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교사와 학생의 사이를 읽고 - 기(氣)가 막힌 교실
(교사와 학생의 사이를 읽고)
기는 흐르는 성질을 갖고 있다. 한자 기(氣)의 위에 있는 세 개의 획은 흘러가는 모양을 형상화한 것이다. 기가 잘 흘러 기가 골고루 나뉘어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건강하다. 기가 막히면 문제가 생긴다. 우리 몸이 그렇다. 기가 막히면 일단 혈액순환이 되지 않기 때문에 몸에 경련이나 마비가 오고 심해지면 해당 부위가 썩기도 한다.
교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기가 잘 흘러야 한다. 기가 끊기면 곳곳이 썩어 든다. 교실에서의 기의 흐름은 교사와 학생사이의 소통이다. 소통을 위해서는 말이나 글로 대화를 해야 한다. 기가 흐르지 않으면 소통이 사라지는 것이다. 교실에서 소통의 중단은 교사와 학생사이의 오해와 불신, 대립을 낳고 교실을 붕괴시킨다.
한의학에서 기가 막힐 때 쑥과 뜸으로 혈 자리를 뚫는 처치를 한다. 하임 기너트는 이 책을 통해 교사와 학생사이의 막힌 기를 뚫는 소통의 방법들을 교육심리학적 관점에서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여전히 교실 현장에는 교사와 학생 사이에 풀어야할 일상적이고도 심리적인 많은 문제들이 존재한다.
‘수업 시작부터 엉망이다. 핸드폰을 돌려보며 낄낄거리는 아이들. 보다 못해 교사가 핸드폰을 빼앗자 아이는 억울한 듯 눈알을 굴리며 “경찰에 신고할래요.” 라고 한다. 치밀어 오르는 화를 누르며 교사는 수업을 계속 진행하지만 분이 풀리지 않은 아이는 분필을 집어 올려 칠판에 Fuck you라고 적는다. 반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기 시작했다.’ 서울 서래 초 교사인 김영화(55)씨가 학교 현장 실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 펴낸 [지금 6학년 교실에서는] 책의 한 장면이다. 죽은 가드너 박사가 살아 돌아와 봤어도 기가 찰 만큼 우리 시대 아이들은 무서울 만큼 영악해져간다.
부푼 꿈을 안고 들어선 교단이자만 위의 사례와 같은 통제 불능의 상황들이 매일 매일 펼쳐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할 것인가? 가드너 박사는 1장의 교사들이 말하는 “교사”를 통해 우리에게 물어온다.
나는 막연하게나마 교직에 대한 상당한 매력과 꿈을 가지고 있다. 아이들을 좋아하고 가르치는 일이 기쁘고 초등학교에서 행해지는 일련의 과업들이 나의 생활에 자극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에 나온 선배 교사는 이렇게 충고한다. ‘나는 지나친 의욕과 교직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여 역효과를 가져오는 교사들을 많이 보았다. 이런 교사일수록 학생이 못마땅해 하면 곧 실망해 버리고 진전이 있는 것 같으면 지나치게 기뻐한다. 그래서 그들은 곧 걷잡을 수 없이 한계에 빠진다. 정말 정곡을 찌르는 말이다. 매일 같이 물건을 부수고 수업을 방해하고, 욕지거리를 해대는 아이들 속에서 나는 곧 한계에 부딪치지 않을까? 교직과 아이들에 대한 믿음이 크면 클수록 현실에 가로막힌 나의 상실감은 나를 더욱 무기력하게 변화시킬 것이다. 준비 없는 막연한 기대감은 그래서 오히려 더 치명적일 수 있다. 교실에서 기대감은 상황을 변화시키지 못한다.
때문에 가드너 박사는 교사라면 학급을 원만하게 이끌어 나가기 위한 특별한 기술들을 익힐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특별한 기술들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바로 교사와 학생간의 소통의 기술이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면서 깜짝 놀랐던 사실은 아이들에게 보내지는 교사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교사의 한 마디는 아이들을 반항적이게 만들 수도 협조적이게 만들 수도 상처 입힐 수도 치료 해 줄 수도 있다. 그러나 흔히 교사들은 자신의 그런 반응이나 말이 아이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거부되는지 무관심한 경우가 많다. 아이들에게 있어 너무나 치명적인 문제일 수 있음에도 말이다. 이런 경험은 나의 학창시절에도 수없이 많다. 초등학교 1학년 셋째 날로 기억된다. 공책을 준비해 오라는 담임선생님의 말에 엄마는 오빠가 썼던 공책의 몇 장을 잘라내고 내 가방에 넣어 주셨다. 다음날 공책검사 시간, 담임선생님은 “새 걸로 사와!” 하며 내 공책을 교실 바닥에 탁 팽개쳤다. 순간 핑 도는 눈물을 참으며 나는 공책을 주워들고 자리로 돌아갔다. 초등학교 1학년 때 일은 이제 입학, 소풍, 분홍원피스, 운동회 이렇게 몇 장면밖에 기억에 남아있지 않을 만큼 긴 시간이 지났지만 지금도 나는 그 날의 일을 생생한 상처로 기억하고 있다. 기너트 박사가 나의 1학년 담임선생님을 보았다면 뭐라고 했을까? 나는 이 책을 그 선생님께 꼭 선물해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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