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을 보고 레포트
영화를 보기 전에 우선 생각보다 훨씬 흥미로웠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중국영화는 보기도 전에 재미가 없을 것이라는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데, 약 두 시간 동안 주인공의 예측할 수 없는 인생으로 인해 지루하지 않게 보았다. 영화를 한 번 더 보면 머릿속에 잘 들어올 것 같아서 두 번 보았더니 내용이 머릿속에 아주 깊게 새겨졌다.
중국 현대사를 굉장히 잘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이 영화는 1940년대를 배경으로 시작한다. 중국의 40년대는 1937년에 일어났던 중일전쟁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주인공인 후우꿰이가 도박으로 모든 것을 잃고 난 후에 정신을 차리고 나서 ‘그림자 극’을 하다가 갑자기 군인들에게 잡혀간다. 사실 이 부분이 처음에 굉장히 이해가 안 갔는데, 나중에 그 전쟁이 국공내전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보자 내용이 술술 이해가 잘 되었다. 일본의 침략이 국민당에 의한 통일을 파괴한 결과 공산당이 독자적인 군대와 지방정부를 차지하게 되어서 국민당과 공산당이 대립하게 된 것이다. 그런데 영화에서 어마어마한 숫자의 군인들이 시체가 되어 쌓여 있는 것을 보니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 국가 내에서 두 당 사이의 대립이 무고한 사람들을 죽음으로 이끌었기 때문이다. 주인공도 멀쩡히 그림자 극을 하다가 끌려갔을 뿐이었는데 포로가 되어 충분히 죽을 수 있었던 상황이었다. 다행히 주인공은 운 좋게 살아서 혁명에 참여했다는 증서를 받고 혁명가족이 되어 돌아오기는 했지만, 양주십일기에 이어 또 다시 전쟁에 대한 회의를 느끼는 순간이었다.
국공내전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초반에는 국민당이 압도적으로 유리하였는데 1947년 무렵부터 전세가 공산당으로 역전되기 시작하였다. 결국 국민정부는 타이완으로 쫓겨 가게 되었고 수업시간에 배웠듯이 1949년 10월 1일 마오쩌둥이 중화인민공화국이 성립을 선언하였다. 중국이 공산주의 국가가 된 순간이다. 영화에서 1950년대라는 자막이 나오며 흘러오는 음악이 있었다. 정확히 어떤 음악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공산주의 느낌이 물씬 풍겼다는 점이다. 공산주의 주제곡으로 ‘인터네셔널’이라는 곡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었는데 이 또한 그러한 성격의 곡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모르고 보면 지나쳤을 영화의 요소 하나하나에 집중해 가며 보니 두 배로 흥미를 느낄 수 있었던 것 같다. 또한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해야겠다는 의지도 불태울 수 있었다.
영화 속의 50년대에서 또한 발견할 수 있는 것이 쇠를 공출하는 모습이다. 이 때가 바로 대약진 운동 시기인데, 이것은 소비를 억제하고 저축을 장려함과 더불어 초고도 경제 성장을 달성하고자 한 운동이었다. 특히 중시된 것이 철강, 에너지, 식량의 증산이었는데 철강의 증산 방법들 중의 하나로 영화에서 나왔듯이 농민들의 양철지붕이나 농기구를 고로에 넣어 대량의 철을 만드는 것이었다. 그런데 지금도 이해가 안 가는 것은 주인공 후우꿰이의 아들 유퀸은 지금의 초등학생 나이 정도인데 학교에 철을 만들러 가는 장면이 나왔다. 왜 어른들이 철을 만들지 않고 초등학생이, 그것도 학교에서 철을 만들러 가는지는 아직도 의문점으로 남아있다. 주인공 후우꿰이가 아들을 학교에 데려다 주면서 하는 대사가 기억에 남는다. “우리는 공산주의시대에 살고 있어. 매일 고기와 만두를 먹을 수 있어.” 이 대사에서도 알 수 있듯이 국민들은 공산주의 시대에 살면 음식 걱정도 안 하고 부자로 잘 살 수 있다고 믿고 있는 것 같았다. 이처럼 많은 국민들이 국가의 명령을 따르며 힘이 되는 것 같았으나, 대약진 운동의 결과는 대약진이 아니었다. 대약진은커녕 농민들이 굶어 죽을 정도로 비참한 경제적 파국을 초래했다. 이는 자연재해 등 외부적인 요인에 의한 것이 아니라 정책 자체의 잘못에서 온 것임을 알 수 있다.
영화 속 60년대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마오쩌둥에 대한 절대적 충성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지금도 마오쩌둥의 초상화가 천안문 광장에 걸려있을 만큼 공산당에서는 절대적인 존재로 남아있다. 영화 속에서는 아예 마오쩌둥의 그림을 집 벽에 커다랗게 그리는 장면이 나와서 문화충격을 받았다. 또한 결혼식 장면에서 “마오쩌둥 주석의 위대한 공헌에 감사드린다.”는 등의 대사에서 마오쩌둥에 대한 끝없는 존경과 감사를 느꼈다. 마오쩌둥이 중국인에게는 굉장한 인물이라는 점은 알고 있었지만 어느 정도인지는 영화에서 처음 접하게 된 것이라 약간의 문화충격도 느꼈다. 수업시간에 교수님이 하신 말씀 중 마오쩌둥이 읽은 책들이 마르크스 책이 아니라 중국 고서들이었다는 말이 문득 떠오르며 나중에 마오쩌둥에 대한 책을 한 번 꼭 읽어보고 공부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흐르자 공산당 내에서 권력 갈등이 일어나는데 이는 문화대혁명으로 나타났다. 사회주의의 ‘내부의 적’이 이념의 실현을 저지하고 있다고 판단을 내려서, 당이 아니라 사회주의 이념을 체현하고 있는 마오쩌둥 개인에 대한 충성을 맹세한 집단인 ‘홍위병’이 출현하였다. 영화에서는 자본주의자였던 춘셍이 도망 다니고, 위원장이 조사를 받는 등의 장면을 보여줌으로써 시대배경을 넌지시 보여주고 있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장면인 후우꿰이의 딸 펭시아가 아기를 낳는 부분도 배경이 문화대혁명이었다. 아기를 낳으러 병원을 갔더니 나이가 많은 의사들은 모두 감옥에 가 있고 전부 어린 여학생들 뿐 이었다. 어린 여학생들이 의사였는데, 이들은 모두 팔에 빨간색으로 된 무언가를 두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공산주의 만세라고 외친다. 젊은 혈기에 공산주의를 외치며 자본주의적 사상을 지닌 사람은 경멸하지만 주인공이 우려한대로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펭시아는 목숨을 잃고 만다. 의사가 어린 것이 불안해 나이가 많은 왕 교수라는 사람을 데려 왔지만 급히 먹은 만두에 체해 사람이 죽어가는 데도 손쓰지 못했다. 이는 혈기 넘치는 젊은이들을 막지 못하는 무능한 윗세대를 비판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장면은 정말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병원은 사람의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 곳인데 이곳의 의사들마저도 감옥에 데려갔다는 것은 정말 무차별적으로 잡아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두 시간 가량의 영화를 두 번에 걸쳐보니 이 영화의 제목이 왜 인생인지 정말 마음으로 느꼈다. 이 영화가 40년대, 50년대, 60년대 자막과 진행됨으로써 주인공은 그 시대에 맞춰 변화무쌍하게 살아간다. 1940년대 국민당이 집권했던 항일 전쟁시대부터, 치열한 국공내전에서도 중심에 있었고, 공산당이 집권한 후 공산체제 아래에서 체제 실험에 뛰어 들기도 하였다. 실패한 대약진 운동, 문화대혁명을 거쳐서, 개혁개방 직전까지의 변화무쌍한 중국사회를 살며 자신의 아들, 딸을 잃어가는 주인공이지만 좌절하고 원망하기 보다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살아가는 그 자체에 의미를 두는 주인공에 모습에 나 역시 의미를 찾게 된다.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 지식이 없는 채로 보면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영화이지만, 중국 현대사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공부하고 본다면 정말 사소한 요소들을 하나하나 찾으며 볼 수 있기 때문에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분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