한 남자라면 자신의 위해서 여인들이 그렇게 고생을 하는데, 좀 더 능동적인 자세로 행동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자신을 향해 정절을 지키고 있는 여인들을 생각해야 하는 거 아닌가? 라는 느낌을 받았다. 요즘 살아가는 현대적인 생각으로는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 부분인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출판 되었을 당시 엄청난 성공을 일으켰다. 연구자들은 이 작품이 성공을 거둔 가장 큰 요인이 작가가 당대의 독자들이 원하던 새로운 형태의 연애소설을 제시했다는 점에 두고 있다. 이 책에 실려있는 浮世에서도 그것을 알 수 있듯이 게이샤들의 복장, 언어 등을 비교적 자세하게 묘사하고 있는데, 이러한 점에서 소설책인 동시에 당시의 패션잡지의 역할도 같이 한 것이다. 그리고 소설의 중간 중간에 당시 유행하던 노래의 가사를 집어넣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더 많은 호응을 얻을 수 있었다. 이렇듯 『춘색매화달력』은 남자 주인공의 매력 보다는 여인네의 애절한 사랑과 당시의 독자들을 끌어들일 만한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었기 때문에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된다. 이는 현대의 마케팅에서도 일정부분 상통하듯이 젊은 여성들을 타겟으로 삼고, 그들이 좋아할 만한 이야기로 포장해냈기 때문에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한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어느 시대에나 남녀의 사랑 이야기는 사람들의 주요 관심사 인듯하다. 『춘색매화달력』도 역시 소재가 연애사여서 한층 더 사랑받았을 것이다. 그리고 나 역시 단지로의 무능한 캐릭터가 답답하긴 했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은 게이샤의 남자를 향한 마음씀씀이를 엿볼 수 있었고, 비판적인 태도로 단지로를 대하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여러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단지로가 부럽기도 하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소 선정적인 표현으로 작자 다메나가슌스이는 50일간의 금고형을 받게 된다. 아무래도 주인공과 주변의 여인들과의 관계를 묘사하는데 있어서 당시 사회의 윤리에 어긋났기 때문이었다. 어느 시대에나 금기시 되는 출판물과 영상 등은 큰 인기를 누리는 작품이 많이 나오게 된다. 작가의 표현의 자유를 위해서 허용해야 할지 아니면 그 시대의 정서에 맞게 제한적인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에 대한 정답은 없지만, 과거에도 그랬고, 현재도 그렇고, 미래에도 그럴 것이듯, 작가는 자신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많이 표현해주기를 바랄 뿐이고, 우리들 독자로서는 그것을 적절하게 자기 것으로 받아들이는 성숙함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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