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길동전을 읽고 나서
주인공 홍길동이 뛰어난 능력을 지녔으나 신분의 한계 때문에 차별받는다는 설정을 통해 조선시대 신분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특히 연산군대에 활약한 실존 인물 홍길동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 점도 예사롭지 않다. 홍길동을 도술을 부리고 탐관오리를 응징하는 영웅으로 설정한 것이나 율도국이라는 이상 국가를 건설하게 한 것은 현실의 고통 속에 신음하는 백성들에게 꿈과 희망을 주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홍길동전이 사회 소설, 영웅 소설, 의적 소설로 불리는 것은 현실에 대한 비판 의식과 함께 영웅의 등장을 희구하는 사람들의 염원을 담았기 때문이다.
오늘날 홍길동은 우리들에게 가장 친근한 이름 중의 하나이다. 은행이나 동사무소의 참고 서류에 표본으로 제시된 인물 중 상당수가 홍길동인 것에서도 이 이름이 지니는 대중성을 알 수 있다. 또 홍길동과 관련된 만화와 영화가 수없이 제작되어 그의 이름을 모르는 대한민국 국민은 거의 없을 정도이다. 이처럼 우리에게 친숙한 이름 홍길동은, 그러나 조선시대에는 그리 곱지 않은 시선을 끌었던 이름이다. 연산군대에 관가에 체포된 도적의 이름인 데다 조선시대 최대의 기피 인물이었던 허균의 소설 속 주인공이었기 때문인데, 그로 인해 홍길동전은 오랫동안 금서로 묶여 있기도 했다.
홍길동은 판서인 아버지와 곁에서 시중드는 몸종 출신인 어머니 춘섬 사이에서 출생한다. 주인공에 대한 이러한 환경 설정은 홍길동이 필연적으로 신분 문제에 저항할 수밖에 없는 인물임을 암시한다.
홍길동은 첩의 자식과 그 자손을 말하는 서얼의 설움을 부친과 형제를 제대로 호칭하지 못하는 것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족을 마음대로 호칭할 수 없는 서얼의 자손을 정실의 자손에 비하여 차별하여 대우하는 현실은 가족의 범위를 떠나 사회적으로도 큰 제약으로 다가섰다.
서얼은 조선 전기까지만 해도 그다지 큰 차별을 받지 않았다. 그러나 16세기 이후 조선 사회에 명분과 신분 차별을 옹호하는 성리학 이념이 강하게 정착되면서 양반과 상민과 구분, 적자와 서얼의 차별이 보다 분명해졌다. 서얼의 과거 응시를 금지해 영구히 등용하지 못하게 한 것은 서얼 차별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꿈과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거쳐야 했던 관문인 과거에 응시조차 할 수 없게 한 것은 매우 가혹한 조치였다. 서얼차대는 성리학의 이념이 확고히 자리 잡으면서 그 정도가 더욱 심해졌다. 홍길동전의 경우처럼 아버지가 있으되 아버지라고 제대도 불러 보지도 못하는 시대가 된 것이다.
홍길동은 이러한 현실의 장벽을 극복하기 위하여 사회적으로 비난받아 마땅한 도적의 길로 들어선다. 즉 자신의 처지를 극복하기 위해 도적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특히 실존 인물 홍길동이 도적이었고 허균이 크게 영향을 받았다는 수호전의 주인공도 도적인 점을 감안하면 소설 속 주인공을 도적으로 설정한 점은 매우 자연스럽다.
도적의 우두머리가 된 홍길동은 부정한 방법으로 재산을 모은 해인사와 탐관오리가 수령으로 있는 지역을 집중 약탈하는 의적이 된다. 그들 무리의 이름은 가난한 백성들을 살려 준다는 뜻으로 활빈당이라 하였다. 홍길동은 고통 받는 민초의 편에 서서 탐관오리를 통쾌하게 물리침으로써 그들에게 대리 만족을 가져다준 것이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