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쓰쓰미추나곤 모노가타리中 ‘그을음’はいずみ을 읽고
쓰쓰미추나곤 모노가타리(堤中納言物語)는 작자미상의 열편의 짧은 이야기를 통해 헤이안 시대의 결혼과 연애에 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과 문화를 조금이나마 들여다 볼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열편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제1편, 벛꽃을 꺽는 쇼쇼, 제2편, 연상, 제3편, 벌레를 좋아하는 아가씨, 제4편, 어울리는 상대를 연모하네, 제5편, 사랑하는 여인을 얻지 못하는 추나곤, 제6편, 가이아와세, 제7편, 뜻하지 않게 다른 아가씨와 밤을 지낸 쇼쇼, 제8편, 꽃과 같은 아가씨들, 제9편, 그을음, 제10편, 부질없는 이야기
이 열편 중에서 그을음은 제9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11~12세기 무렵 헤이안 시대 말기에 편집된 단편 모노가타리 모음집이다. 이 작품집에는 ‘일본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는데, 통상의 모노가타리는 장편에 해당하는 반면 여기 실린 모노가타리들은 단편들이라는 점이 이채롭다. 단편의 특성상 짧은 분량에 핵심 되는 사건이나 인물 소개, 아니면 이야기가 완결되어야 하므로 필체는 간략하면서도 개성적인 소재를 집중력을 갖고 다루고 있어 흥미롭다.
우리는 이 작품을 통하여 헤이안 시대의 일본의 전통과 관습을 엿 볼 수 있다. 결혼과 연애풍속도, 뇨보(女房)문화 등 당시의 생활상.... 등 결혼해도 동거하지 않고, 남편이 저녁에 아내의 집을 방문하여 머물다가 새벽에 돌아온다는 “쓰마도이곤”문화, 노래나 편지를 통한 연애의 시작과 결혼 및 자연 이혼의 요건도 특이하다. ‘기누기누 노래’는 남녀가 잠자리를 함께 한 다음날 남자가 감사의 편지로 보내는 노래라고 한다. 이를 보내지 않는 것은 당대의 에티켓에 매우 어긋났다고 하니... 아울러 뛰어난 여류 문학 작품을 남기게 된 뇨보(女房)의 신분과 역할도 알려준다.
헤이안시대 여인은 성인이 되면 남편 이외의 남자에게는 얼굴을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 그렇다면 남녀가 자유롭게 만날 수 없는 시대에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했을까? 정략결혼의 경우라면 부모가 정하는 것이겠지만, 연애의 경우는 여인의 미모와 재능에 대한 소문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그 소문은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였으나, 소문날 만큼의 미모와 재능을 갖추기가 그리 쉬운 일이겠는가? 그런 여타의 이유로 소문의 근원지가 딸의 부모나 가정교사라 할 수 있는 뇨보인 경우도 있었다. 이렇게 여자의 소문과 평판을 들은 남자는 여자의 집에 노래나 편지를 보내는 것으로 연애는 시작된다. 얼굴도 보지 않은 채 소문만 듣고서 고백을 할 정도라니 지금을 살고 있는 나로서는 좀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다. 여하튼 남녀는 편지를 주고받으며 서로 ‘필(feel)’이 통했을 때 본격적인 연애에 들어간다. 서로에 대한 교감이 어느 정도 형성되면 남자는 여자의 집을 찾아가서 몰래 들여다보기도 하고 직접 대면하기도 한다. 그리고 3일 밤 연속으로 밤을 함께 보내면 정식결혼으로 인정되고, 이와는 반대로 3년간 남자가 찾아오지 않으면 결혼 관계는 해소되어 자연 이혼이 된다.
쓰쓰미추나곤 모노가타리중 ‘그을음’ 또한 남녀의 사랑과 결혼을 그린 이야기이다. 본래 헤이안시기는 결혼 후 부부가 한 집에서 동거하지 않고 각자의 집에서 생활하였다. 저녁 무렵 남편은 부인의 집을 방문하여 새벽녘 날이 밝기 전에 자신의 집으로 돌아와야 했다. 하지만 책 속의 주인공은 가세가 여의치 않은 여인과 교토 변두리에 거처를 마련하여 몇 년 간 같이 살게 되었다. 그러던 중 남자는 지인의 집에 드나들다 그 집 딸을 사모하게 되었다. 사람들의 눈을 피해 만나는 사이였으나 첫 여자보다 한층 더 애착이 같으니 남의 눈도 의식하지 않아 결국 소문이 상대 부모 귀에도 들어갔다. 상대 부모가 딸과의 사이를 인정하기에 이르자, 본 처는 이 소식을 듣고서는 괴로워했다. 게다가 두 번째 부인의 사정으로 남편의 집으로 내일 당장 들어오게 되었으니 본처는 집까지 나와야만 하는 신세에 이르렀다. 여자는 괴로웠지만 내색하지 않고 수긍하며 남편에게 말을 빌려 물건을 싣고 눈물과 그 슬픔마저 싣고 동자 한명과 떠난다. 한편 남편은 부인이 떠나 휑한 집에 혼자 앉아 생각에 잠겨 떠난 부인이 그리워졌으나 이제 와서 어찌 하겠는가. 동자와 말이 저녁 늦게 도착하여 동자가 부인의 남편에 대한 노래를 전하자, 남편은 가까운 곳으로 간 줄만 알 고 있던 부인이 먼 곳까지 가서 허름한 곳에서 살 생각하니 안타깝기 그지없어 부인을 다시 집으로 데리고 온다. 당장 들어오기로 되어있던 새 부인에게 본처가 병이 낫다 사정을 말하려고 새 부인의 집에 들렀다. 편안한 차림새로 있던 새 부인은 하녀의 기별을 듣고는 당황하여 허둥지둥 화장을 하려했다. 그러나 당황한 나머지 눈썹을 그리는 데 쓰는 재를 싼 종이를 꺼내 거울을 볼 틈도 없이 그대도 얼굴에 칠하고 만 것이다. 내심 자신의 우아한 자태에 만족하며 남편을 맞이하니 남편은 그 얼굴을 보고는 기겁하여 보는 것조차 불편해 돌아가 버렸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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