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푸 제1부 - 길의 노래
과제를 하기 위해 제일먼저 어떤 영화를 선택하느냐 하는 것이 고민이 되었는데, 내가 좋아하는 영화들을 찬찬히 떠올려보니 모두가 전형적인 극영화 방식의 영화이거나, 너무 유명해서 누구나 다 아는 영화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누구나가 알 수 있는 영화가 아닌 조금은 생소하지만 한번쯤 꼭 보여주고 싶은 영화를 떠올리게 되었고, 그게 바로 길의 노래였다. 아푸 제1부 - 길의 노래는 샤티야지트 레이 감독의 첫 영화로 칸영화제에서 인간기록상, OCIC상-특별상을 수상하면서 감독자신(과 인도영화)의 존재를 서구에 알렸다는 점에서 영화사의 중요한 지점을 차지하는 영화다. 은 1928년 출간된 비부티부산 반도파댜이(Bibhutibhusan Bandopadhyay)의 반자서전적 소설 "길의 노래(Pather Panchali)"를 바탕으로, 가난한 시골마을에서 태어난 한 남자가 자라서 다시금 아버지가 되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 3부작의 첫 편 에서는 가난의 고통을 점차 깨달아가는 유년기의 아푸를, 두번째 편 에서는 도시에서 꿈과 자립심을 키워가는 학창시절의 아푸를, 마지막 편 에서는 성인이 되어 스스로의 인생을 책임지고 만들어나가는 아푸를 묘사하며 자연스러우면서도 긴밀한 연결성을 만들어낸다.
인도의 한 시골마을, 가진 거라곤 빚 뿐인 가족에게도 아이의 탄생은 큰 기쁨이자 축복이다. 고된 생활고에도 마냥 낙천적인 아버지, 그런 남편을 답답해하며 살아가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어머니, 부모의 걱정은 아랑곳없이 말썽을 피우고 다니는 누이, 그리고 늘상 투닥거리면서도 아이들이 아끼는 고모할머니의 보살핌 속에서 소년 아푸는 해맑게 웃으며 성장해간다. 무너져가는 집, 굶주림 안에서도 피어나는 희망. 매일마다 당장 먹을 것을 걱정해야하는 처지이지만 아푸의 가족은 조금만 참고 견디면 더 나은 생활을 할 거란 기대를 한순간도 놓지 않는다. 하지만 간신히 얻은 일자리론 그저 입에 풀칠을 하기 바쁠 뿐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질 줄 모른다. 작가를 꿈꾸던 아버지도, 그리고 아푸도 지금과는 다른 미래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학교를 다니기 위해 집을 떠난다. 그리고 마치 떠난 이들의 빈자리를 메우듯, 예기치 못한 불행들이 집안의 곳곳으로 스며들어 남은 이들을 고통으로 이끌어간다.
남편과 아들을 믿으며 영 내키지 않는 작별인사를 나누는 어머니의 모습은 의 전반에 깔려있는 기다림에 대한 슬픔을 함축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하염없이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사람들은 차마 원망의 소리마저 실컷 낼 수가 없다. 가난으로 눈총을 받고, 병에 걸려 몸져 눕는 와중에도, 그저 떠난 이를 그리워하며 언제나 올지 문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무심하게 내뿜는 기차소리를 배경으로 가족의 빈틈은 점점 커져만 가고, 잇따른 불행은 어느샌가 도저히 그 틈을 채워낼 수 없을만큼 큰 구멍을 만들어놓는다. 허탈감, 마침내 돌아온 이들은 풍비박산난 가족에게 환영조차 받지 못한 채 때늦은 슬픔에 잠겨야만 한다.
하지만 살아있기에 좌절하고 있을 수만은 없다. 처음엔 분노와 원망이었다. 그 다음엔 질 수 없다는 오기였다. 절망으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난 길에서 아푸는 세상에 패배한 스스로의 모습을 돌이켜본다. 아무리 상실의 고통이 크더라도, 정말 가혹할 정도로 세상이 잔인하더라도, 다시금 꼿꼿이 일어서서 걸어가는 아푸의 눈빛에서 조금씩 평온이 깃들어간다. 그의 아버지가 그러했듯, 어느덧 온화한 미소가 살그머니 입가에 서린다. 아푸는 여전히 가난하고 아무 것도 가진 것이 없다. 어쩌면 앞으로 가야하는 길에서도 계속해서 절망만을 확인하게 될 지도 모른다. 그럴 때마다 그는 품 안에 고이 간직하던 피리를 꺼내어 분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나서 가장먼저 든 생각은 순수문학에 가까운 서정성을 보여줌과 동시에 다큐적으로 그려냈다는 것이었다. 생각해보면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에 가까운 촬영방식과 배우의 연기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지금부터 이 영화에서 느낄 수 있는 다큐적인 부분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설명하겠다.
네오리얼리즘 하면 떠오르는 ‘자전거 도둑’ 못치 않게 이 영화 또한 네오리얼리즘에서 보일 수 있는 특성들을 내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자전거 도둑이 전후의 이탈리아를 그린 것이라면, ‘길의 노래’는 있는 그대로의 인도를 그려낸다. 영화의 소재가 삶 그 자체이고, 그 삶 속에서 바둥 거리는 인간들을 포장하거나 꾸미지 않고 관찰하듯이 쫒는다. 카메라의 역할이 촬영이라는 느낌보다는 일상을 함께한다는 느낌에 가까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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