넬슨만델라의 기적 같은 흑백의 국민통합 신화
< 들어가며 >
19세기 이래 민족주의가 고조되면서 근대의 스포츠는 국가의 결속과 국력의 증진 차원에서 정치와 결합되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기 시작했다. 또한 국가 간의 정치활동으로서 힘의 대립이 전제되는 국제정치에서 스포츠는 외교 이상의 역할을 해내기도 하였다. 국가 사이의 갈등이 일어날 때 전쟁이나 무력도발과 같은 방법보다는 국제적인 예술행사나 스포츠교류와 같은 수단을 통하여 국가 간의 관계 정상화를 시도하기도 한다. 이는 스포츠가 음악, 미술, 영화 등 비정치적인 영역과 더불어 민간외교활동으로서 국가나 정부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있어서 보다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스포츠가 이렇게 효과적인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현대를 살아가는 인간의 일상적인 삶 속에 스며들어 있는 스포츠는 세속적인 의미에서 시민종교로서 평가될 정도로 우리 생활에 깊숙이 침투해있다. 현대사회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포츠에 중독되어 있다는 의미로 종교와 유사한 기능을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시민들의 정신을 좌우할 수 있는 스포츠와 인간의 강력한 연결고리는, 스포츠가 놀이 문화로서의 특징뿐 아니라 그것이 위치하고 있는 정치경제의 논리와 분리하여 설명할 수 없는 성격을 갖게 해주었다. 즉 스포츠는 대중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그를 통하여 즐거움을 추구하는 순수한 측면과 더불어 정치적인 상징조작의 효용성 때문에 권련차원에서 정책의 한 분야로 다루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스포츠를 바라보면 결국 스포츠는 표면적으로는 자유로운 문화로 비춰지지만, 그 내면은 자본주의의 논리와 권력의 의도, 각종 룰로부터 벗어날 수 없다는 측면에서 ‘속박적’이다. 이렇게 정치과 떼어놓고 상상할 수 없게 되어버린 스포츠는 역사 속에서 정치와의 절묘한 결합과 그로인하여 이루어냈던 긍정적인 효과, 혹은 철저하게 정치 속에서 왜곡되어진 스포츠들을 포함한다. 여기서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실제 일어났던 국민통합의 기적적인 순간을 스포츠와 정치의 결합을 중심으로 하여 살펴보고, 그 외의 나라 간 국제외교의 발판을 만들어주는 스포츠의 역할까지 살펴보도록 하겠다.
< 인빅터스(Invictus), 넬슨만델라의 꿈꿔온 기적 >
‘아파르트헤이트’라는 인종차별정책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을 통째로 갉아먹고 있던 국민화합의 절대 적이자, 쉽게 붕괴될 수 없는 견고한 흑과 백의 의식적 틀이었다. 흑인의 통제가 금지되고 백인만이 들어갈 수 있는 구역이 법적으로 정해져있었고, 공공시설에서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며 일렬로 서있는 줄은 흑인에게만 유효했다. 백인은 당당히 하루 종일 기다려 서있던 흑인 앞에 일명 ‘새치기’로 순서를 빼앗으면 그만이었다. 사실 이것은 새치기가 아닌, 그저 남아프리카공화국 내에서 자연스럽게 행해지던 ‘아파르트헤이트’ 인종차별 정권의 합법적인 일상이었다. 남아공 사회에서 아파르트헤이트를 경멸하고 조롱하는 극소수의 백인들과 흑인들은 서로 이러한 질문을 던지며 웃음 속에 아픔을 감내해야만 했다.
“흑인 시녀가 백인 주인님의 아이를 돌보던 중, 아이를 품에 안고 흑인 출입 금지 지역에 앉아 있다면, 이들을 잡아 끌어내려야할까? 그냥 두어야 할까? 아니면 백인 갓난아이를 혼자 그 곳에 남겨 둔 채로 흑인 시녀만 쫓아내야할까?”
우스갯소리지만 이러한 흑백의 인종차별적 이야기들은 현실 속의 두 무리가 화합될 수 없음을 보여주는 극명한 사실이었다. 바로 이런 사회 속에 넬슨만델라가 있었다. 아파르트헤이트에 강력하게 저항하던 넬슨만델라는, 흑과 백의 장벽을 무너뜨리기 위한 절규 속에서 30년에 가까운 옥중생활을 감수한다. 그 누구보다도 아파르트헤이트를 경멸하고 그 속에 수많은 아픔을 지닌 만델라는 옥 생활을 이겨내고 결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최초 흑인 대통령이 되었고, 그 자리에서 스포츠를 통합 국민화합의 기적을 이뤄낸다. 그 누구도 끝이 없어보이던 아파르트헤이트의 역사가 스포츠 안에서 무너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럭비라는 스포츠로 일궈낸 현명한 정치의 승리였다. 넬슨만델라와 럭비월드컵과 관련된 남아공의 역사적 통합은 영화와 책으로 생생하게 재연되었다.
[2010년 3월에 개봉한 영화 ‘인빅터스’] [책 ‘인빅터스 - 우리들의 꿈꾸는 기적’]
넬슨만델라 역 - 모건 프리먼
남아프리카공화국은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인종차별이 심한 나라라고 알려져 있다. 넬슨만델라 전 대통령은 이렇게 인종차별로 악명 높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최초의 흑인대통령이며, 흑백장벽을 무너뜨리고 화합을 이끌어 낸 장본인이다. 넬슨만델라가 자신의 대역으로 유일하게 꼽았다는 모건프리먼은 만델라의 말투, 태도, 손짓 하나까지 완벽하게 묘사했다. 만델라처럼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닌, 실제로 ‘만델라가 되는 것’을 목표로 사람들을 통합의 길로 이끌려는 그의 위대한 정신까지 연기에 담아냈다. ‘인빅터스’란 영화는 모건프리먼의 완벽한 연기 속에서 백인에 의하여 차별받아 온 흑인들을 설득시키고 럭비라는 스포츠를 통하여 국민 모두가 하나가 될 수 있게 만들었던 만델라의 업적을 감동적으로 그려낸다.
영화는 1994년 넬슨만델라가 남아공 최초 흑인대통령으로 선출되던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 여전히 인종차별이 팽배해 있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그는 희망의 존재가 되지만, 백인들에게는 여전히 껄끄럽기만 한 존재일 뿐이다. 어느 날, 그는 자국 팀인 ‘스프링복스’와 영국대표팀 간의 럭비경기를 관람하던 중 흑인들이 자국 팀이 아닌 상대팀 영국을 응원하는 것을 목격한다. 스프링복스팀의 녹색 유니폼 자체는 이미 아파르트헤이트 정권의 상징으로 간주되어 국민의 대다수를 이루고 있는 흑인들에게 경멸과 야유를 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스프링복스의 선수들은 단 한 명을 제외하고는 모두 백인선수들이었다. 흑인들은 럭비가 백인들만의 비열한 스포츠라는 의식으로 초록색 유니폼만 봐도 소름끼치게 반감을 내보이던 시절이었다. 이 계기를 통하여 대통령이 된 만델라는 흑인들의 증오심과 백인들의 두려움을 치유하고 봉합하지 않은 이상은 그 어느 하나도 이뤄낼 수 없을 것이라는 한계점을 깨닫는다. 그리고는 인종과 국경을 초월하는 스포츠를 통하여 모두의 마음을 하나로 연결할 것을 결심한다. 스포츠라면 백인과 흑인 모두에게 아파르트헤이트를 잊게 하는 동시에, 자국에 대한 각 국민들의 애국심과 국민들 간의 결속을 강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만약 럭비월드컵에서 자국이 커다란 성과를 낸다면 종전에 아파르트헤이트의 상징으로만 여겨졌던 럭비라는 스포츠가 흑인들에게도 희망을 주어 스스로 자국을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던 것이다. 흑인이 백인들의 스포츠인 럭비를 응원하는 순간, 흑인의 마음속에는 용서가 생겨나고 백인들에게는 언제나 두려움과 경계의 대상이었던 흑인들도 같은 국민이라는 화합심이 생겨났다는 것이 증명되기 때문이다. ‘인빅터스’는 이렇게 스포츠를 통하여 사회를 통합하려는 만델라의 행보에 초점을 맞춘다. 그의 행보는 인종 분리정책을 타파하는 그의 결심의 일환이었으며, 정확히 정치적 신념이 담겨져 있다. 하지만 다인종과 다문화가 화합하는 ‘무지개 국가’를 꿈꾼 만델라의 정치적 계획은 여러 난관에 직면한다. 무엇보다 바닥에 떨어진 경제 살리기를 뒤로 한 채, 럭비 경기처럼 사소한 일에 관심을 쏟는 그의 진심을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 그러나 그는 끝까지 스포츠가 지닌 힘과 논리적인 상식을 뛰어넘을 수 있는 스포츠만의 마력을 믿었다. 만델라는 럭비팀 주장인 프랑소와 피나르에게 자국의 운명을 걸어 격려했고, 피나르는 혹독하게 팀원들을 훈련시켰다. 피나르에게도 이번 월드컵 럭비경기는 스포츠 경기 그 이상임을 깨달은 것이다. 첫 게임은 세계 최강의 호주였다. 만델라는 스프링복스 유니폼을 입고 응원을 했지만 흑인관중들은 시큰둥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호주를 간단히 제압한 것이다. 연승을 이루어내며 결국 스프링복스는 결승전에서 뉴질랜드와 맞붙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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