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연초를 읽고 도연초 줄거리 도연초 독후감 도연초 느낀점 도연초 감상문
이 책은 무료함 속에서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그저 아무 이유도 없이 부질없는 내용을 써 내려갔다는 『도연초』는 붓 가는 대로 쓴 수필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다채롭고 풍요로운 정신세계를 그려 냈다. 거기에는 인간과 무상, 색욕, 주거, 술과 음식, 친구, 말, 죽음 등 실로 다양한 주제가 자유분방한 필치로 제멋대로 길고 짧게 전개된다. 때로는 옛날의 조정이나 무가의 법령 및 전례와 고사에 대해 고증하고, 또 어느 때는 흥미진진한 설화를 있는 그대로 기록했다. 모든 것은 지은이 겐코의 무료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이며, 마음이야말로 모든 것의 시초라는 것을 말해 준다. 이 글에 일관되게 흐르는 사상은 제행무상(諸行無常)에 대한 각오와 그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는 자유로운 시각이다.
도연초는 ‘마쿠라노소우시’, ‘호죠키’와 더불어 일본의 중세시대 3대 수필로 꼽히는 유명한 고전이다. 자연과 인생에 대한 감상과 사색을 기록한 가마쿠라 시대 후기의 수필로, 지은이는 요시다 겐코(1283~1352)이다. 와카 시인으로도 유명했던 요시다 겐코가 서단에서 243단에 걸쳐 삶의 양태와 위정자의 덕목, 연애관, 서민의 유머와 도를 추구하는 사람들 등 다양한 주제를 자신의 무상관(無常觀)을 바탕으로 시적 정취에 담아 일한 혼용문으로 쓴 작품이다. 전공 수업 시간에 한 교수님께서 도연초를 설명해주시면서 한 이야기를 말해주셨다. 나무를 잘 타기로 유명한 남자가 사람을 시켜 높은 나뭇가지 위에 올라가 가지 끝을 잘라 오도록 했는데, 아주 위험한 곳까지 올라갔을 때는 아무 주의도 하지 않다가 그 사람이 나무에서 내려 올 때 처마 높이 정도까지 다다르자, “다치치 않게 조심해서 내려오라”고 주의를 주었다고 한다. 왜 그때에서야 주의를 주었는지 요시다 겐코가 묻자 “눈앞이 캄캄하고 가지가 꺽어질 것 같이 위험할 때는 누구나 스스로 두려워서 조심을 하므로 주의를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고는 안전한 곳이라고 방심하고 있을 때 일어나는 것입니다”라고 유명한 남자는 대답했다고 한다. 나는 이 이야기를 듣고 매우 좋은 이야기라고 생각했고 한 번쯤 이 책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또한 스님이 쓴 수필인 만큼 다른 책보다 더 배울 것이 많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 이 책을 고르게 되었다.
작가 요시다 겐코는 스님으로, 언제 태어나 언제 죽었는지 확실하지 않으나 대체로 1283년에서 1352년가지 활동한 것으로 보인다. 겐코는 19세 무렵에 우리나라의 승지 벼슬에 해당하는 6위 벼슬인 구로우도에 임명되기도 했으나 30세 무렵에 출가하였다. 출가 동기는 확실히 알 수 없지만 그의 노래집인 ‘겐코호시카슈’에 실연이나 가까운 사람의 죽음 등에 대한 고뇌를 많이 읊은 것을 보아 그러한 죽음에 대한 개인적인 고뇌와 당시 사회 전반에 가득 차 있던 패배감이 어우러져 속세를 등지게 된 것 같다. 겐코 법사는 출가 자체에 강한 집착을 가진 것은 아니어서 가나자와 지방을 여행하거나 구니요시 왕자의 처소를 드나들기도 하는 등 성속을 넘나드는 자유로운 생활을 했다. 그는 원래 5-7-5-7-7조로 된 일본 전통의 정형시인 와카의 달인으로 당시 노래 부르는 가인으로 이름이 높았다. 이 작품 ‘도연초’는 압축적인 시인 와카로 다 드러내지 못한 감정이나 사상을 산문으로 써 내려간 것으로 겐코 법사의 인생관 자체가 그대로 녹아 있다고 할 수 있다.
‘도연초’가 쓰여진 일본의 14세기는 중세로 분류되는 무사의 시대이다. 특히 가마쿠라 시대 말기에서 남북조의 동란이 한창이던 혼란기에 성립되었다. 이 시기는 정치적으로 매우 불안했을 뿐만 아니라 사회경제적으로나 문화적으로도 혼란스러웠던 시기이다. 문화적으로는 옛 수도인 교토적인 것과 가마쿠라적인 것, 게다가 귀족적인 것과 무사적인 것이 한데 뒤섞여 어떤 절대적인 중심이 존재하지 않던 시대이다. 이 시대 사람들은 하루에도 삶과 죽음이 수십 번씩 엇갈리는 위기의 순간을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이 살고 있는 현세에 매우 강한 불안을 느꼈으며 사회적으로도 무상과 허무의 분위기가 가득 찼다.
이 책은 수필인만큼 매우 다양한 소재의 이야기가 들어 있다. 주로 한 페이지를 넘지 않는 분량의 글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하며 느낀 것이나 겪은 일, 다른 이에게 들은 이야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쓴 글 등이 있어 한 사람의 일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다양한 이야기들 중에서도 반복적으로 나와 그가 중요시한다고 생각되는 소재가 여럿 있다. 그것에는 멋스러운 집들에 대한 묘사, 꽃과 같은 자연의 아름다움, 아름다운 여성에 대한 묘사, 승려가 해야 할 것, 죽음에 대한 생각 등의 글이 있다.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욕심을 갖지 말라 하는 금욕적인 분위기를 띄고 죽음을 받아들이라는 달관적인 분위기를 띄기도 한다. 또한 천황과 귀족을 칭송하는 글들도 많이 보이고, 그가 고전을 즐겨 읽었기 때문에 ‘마쿠라노소우시’ ‘겐지모노가타리’ 등의 고전도 자주 언급된다.
가장 인상깊게 본 것은 제 108단의 ‘시간을 아껴라’이다. 그 단에는 ‘찰나의 짧은 시간은 멍하니 의식하지 않더라도 그 짧은 시간이 계속 흘러가 버려서 삶을 마감하는 순간을 금방 눈앞에 다가온다. 그러므로 불도를 수행하는 사람은 눈앞의 이 한 순간이 헛되이 지나가는 것을 안타까워해야만 한다.’ ‘한순간이라도 시간을 아끼는 마음이 없다면 죽은 자와 다를 게 없다. 그렇다면 시간을 아껴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마음속의 잡념을 쓸어내고 주변의 번잡한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멈추고자 하는 자는 멈추고, 수행하고자 하는 자는 수행하는 것이 좋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참으로 스님다운 말이고 그래서 더욱 마음에 와닿았다. 그는 책 속에서 죽음은 언제 올지 모르는 것이니 지금 이 순간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많이 얘기했다. 모두가 지금 이 시간의 소중함은 알지만 이 시간을 어떻게 소중하게 써야할지는 알기 어렵다. 그런데 ‘마음속의 잡념을 쓸어내고 주변의 번잡한 일에 얽매이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라는 간단한 이 한구절이 내가 어떠한 태도로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야 할지 명쾌히 가르쳐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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