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미안 을 읽고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라는 작품은 중학교 때 교과서에서 얼핏 본 적이 있었다. 어떤 소설에서 주인공이 데미안을 감명 깊게 읽었다는 내용과 함께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소설이라고 했던 것을 기억한다.
책을 읽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로서는 우선 우리나라 소설이 아니라는 것에서부터 약간의 거부감이 들었다. 하지만 어떤 이유로 소설 속에서까지 데미안이라는 작품이 거론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기에 조마조마 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데미안은 독일작가 헤르만 헤세가 제1차 세계대전 이후 패전으로 인해 혼미한 상태에 빠진 독일인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었다고 한다. 책을 처음 발표할 당시 헤세는 소설의 주인공 이름인 에밀 싱클레어라는 익명으로 발표를 했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잘 모르겠다.
주인공인 싱클레어는 사랑과 존경, 지혜와 성경말씀 등이 공존하는 밝고 깨끗함이 있는 선의 세계와 사납고 거칠며 잔인함이 존재하는 또 다른 세계인 어두운 악의 세계를 발견하고는 그 두 세계에서 혼동을 느낀다.
그는 또래의 놀이집단에 끼기 위해 양복점 아들인 프란츠 크로머라는 아이에게 자신이 과수원에서 사과를 훔친 적이 있다고 허풍을 떨었다. 이로써 싱클레어는 어두운 세계에 발을 디디게 된다. 여기서, 나는 나의 어렸을 때 생각을 잠시 하게 되었다. 그렇다고 싱클레어처럼 돈을 훔쳤다거나 했던 적은 없었지만 잘못했던 일을 조마조마 하면서 부모님께 말씀드리지 못하고 속으로 끙끙댔던 기억이 났다.
어쨌든,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시달리는 사이 라틴어 학교에 막스 데미안이라는 아이가 전학을 온다. 그는 또래 아이들보다 겉으로 나이가 더 들어보였는데 그의 외모는 마치 학자 같았으며 어른스럽고 냉정한 듯 보였다.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수업시간에 들은 카인과 아벨 이야기를 꺼낸다. 성경에서 나오는 말이라는데 나는 종교가 없기 때문에 무슨 말인지 몰랐다. 어디서 들어본 말인 것 같은데 잘 몰랐다. 일반적으로 카인은 자기 형제를 죽인 나쁜 사람이라고 한다. 하지만 데미안은 그런 카인은 나쁜 사람이 아니고 지혜롭고 용감하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그는 카인은 처음부터 이마에 표지란 것을 갖고 있지 않았다고 했다. 다만, 카인의 용감함을 두려워하는 겁쟁이들이 아벨이며, 표지는 그들이 만들어낸 거짓이라고 말한다. 데미안에게 카인과 아벨 이야기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듣고 싱클레어는 며칠 동안이나 이에 대해 곰곰이 생각을 하게 되었고, 데미안에게도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이 일이 있은 뒤 데미안은 싱클레어가 크로머에게 억눌려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는 그를 크로머에게서 해방시켜 준다. 여기서 데미안은 싱클레어에게 중요한 조력자 역할을 한 셈이다. 이로써 싱클레어는 억압받던 상태에서 벗어나 예전처럼 자유를 얻어 부모님께 참회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데미안에게는 참회하지 않음으로써 데미안은 그렇게 점점 잊혀져 갔다.
사춘기가 된 싱클레어는 또다시 수업시간에 카인의 표지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는 데미안과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데미안은 사람에게는 자유의지라는 것이 없다고 말했다. 나방을 비유하면서 동물이건 인간이건 의지를 무엇에 집중시키면 목적은 반드시 달성된다고 말했다.
싱클레어와 데미안의 수업 중 새로운 이야기가 또 나왔다. 이번에는 골고다라는 이야기에 대한 수업이었다. 사실 역주가 뭔지 마태복음이 뭔지도 몰랐지만 어쨌든 성경에 관한 이야기라는 것은 대강 알 수 있었다. 내용을 보면 아마 예수님의 죽음에 관한 이야기 인 것 같았다. 이 부분에서 나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처형을 당하실 때에는 두 명의 도둑과 함께 나란히 서 있었다는 사실을 처음 알았다. 그런데 여기서도 역시 데미안은 목사들이 흔히 말하는 틀에 박힌 이 이야기에 대해 반감을 가지고 있었다. 싱클레어는 이러한 데미안의 새로운 견해를 듣고 자신의 부족한 상상력과 공상력을 깨닫게 된다.
데미안은 또 이 이야기에서 종교의 결점을 찾아낸다. 신이란 고귀하고 아버지 같은 존재이며 높고 아름다운 것은 옳지만, 또 다른 세계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세계 전체를 신성시해야 하지만 우리는 그 절반만을 섬기고 있다고 말하면서 우리는 하느님을 봉사하는 동시에 악마에 대한 봉사도 해야 함이 도리라고 말한다. 싱클레어는 자신이 생각했던 밝은 세계와 어두운 세계를 떠올리면서 데미안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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