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상문 해안선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낳은 개인 그리고 집단의 광기
- 이데올로기의 대립이 낳은 개인, 그리고 집단의 광기 -
서론 : 광기의 배경
“지구상의 유일한 분단국인 한국의 남과 북은 참혹한 6.25 전쟁 이후 남한의 해안은 북한의 침투에 대비해 높은 철책이 둘러쳐져 있고 휴전 후 20여회 침투간첩을 사살 또는 체포하였으며 현재도 해가 진 후 해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간첩으로 간주되어 사살된다.”
한반도에서 전쟁이 끝난 이래 50년이 지난 지금까지 전쟁의 이데올로기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살아 숨쉬고 있다. 매일같이 신문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주한미군, 6자회담, 북핵, 이념논쟁과 색깔공방에 관한 기사들이 홍수처럼 쏟아지는 터인지라 국민들은 이에 무덤덤해질 정도이다. 그런데 사회가 묵인하고 은폐하는 자들이 있으니 바로 전쟁 이데올로기의 직·간접적인 희생자들이다. 김기덕 감독은 동해안의 박쥐부대와 그 주변 일대를 배경으로 이들을 그려내고 있다.
철조망과 깨진 유리, 그리고 족구장을 가르는 네트
“경고! 밤 7시 이후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 있습니다.”라는 섬뜩한 경고문은 한반도에서 총탄 없는 전쟁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임을 암시한다. 철조망, 바위에 시멘트를 발라서 박아놓은 깨진 유리조각들이 북한을 경계하는 물리적 장치라면, 족구장 바닥에 그려진 한반도와 이를 가로지르는 네트는 남북의 대치상황을 보여주는 상징적 요소이다.
에 등장하는 박쥐부대 부대원들은 우리 주변의 젊은이와 다를 바 없는 청년들이다. 둥그렇게 둘러앉아 신나게 게임을 즐기기도 하고, 아군이든 적이든 간에 사람에게 총부리를 겨누는 데 두려움을 갖는다. 그러나 이들은 ‘군대’라는 공간적 배경과 ‘남북분단’라는 특수한 시대 배경 속에서 적의 존재와 침입 위험을 세뇌 당한다. 휴전상황의 이분법적 이데올로기는 결국 강한철을 포함한 그 외 인물들의 인생까지도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만다.
본론 : 광기의 악순환
(미영, 강상병, 김상병, 그리고 박쥐부대를 타고 흐르는 광기)
개인의 광기 1 - 강상병의 이야기
‘강한철’이란 인물은 유난히 영웅심리에 사로잡혀, 간첩 잡기에 혈안이 된 인물이다. 그러나 야간근무 중 민간인을 간첩으로 오인하고 사살하게 되는데... 그토록 의기양양해있던 그였지만 처참히 찢겨진 민간인의 사체를 본 순간, 정신적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죄책감에 시달려 서서히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기 시작한다. 애인(영길)이 끔찍하게 죽어가는 모습을 목격한 후 미쳐버린 미영의 존재가 그의 주변을 맴돌면서 그를 더욱 옭아맨다.
그러나 그가 왜 간첩을 잡는 데 혈안을 되어있는지, 그리고 동료들과의 권투장면에서 나타나듯 왜 폭력적인 성향을 지니게 되었는지 영화에서 드러나지 않는다. 그리고 사건이 있은 후 정신이상으로 의가사 제대를 한 후에도 박쥐부대를 맴돌며 흉포한 난동을 벌이는 그가 왜 부대를 떠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논리적 고리 역시 빈약하다. 이처럼 ‘강한철’이란 인물을 이해하고 분석하기 위한 요소들이 불충분하게 주어졌기에 그의 캐릭터는 관객들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부터 공감을 얻어내기 힘들다. 단지 인간의 폭력과 광기를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라는 점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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