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랑블루 감상문
바다, 우리에게 바다는 항상 어머니의 품처럼 한결같고 포근한 존재이며, 동시에 두려움과 미지의 대상이기도 하다. 여름마다 많은 사람들이 더운 계절을 시원하게 보내기 위해 찾는 곳도 바다이고, 사람들이 답답한 자신의 마음을 정리하거나 겨울의 장관을 보기 위해 찾는 곳도 바다이다. 이 외에도, 바다는 언제나 우리의 마음을 환하게 밝혀주고 어느 계절, 어느 시간에 가든지 좋은 벗이 되어준다. 그만큼 바다는 과거에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우리에게 신비로운 존재다. 하지만, 바다를 그렇게 찾는 사람들도 그 바다에 대해 심도 있게 알지는 못한다. 그저, 찾아가고 함께 하며 그 미지의 세계를 동경할 뿐이다. 이번에 본 ‘그랑 블루’는 그런 바다의 여유롭고 넉넉한 모습뿐만 아니라 우리 인간이 바다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꿈꾸며 살아가는지 깊이 있게 보여주는 영화였다.
주인공인 쟈크에게 어릴 적부터 바다와 돌고래는 그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가장 가까운 가족이다. 대자연에 둘러싸인 그의 고향에서 그는 낮이나 밤이나 바다와 함께하고, 그의 곁엔 돌고래와 엔조가 있다. 엔조와 쟈크는 선의의 경쟁자이지만, 자연 속에서 교감을 나눌 수 있는 서로의 소중한 친구이다. 후에, 어른이 되어 엔조는 최장기록 잠수 세계 챔피언이 되고, 쟈크와 겨루어 이기고 싶어하는 엔조의 초청으로 쟈크는 잠수 기록 세계 대회에 출전하게 된다. 이 대회를 기점으로 영화는 평화롭던 어린 시절의 이야기에서 벗어나 빠른 템포로 나아간다. 쟈크를 이기려는 엔조, 쟈크를 사랑하는 조안나 이 두사람은 쟈크의 평생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이다. 나의 관점으로는, 평생을 함께하고 있는 고향 친구 엔조보다는 오히려 조안나가 얼마나 그에게 중요한 여인인지를 이야기하고 싶다. 그녀는 쟈크에게 ‘사랑’이란 것을 가르쳐 준, 인생의 스승이다. 여기서 내가 뜻하는 바는 ‘남녀간의 사랑’이 아니라, 식물에서부터 동물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겪는 일들을 넘어서까지 세상의 모든 것들에 대한 사랑이다. 물론, 쟈크는 조안나를 무척이나 사랑했고 조안나는 아기까지 가졌지만 쟈크는 어쩌면 조안나와의 사랑을 통해 오히려 바다를 사랑하는 자신의 마음을 확인했을지도 모른다. 가족이 없는 쟈크에게 언제나 포근한 모습으로 그 자리에 있어온 바다는 무엇보다도 없어서는 안될 소중한 존재였을 것이다. 그러한 대자연 속에서 자라난 그가 엔조의 죽음에 그 순수한 두 눈으로 눈물을 흘릴 때, 어쩔 수 없는 운명적인 힘에 이끌려 사랑하는 조안나와 아기를 두고 바닷속으로 떠나며 눈물을 흘릴 때, 내 가슴도 그를 이해하듯 그에게 동화되어 가는 것 같았다. 또한, 그가 교감하는 자연의 모습이 영상 속에 너무나도 아름답게 펼쳐졌기 때문에, 바다의 생명력을 표현하고자 노력한 뤽 베송의 집념에도 감탄을 금치 못했다. 그런 빛나는 푸른 바닷속에서 주인공 자크는 마치 양수 속의 태아처럼 편안해 보였다. 자크와 돌고래가 함께 노니는 장면을 보노라면 사람과 돌고래가 가까운 친척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특히, 이 영화의 하이라이트 영상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 장면은 바로 바다와 돌고래와 인간이 한통속이 되는 순간인데, 살아 있는 것들과 자연이 어우러지는 황홀한 세계를 환상적으로 보여주고 있었다.
그렇다면,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무엇을 보여주고자 한 것일까. 나는 영화를 보는 내내, 또 그 이후에도 생각했지만 ‘자연과 인간의 교감’ 이외에는 또 다른 게 없는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그 큰 주제 속에서 한 가지를 이끌어낼 수 있었는데 그것은 ‘조화’였다. 왜냐하면, 분명히 쟈크와 조안나와 엔조 이 세사람은 각각 다른 ‘세계’를 상징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순수하고 내성적인 모습으로 물질적인 모습은 찾아볼 수 없는 쟈크는 오로지 자연에서만큼은 제일 행복한 ‘물 속 인간형’이었다. 또, 그의 친구 엔조는 그와는 다르게 언제 어디서나 용감하고 씩씩한 사나이였다. 그리고 조안나는 언제 어디서나 엔조처럼 적응할 수 있는 타입은 아니었지만, 시간이 갈수록 ‘바다’ 즉, 자연을 이해하게 되는 여성이다. 이렇게 전혀 다른 세계를 가진 세 사람을 중심인물로 배치한 이유는 무엇일까. 모두들 바다를 사랑하고 자연 속의 삶에 몸을 맡기지만, 결국 영화의 마지막은 비극적이었다. 그것은, 어머니의 품으로 돌아가는 자식을 상징하는 이면에 자연에 대한 인간의 사랑도 적절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인간이 꿈을 꾼다는 것, 그 속으로 완전히 빠져드는 것을 의미한다. 쟈크는 꿈을 꾸었지만, 꿈을 이루지는 못한 것 같다. 자연 속으로 꿈을 꾸며 잠들어갔기 때문이다. 영화를 본 후 내 머릿 속에 남은 단어들로 문장을 만들면 아마도 이러할 것이다. ‘자연 속에서 사랑을 하며 조화를 이루어 가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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