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너희가 나쁜게 아니야 를 읽고
이 책의 저자인 미즈타니 오사무는 일본의 한 야간고등학교의 교사이다. 일본에서 야간 고등학교는 교사들조차도 근무하기를 기피하는 학교인데, 그는 17년 전에 스스로 야간 고등학교의 교사가 되어서 지금까지 밤거리를 방황하는 아이들의 수호신 역할을 하고 있다. 미즈타니와 밤거리에서 함께 얘기를 하고 있는 아이에게는 폭주족도, 폭력조직도 가까이 가지 못한다. 자신이 사랑하는 아이들을 위해서라면 폭력조직에게 손가락을 희생당해도 괜찮다는 그의 헌신적인 사랑이 폭력 조직의 두목들에게도 미즈타니를 감히 범접하지 못할 인물로 생각하게 만든 것이다. 아무리 밤의 세계에서 약물을 복용하고, 폭주족으로 활동했던 아이들도 미즈타니 앞에서는 착하고 여린 아이가 되어 새 삶을 시작한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힘들고 자칫하면 생명마저도 위험할 수 있는 ‘밤거리의 수호자’ 역할을 계속 하도록 하는 것일까?
그는 어렸을 때부터 풍족하고 여유로운 가정에서 성장하지 못했다. 어머니는 다른 지역에서 교편을 잡고 있었는데, 가정 형편상 할아버지 할머니와 생활하면서 언제나 부모의 사랑을 갈망했다. 그렇지만 미즈타니는 어머니와 함께 살게 되었을 때에도 자신이 원하는 만큼 어머니의 사랑을 많이 받지 못하고, 그런 그의 애정 결핍이 사회에 대한 증오로 바뀌어서 교사들에게 반항하는 학생이 되었다. 술과 도박으로 나날을 보내던 그는 히데 선생님의 관심어린 사랑에 감동을 받고 무사히 대학을 마친후, 교사가 되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좋은 선생님이 되어야 겠다는 이상만 있을 뿐, 구체적인 마음의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처음 발령받은 특수학교에서 장애아동의 변을 닦아주는데, 변을 닦아주는 것이 교육이란 말인가 라고 생각하면서 그 아이의 엉덩이 차가운 냉수를 끼얹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 아이는 당신을 믿고 있어요. 당신이 제대로 보살펴 주지 않으면 누가 이 아이를 보살펴 주겠소’ 라는 이타사카 선생님의 말에 잘못을 뉘우치고 교사로서 진정으로 좋은 선생님이란 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학생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것이란 사실을 깨닫게 된다.
그 후 요코하마의 유명한 입시학교에서 근무하던 미즈타니에게 한 통의 전화가 왔다. 야간 고등학교에서 교사생활을 하고 있는 옛 친구가 야간 고등학교에서 교편을 잡는 일에 대해서 회의스러운 모습을 보이며 만나자고 한 것이다. 그는 썩은 생선으로는 맛있는 초밥을 만들 수 없듯, 썩은 학생들로는 좋은 교육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난 그 말에 이은 미즈타니 선생님의 한마디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꼈다. 바로 ‘생선이야 썩을 수 있지만, 아이들은 절대로 썩지 않아. 그들이 그렇게 된 건 누군가가 그들을 썩게 만들었기 때문이야. 그런 아이들을 구하는 게 교육이야’ 라는 말이었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에 대한 강한 믿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가 이런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에 그렇게 오랜 시간동안 밤거리를 배회하는 아이들을 환한 낮의 세계로 이끌고, 세상을 살아가는 힘을 줄 수 있는 것이다. 미래의 교사가 될 나도, 일명 비행청소년이라고 불리는 아이들을 보면 그들이 스스로 그런 길을 택한 것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미즈타니 선생님의 말을 들으니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진정 어른들 탓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의 제목과도 일맥 상통하는 면이 있었다. 아이들이 그렇게 된 건, 아이들이 나빠서 그런게 아니라 어른들이 마음 여린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었기 때문인 것이다. 누구도 자신의 부모, 환경을 선택할 수 없는데, 어떤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삶의 짐을 지고 살아나가야 하고 또 축복받은 다른 아이들은 유복한 환경 속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까 학교, 지역사회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 태어난 아이들이 더 이상 밤거리로 내몰리지 않도록 그들에게 사랑을 베풀고, 혼자 힘으로 그들이 살아갈 수 있도록 버팀목이 되어 주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미즈타니는 그 친구와의 약속으로 야간 고등학교로 전근을 가고, 그 친구는 학원 강사가 되었다. 그는 야간 고등학교 교사역할을 하면서 매일 밤 밤거리를 돌며 배회하는 아이들을 집으로 돌려 보내기도 하고, 집으로 갈 수 없는 아이들은 자신의 집에서 보살펴 주기도 했다. 그 중 대만에서 엄마를 따라 일본으로 왔다가 폭력 조직에 들어가서 미즈타니의 도움으로 밝은 세계에서 생활하게 된 아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아이는 일본에 와서 중학교만 졸업하고 고등학교는 다니지 않은 채, 나쁜 일만 일삼던 아이였다. 그러다가 미즈타니의 도움으로 야간 고등학교에 입학 했는데 폭력 조직에 대한 동경으로 그 속에 들어갔다가 풀려났다. 그 폭력 조직과의 두목은 소년이 자신의 세력권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소년을 풀어줬는데, 얼마 못가서 그 소년이 약속을 어겼다는 이유로 폭력 조직에 다시 붙잡혔다. 미즈타니는 그 소년을 다시 풀어주는 대가로 손가락 하나를 희생해야 했다. 말로는 쉽게 손가락 하나를 희생했다고 하지만 실제로 자신의 손가락을 자른다고 하면 그 고통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거기다 손은 활동하는데 있어서 항상 사용하는 신체 부위인 만큼 일상생활에서도 엄청난 불편함이 있을 게 뻔했다. 하지만 미즈타니는 ‘손가락 하나를 잃은 아픔은 매우 컸다. 그러나 소년의 미래를 위해서 손가락 하나쯤은 희생할 수 있었다’ 라고 말하며 기꺼이 자신의 손가락을 잘랐다.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진정으로 그 아이를 위하는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미즈타니는 자신과의 만남을 계기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한 아이도 많았지만, 반대로 밤의 세계에 더욱 깊이 가라앉은 아이도 적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이 옳은 일인지 틀린 일인지 모르겠다고 하고 있다. 하지만 내 생각에는, 교육자로서 모든 아이들을 바른 길로 이끌려고 노력하지만, 그 교육이 반드시 자신이 기대한 결과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얼굴이 제각각인 것처럼, 같은 교육을 받고서도 받아들이는 정도에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미즈타니로 인해 인생이 바뀐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 만으로 미즈타니의 교육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밤거리를 돌아다니는 수천 명의 아이들 중에서 단 몇 퍼센트라도 자신의 힘으로 일어나 밝은 세상에서 살아갈 힘을 얻는다면 그것으로 미즈타니의 교육은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는 아이들을 절대로 야단치지 않는다. 아이들 하나하나가 모두 ‘꽃을 피우는 씨앗’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씨앗에 물을 주고, 적당한 햇빛을 쬐어주면 꽃을 피우는 것과 같이 아이들도 관심어린 애정을 갖고 돌보아 주면 바르게 커 나갈 수 있다. 시들고, 말라버리는 꽃이 있다면 그것은 어른들의 잘못이고, 아이들은 그 피해자다. 갑자기, 며칠 전에 교직윤리 과목의 레포트를 쓰기 위해 설문조사를 할 때 아이들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다. 담임선생님이 좋은지 싫은지를 묻는 나의 질문에 초등학교 3학년 아이가 담임선생님이 싫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숙제 안했다고 때리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애들이 떠들 때 선생님이 때리지 말고 조금 쉬었다가 다시 공부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아이들의 선생님 입장에서는, 아이들을 때려야 아이들이 겁을 내고 숙제도 잘 해오고 떠들지도 않을 거라는 생각으로 한 행동이지만, 아이들은 선생님이 때리기 때문에 억지로 숙제도 하고 교실에서 조용히 있는 것이다. 단지 선생님의 회초리가 무서워서 조용히 있는 것이지, 결코 교실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교육은 아이들이 스스로 바른 행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면에서 아이들을 때리고 야단치는 것은 아이들에게 스스로 행동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다. 미즈타니 선생님처럼 아이들을 꽃을 피우는 씨앗으로 생각하고 사랑으로 돌보아 준다면 아이들도 그런 선생님의 마음을 알고 바르게 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나는 미즈타니 선생님이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랐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랑을 받고 싶지만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밤거리를 방황하고, 약물에 중독될 때 그들에게 진정한 사랑을 베풀어서 새로운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었던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행청소년이 타락 속으로 빠지는 이유와 어른들이 그들에게 가져야 할 마음에 대해서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내가 초등교사가 되었을 때에도 아이들에게 사랑을 베풀어서 사랑받지 못한 아이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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