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 - 우리에게 민간신앙의 존재는 무엇일까
우리에게 민간신앙의 존재는 무엇일까?
이건 꽤 오래전 일인데, 7살때쯤 동네에서 용하다는 점집을 찾아간 적이 있었다. 그 당시 나는 무엇을 하러 가는지도 모른 채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강제적으로 점쟁이 앞에 앉아 점을 보게 되었다. 나는 어린 나이였기 때문에 점집의 분위기가 굉장히 무서웠던 걸로 기억한다. 지금까지 내가 보던 집과 다르게 벽마다 이상한 부적이 붙여져 있고, 냄새맡기 힘든 향을 피워 나를 괴롭게 했다. 게다가 그곳의 약간은 엄숙한 분위기가 나를 더욱 가시방석에 앉은 기분으로 만들었는지도 모른다. 이렇게 이상한 기분으로 점쟁이 앞에 앉은 나에게 점쟁이는 내 등을 겉어보더니 물을 한 모금 마신 후 갑자기 내 등에다 뱉기 시작했다. 무척 당황스러웠다. 이게 뭐하는 짓이지? 물을 뱉은 후 점쟁이는 나의 인생에 대해 몇 마디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크게 될 아이라던지, 물에 빠진 아이라든지 내가 알 수 없는 이야기만 계속 하고 있었다.) 우리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끄덕하시면서 진지하게 점쟁이의 말을 귀담아 듣고 있었고, 몇 마디를 남긴 후 그렇게 내 인생에서 첫 번째로 경험한 민간신앙이 끝이 났다.
내가 시작부터 점집에 대한 일화를 소개한 이유는 이번에 접하게 된 책과 관련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이번에 읽게 된 ‘제주지역 민간신앙의 구조와 변용’이란 책은 예로부터 우리들의 삶에 뿌리깊게 자리잡은 민간신앙이라는 주제를 놓고 이야기하고 있는 책인데, 민간신앙의 종류라던지 기원과 변용 등을 서술하고 나아가 제주의 민간신앙에 대한 고찰을 통해 제주사회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를 돕고 있다. 오래전부터 자리매김하고 있는 전통적인 우리의 민간신앙이 현대사회에서 어떻게 다시 재구성되고 있는지 또한 말하고 있다. 실제로 제주도에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수많은 신앙들이 존재하며 아직까지도 신앙의 존재는 우리에게 크게 자리잡고 있다. 농촌지역에서 일어나는 신앙이나 도시지역에서 일어나는 신앙의 형태를 보아도 민간신앙은 우리 사회가 변화하고 발전함에 따라 같이 지속적으로 맞물려 진화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 그동안 신앙의 존재에 대해 간과하고 있던 나에게는 굉장히 시사하는 바가 큰 설명이었다. 어쩌면 나는 처음으로 접한 민간신앙이 7살 때 점을 보았던 일로 알고 있지만, 그것보다 훨씬 이전에 민간신앙을 경험했을지도 모른다.
사실 나는 종교를 믿지 않는다. 다시 말해 나는 어떠한 민간신앙도 믿지 않는다. 민간신앙 같은것들은 사람들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있어 어떤 삶의 위안이나 동기부여를 위해 꾸며낸 것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물론 현재의 나는 이렇게 신앙에 대한 불신으로 가득차 있지만, 과거에는 그렇지 않았었다. 어렸을적에 어린이집을 다녔을 때 내가 다녔던 어린이집의 이름이 마침 ‘소망 교회 어린이집’이라서 내 의도와는 상관없이 교회를 다닌 적이 있었는데, 그때만 해도 정말 착한 일을 많이 하면 천국에 갈 수 있는 줄 알았다. 그리고 식사를 할 때도 항상 예수님께 “잘먹겠습니다” 하고 기도를 했었고, 내가 어디에서 나쁜짓을 하면 하늘에 계신 하느님이 진짜 처벌을 내려주시는 줄 알았다. 언뜻 보면 철저한 기독교 신자의 모습을 보여왔던 내가 지금은 어떻게 모든 종교를 부인하고 신앙에 대한 불만과 의구심으로 가득 차있는 사람이 되었을까? 과거의 나를 생각하면 지금의 나와 너무 달라 신기하기도 하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나는 가끔 이런 고민에 빠지곤 했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나는 시대가 차츰 변하면서 현대인의 생활과 민간신앙은 점점 멀어져가고 있는 것 때문이 아닌가 생각했다. 현대사회는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자연현상을 정확하고 냉철하게 분석하고 연구하는 과학이 주류를 이루기 때문에 인간의 감정에 기초하고 인간에 기반한, 인간이 중심이 되는 민간신앙이나 종교같은 것들이 설 자리가 더 이상 없어지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것은 내가 살고 있는 현대사회에는 아직까지 우리의 삶과 민간신앙이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공존해가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또한 오늘날까지 존재하고 있는 민간신앙은 우리 사회의 변화에 맞춰 진화해가고 있으며 재구성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우리 민간신앙을 하찮은 것으로만 여겼던 나 자신에게 신앙의 존재에 대한 깊은 생각에 잠기게 했다.
나에게 있어 민간신앙이란 어떤 의미였을까? 솔직히 나는 책을 읽고난 지금 아직까지도 신앙이란 의미는 나에게 그리 달갑지 존재로 받아들여진다. 우리삶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지금까지 나는 그렇게 크게 신앙에 의존해서 산 적도 없고 의지하고 싶지도 않았다. 또한 세상은 내가 살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신념과 생각만이 중요할 뿐 민간신앙에 의지해 살고싶은 생각도 없다. 그렇다면 우리 삶에서 민간신앙이 존재하는 의미는 대체 무엇일까? 나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을 내 나름대로 고민한 끝에 조금은 찾아볼 수 있었다. 신앙이란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이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지혜와 신념이 담겨 있다. 그리고 그들은 자신들의 공동체를 형성하여 하나의 기준점이 필요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신앙은 그들을 이끌 수 있는 하나의 기준점으로 작용했을 것이고 바로 오늘날까지 우리의 삶 여기저기서 민간신앙이 곳곳에 녹아들어 있을 것이다. 민간신앙은 우리에게 강요되는 것이 아닌 어떤 사람이 살아갈 때 미약하게나마 하나의 기준점, 혹은 지표가 될 수 있다면 그것으로 민간신앙은 그 의미를 다한 것이 아닐까? 내가 어린이집에 다닐적 신앙이 내 삶의 지표가 된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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